칸 트로피 안고 돌아온 '몸값' 팀…시즌2 가능성은? [HI★인터뷰]
'몸값' 작가·감독이 짚은 K-콘텐츠의 현 주소
칸 국제 시리즈에서 각본상을 안고 돌아온 '몸값'의 작가와 감독이 영광 어린 소감을 전했다.
지난 4일 티빙 오리지널 '몸값'의 전우성 감독를 비롯해 최병윤 곽재민 작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몸값'은 각자의 이유로 '몸값' 흥정이 벌어지던 건물에 대지진이 덮치면서 펼쳐지는 스릴러 작품이다. 지난달 19일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장편 경쟁부문 각본상(Best Screenplay)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한국 드라마 최초이자 국내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칸 시리즈 수상이라는 새 역사의 기록이다.
최병윤 작가와 전우성 감독은 각자 쓴 대본을 서로 연출하거나 함께 집필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장편 작품을 제안 받고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단다. 여기에 곽재민 작가까지 합세, 세 사람은 2021년 가을 경에 만나 '몸값' 작업을 시작했다. 콘셉트와 틀을 잡고 장르적인 구조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팀 이치로 뭉쳤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환상적인 팀 플레이를 펼쳤다. 식사부터 산책까지 하루종일 소통하면서 전우성 감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단다.
이날 전우성 감독은 칸 페스티벌 참석 당시를 떠오리며 "보통 수상 전날 언질을 준다고 했는데 말이 없었다. 못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상식에 갔는데 앞줄에 배우상 수상하는 분이 소감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예상을 못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몸값' 팀은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 직후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고 현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전 감독은 "실제로 기립 박수를 하는 것을 보니까 뜨거운 관심을 느꼈다. 당시 사진 찍자고 했던 분들이 있었다"면서 당시를 상세하게 떠올렸다. 원작자이자 주연 전종서의 연인인 이충현 감독의 반응을 묻자 전 감독은 "이충현 감독도 너무 좋아했다. 이런 저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축하하면서 담소를 나누곤 했다. 본인도 너무 기쁘다. 출연한 배우들도 너무 기뻐했다. 같이 있었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단체 대화방에서 난리가 났다. 회동을 하진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상 소감을 준비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전 감독은 "수상을 생각하지 못해서 얼떨떨했다. 칸 시리즈가 6회인데 국내 콘텐츠로는 두 번째로 경쟁 부문 진출이다. 첫 수상이 너무 영광이다. 앞으로도 OTT 시리즈들이 해외에서 인정을 많이 받으면 좋겠다.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못하진 않았다. 애프터 파티는 자유롭게 이뤄졌다. 팀 회식을 하고 카페 파티에 가서 수상한 다른 팀과 교류를 했다. 즐거운 밤이었다. 교류하면서 어떤 것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있다"고 떠올렸다.
최 작가는 "전혀 안 믿겼다. 하루종일 놀랐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포부를 다졌다. 곽 작가는 "최근 K-콘텐츠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몸값'이 최초여서 너무 기쁘다"면서 "현재 국내 콘텐츠들의 재밌는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몸값'의 각본상 수상 이유에 대해 "제 생각에는 이 이야기에 있어서 전복적인 장치, 흘러가는 재미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인상 깊게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시청자들이 '왜 인물들이 돈에 집착하냐,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저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곽 작가는 "완결성을 갖고 있는 원작이기에 (장편으로) 어떻게 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선과 악이 뒤섞이고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사건이 필요했고 거대한 재난물이라는 설정을 떠올렸다. 모두가 악인이 된 세상에서 이야기의 배경이 필요해서 대지진이라는 설정이 들어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곽 작가는 "각본상을 받았지만 작품을 보고 그 안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보고 주신 것이다. 각본 만의 상이 아니다. 분명히 미흡한 점이 있었겠지만 현장 스태프들부터 배우들까지 다 채워주셔서 받은 것"이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최 작가는 "각본을 쓸 때 제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썼다. 그렇게 작업을 했다", 곽 작가는 "'몸값'은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리얼타임의 서사다. 쓸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원테이크 연출이기 때문에 회상을 넣는다던가 플래시백을 쓸 수 없었다. 어떻게 원테이크를 매력적이게 연출할 수 있을지 주안점을 두고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몸값'의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이를 두고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낀 세 창작자는 "시즌2는 창작자로서 대중이나 관객들이 기다려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확정된 바 없다. 만들어지면 너무 좋겠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너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곽 작가는 "무너진 세상을 보여주면서 시즌1이 끝난다. 시즌2에서는 바깥 세상에서는 어떤 세상이 벌어질까. 더 큰 지옥에 대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곽 작가는 "한쪽이 몸값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복된다. 그런 부분들이 재밌고 의미가 있다", 최 작가는 "사건 위주로 갔을 때 주제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 그런 것들을 계속 잘 살리려고 했다. 그런 값어치를 계속 생각했다"면서 이번 작품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을 짚었다. 이어 전 감독은 "느슨한 메타포를 넣었는데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를 은유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몸에 가격을 매기는 악독한 행위, 자본주의 사회가 공개되면서 조금 더 악한 것들이 나올 수 있을까. 층별로 나눠지는 구조적인 것들이 보여지길 원했다"고 연출적 주안점을 설명했다.
특히 최 작가는 극중 '양아남'을 연기해 연기력을 짧게나마 선보이기도 했다. 최 작가는 "대사에 사투리가 들어갔는데 제가 밑밥을 깔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몸값'은 곧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를 두고 전 감독은 "한국 사회에 대한 외신의 질문이 있었다. 당연히 한국 관객들과 다른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한 마음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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