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셔츠룸’ 구청은 알고도 모른척?… 일상 풍경된 불법전단 [사사건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4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먹자골목’ 거리에는 ‘20대 금발미녀 항시 대기’, ‘1인 환영’, ‘무한초이스’ 등의 문구가 적힌 성매매 알선 불법 전단이 즐비했다. 인근에는 4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가 있다. 오후 8시가 되자 역 근처 학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리 위에 뿌려진 불법 전단을 밟고 선 학생들은 골목 내 푸드트럭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때 남청색 교복을 갖춰 입은 권모(15)양이 한쪽 발로 어지러이 흩어진 전단을 길모퉁이로 ‘쓱쓱’ 밀어 넣었다. 권양은 “자세히 보고 싶지 않은데 보인다”며 “제가 볼 때 불편한 건 다른 사람도 기분 나쁠 것 같아 치웠다”고 말했다.
◆‘낯 뜨거운’ 불법 전단 기승을 부려도 미온적인 지자체
5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불법 유동광고물 수거 및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배포자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는 불법 전단을 제작·배포한 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옥외광고물법 제20조)하고, 현장 단속을 통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수 있다.
행정처분을 소극적으로 하는 자치구들은 청소년 유해업소 전단이 단속 취약 시간대에 오토바이를 타고 무차별 살포되기 때문에 현장 적발이 쉽지 않다고 해명한다. 또한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도 ‘대포폰’인 경우가 많아 업체 확인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행정처분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현장 단속을 통해 전단 살포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있다. 경찰 고발 시 전단 제작·배포자는 벌금형 또는 구류의 형으로 처벌(경범죄처벌법 제3조)을 받는다. 또 한 달에 한 번 통신 3사에 번호 정보 조회를 요청해 전단 업소를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상반된 행정을 보이고 있다.
올해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옥외광고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약 4억3500만건의 불법 유동광고물에 대한 정비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불법 전단이 3억403만여건으로 가장 많았다. 거리 위에 즐비한 불법 전단들이 일상적 풍경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여성학을 전공한 윤김지영 창원대 교수(철학과)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행위자나 수요자 모두 법률적으로 불법이지만 일상 안에서 거의 통용되고 있다”며 “이는 ‘성매매는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인정이다”라고 꼬집었다. 청소년 유해업소 불법 전단을 만성적인 문제로 여겨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내에서도 불법 전단지 상습 배포지역이자 인파 밀집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합동 단속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9일 포항시 남구청과 유기적인 긴급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구청의 현장 적발 즉시 경찰이 출동해 불법 전단지 살포 행위자에 대해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박명숙 상지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아이들이 한창 성적 호기심이 생길 수 있는 나이에 청소년 유해업소 전단에 노출되는 것은 잘못된 가치관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정서적 방임이며,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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