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기다리느라 밤샜어요" 이미 북적북적…'反군주제' 시위도
수낵 총리 "이런 찬란한 예식과 볼거리, 영국만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열리는 6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곳곳이 인파로 북적이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현지 매체가 홈페이지에 마련한 특집 라이브 페이지를 통해 보도했다.
이날 오전 5시 런던 당국은 대관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주변에서 템즈강 등지에 이르는 상당한 넓이의 권역에서 도로를 폐쇄하고 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70년 만의 대형 이벤트를 맞이한 영국 시민들은 일찌감치 거리에 나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래펄가 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The Mall) 거리는 대관식 행렬을 좀 더 가까이에서 잘 지켜볼 수 있는 '명당'을 차지하려고 밤새 줄을 서 자리를 잡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상태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작은 텐트와 접이식 간이의자를 들고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런던 지하철' 티셔츠나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바지 등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은 경찰관과 근위병이 오갈 때는 물론이고 청소부가 등장할 때도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날 이번 대관식에 대해 "다른 어떤 나라도 행진, 예식, 거리 파티 등 이렇게 찬란한 볼거리를 줄 수 없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자랑스러운 표현이며 새 시대의 탄생을 품은 소중한 의식"이라며 이번 대관식이 "특별한 국가적 자랑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군중 사이에서는 때때로 타이밍에 맞춰 앉았다 일어나는 일명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 등 유니언 잭 빛깔의 가발을 쓴 하이디 로버츠는 "행복한 분위기를 느끼려 왔다"며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축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벌킹엄궁 발코니에 선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부부의 모습을 보고자 런던 북서부 버킹엄셔에서 왔다는 헬렌 서먼스는 "행렬을 보고 싶은데 여기에서는 볼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니언 잭 무늬로 도배를 하듯 빼입고 나온 서먼스는 "왕실 가족이야말로 나라를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아직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대관식에 초청받은 참석자들이 제각기 화려한 예복으로 빼입은 모습으로 등장, 하나 둘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붉은색 전통 예복을 입은 피터 맨델슨 남작 부부 등 이들 대부분은 영국 상원(귀족원) 소속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설명했다.
당국도 오전 11시 대관식 시간이 임박한 가운데 막바지 준비 작업에 분주했다.
왕족 구성원이 주요 행사 후 일반 군중에게 모습을 드러내 인사하고 군대의 공중분열식을 지켜보는 등 사후 예식이 진행되는 버킹엄궁의 발코니에도 각종 장식과 장비를 설치하는 이들이 바삐 오갔다.
경찰관들은 사원 주변의 나무 등을 수색하며 혹시 모를 사고 위험에 대비했고, 도로 청소 작업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대관식 행렬이 지나는 장소 중 하나인 트래펄가 광장에는 반(反)군주제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모여들어 당국을 긴장시켰다.
이날 아침 시위를 준비하던 군주제 반대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와 다른 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이날 새벽 템스강 건너 웨스트민스터 사원 코앞에 위치한 워털루 기차역에는 행사 관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군 병력 등 5천여명이 도착했다.
군 장병이 이 정도 대규모로 철로를 통해 이동한 것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식 이후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인력 수송 과정을 담당한 워털루역 관계자는 "일상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 소회를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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