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를 것” 전 여친 집 문 두드리고 위협한 60대 ‘무죄’… 왜?

현화영 2023. 5.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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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집 앞까지 가서 문을 두드리고 위협한 혐의를 받은 6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주거지 공동 현관문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출입하는 등의 '잠금 상태'가 아니었고, 외부인 출입 관리가 되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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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동 현관문 비번 없고, 관리인 없어 주거침입죄 성립 안 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집 앞까지 가서 문을 두드리고 위협한 혐의를 받은 6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주거지 공동 현관문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출입하는 등의 ‘잠금 상태’가 아니었고, 외부인 출입 관리가 되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동부지법 형사 3단독(부장 민성철)은 지난달 1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전 여자 친구 B(64)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작년 7월25일 오후 7시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B씨의 집으로 향했다.

A씨는 B씨 집 현관문 앞까지 가서 “옆집 사람하고 무슨 관계냐” “휘발유를 사서 불을 지르겠다”는 등 협박하며 현관문과 창문을 주먹과 발로 수회 걷어찬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거주하는 건물 공동 현관문이 비밀번호로 잠금 설정이 돼 있지 않았고, 경비원 등 관리인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고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해 거주자 주거의 평온 상태를 해친다면 주거 침입에 해당할 것”이라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공동현관문이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해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1층 공동현관문을 통해 B씨의 집 현관 앞까지 갔을 뿐이고 피해자의 주거지 내부로 직접 침입한 것은 아니”라며 “(B씨의) 주거지 1층 공동현관문은 시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없었다. 이 같은 상태에서 B씨의 주거지 마당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 자체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A씨가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으로 잠정조치를 받은 점을 근거로 이번 사건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설령 B씨가 잠정조치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B씨의 임시잠정조치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날 이뤄졌고, 그 전제된 범죄사실에 이 사건 공소사실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발생 이전에 B씨에 대해 위 주거지 접근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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