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연휴 망친 물폭탄…남부 최대 1023㎜, 곳곳 고립 사고도(종합2보)
농지 피해 1100㏊…가뭄 지역엔 해갈 도움도
(전국=뉴스1) 최성국 장동열 김종서 김종엽 노경민 김혜지 강승남 기자 = '어린이날'을 포함한 황금연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023㎜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지역 곳곳에 침수·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는 제주도에 최대 1023㎜의 폭우를 쏟아내는 등 전국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내린 주요지점 누적 강수량은 삼각봉(제주) 1023.0㎜, 한라산 남벽(서귀포) 658.0㎜, 제주가시리(서귀포) 389.0㎜, 전라 고흥 341.0㎜, 해남 336.5㎜, 경상 남해 305.3㎜, 진주 269.4㎜, 석포(봉화) 137.0㎜, 충청 부여 129.5㎜, 논산 121.0㎜, 계룡 110.5㎜, 강원 철원 90.5㎜, 정선 82.5㎜, 경기 포천 93.0㎜, 동두천 89.5㎜, 강북(서울) 75.0㎜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주요지점 일 최대 순간풍속이 울릉도 25.7㎧, 부산 남구 22.1㎧, 제주 22.1㎧, 충청 계룡산 21.8㎧, 강원 화선 21.5㎧, 경남 통영 20.5㎧, 서울 중구 20.4㎧, 서울 은평 19.8㎧, 전북 무주 19.4㎧, 전남 여수 17.0㎧를 기록했다.
강한 비바람에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광주·전남에서는 98건의 호우·강풍 피해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7시4분쯤에는 광주 북구 삼각동에서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한전 설비를 건드려 772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같은날 오후 4시42분쯤에는 광주지하철 1호선 공항역 지하 1층 대합실이 물에 잠겼다.
전남 장흥군 율산항에서는 1.38톤급 어선 1척(FRP 동력선)이 반파됐고, 장흥 축산시설 1개동도 침수됐다. 진도 팽목항에선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설치된 리본 조형물이 강풍에 파손됐다.
대구·경북에서는 37건의 폭우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나무가 쓰러진 게 19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배수구 막힘 5건, 정전 1건, 축대붕괴 1건, 침수 1건, 고립 1건, 기타 6건이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전 11시39분쯤 경북 문경에서 40대 남성이 강변에서 낚시를 하다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고립, 구조대에 의해 1시간 15분 만에 구조됐다.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는 이날 오전 6시23분쯤 45인승 조선소 통근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화물차 2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버스운전자 A씨(72)와 탑승객 B씨(56) 등 2명이 중상을 입었고, 탑승객 9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밖에도 부산 금정구의 한 비탈길에서 낙석이 도로에 떨어지는 등 39건의 비바람 피해가 접수돼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같은날 전북에서는 마을주차장 축대 일부가 붕괴됐고, 소방당국이 나무 제거 12건, 배수 지원 10건을 조처했다. 충북에서도 8건의 나무쓰러짐 신고가 접수됐으며 무심천 수위 상승으로 무심천 하상도로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이 집중된 제주도 역시 집중호우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5~6일 제주 소방당국이 접수한 피해건수는 35건이다.
피해접수 내용을 보면 5일 제주시 연동에서 강한 바람에 외벽이 탈락했다는 신고가 3건 접수됐다. 외벽이 떨어지면서 건물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 파편이 튀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 4일에도 간판이 떨어지고 도로통신선·표지판·중앙분리대가 쓰러지는 등 2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비가 그치면서 농작물 피해 집계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제주에선 농작물 수확을 앞둔 보리 수백㏊가 쓰러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경·한림·구좌지역에서 수확을 앞둔 보리 재배지 약 400㏊가 쓰러짐 피해를 입었고, 애월·한림·한경지역에서 단호박 26㏊, 초당옥수수 12㏊가 침수, 강풍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이번 강풍과 폭우로 주요 밭작물에 습해 및 병해가 발생하거나 생산량과 상품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순천 189㏊, 고흥 138㏊, 보성 191㏊, 강진 140㏊, 장흥 70㏊ 등 총 728㏊에 달하는 밀·보리, 벼 침수, 도복 피해가 접수됐다.
다만 이번 비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광주·전남에 '단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순차적인 제한급수가 시작된 완도지역에서는 넙도제, 용항제, 부황제 등의 저수율이 차올라 오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제한급수가 풀린다.
5일 저수율이 21.1%에 그쳤던 광주 주요 상수원 동복댐은 저수율이 28.4%로 급상승했다. 주암댐도 4일 저수율이 20.8%에 머물렀다가 이날 오후 4시 기준 28.8%로 크게 올랐다.
대전은 이틀간 최대 130㎜가 넘는 단비가 내렸으나 해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충남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이날 낮 1시 기준 25.3%로 지난 4일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가뭄 ‘주의’ 단계가 발표된 지난 2일 25.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는 예년 저수율(36.7%)의 70% 수준이다. 수위는 60.14m로 약 0.14m 늘었다.
가뭄 ‘주의’ 단계가 발령된 대청댐 수위는 4일 대비 약 0.3m 상승한 67.3m에 그쳤다. 역시 평년수위(69.7)보다 낮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지역에 2일간 최대 90㎜ 이상 비가 이어지면서 한때 유입량이 총방출량을 20배 이상 넘어섰지만 저수율은 47%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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