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시대] “섬기기 위해 왔다” 첫 일성…공화국 전환 요구는 숙제

이영실 기자 2023. 5. 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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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의 영국 연방 국왕 대관식
대관식 예배 주제는 ‘섬기는 소명’
찰스 국왕 3세. AFP연합뉴스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한국시간 6일 오후 7시부터 성대하게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70년 전인 1953년 6월 2일에 치러졌다. 영국과 영연방 14개국에 포함된 국가 중 일부는 찰스 3세 대관식을 계기로 연방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찰스 국왕은 왕실의 불협화음은 물론 연연방 결속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한 왕실 직원이 찰스 3세가 대관식에서 입을 ‘로브 로열’ 망토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

찰스 3세 국왕은 버킹엄궁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한다. 마차는 2012년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은 1066년 ‘정복왕’ 윌리엄 1세부터 시작해서 39회째이다. 찰스는 40번째 주인공이다. 윌리엄 3세와 메리 2세는 1689년 공동 대관식을 올렸다.

먼저 참석자 중 가장 어린 14살 성가대원이 대표로 환영 인사를 한다. 찰스 3세는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왔다”고 답한다. 대관식을 집전하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예식을 시작한다. 대관식 예배의 주제는 ‘섬기는 소명’이다.

‘승인’ 의식에선 찰스 3세가 제단을 바라보면 웰비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한다. 대중은 “신이여 찰스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King Charles)라고 답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힌두교도이지만 총리로서 성경 골로새서 1장 9절에서 17절을 읽는다.

지난 2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인근에서 진행되는 찰스 3세 대관식 리허설에 나타난 황금 마차 ‘골든 스테이트 코치’의 모습. AP=연합뉴스


성유 의식에 앞서 찰스 3세는 700년 넘은 대관식 의자에 앉는다. 이때 신의 종복임을 강조하기 위해 소박한 흰색 원피스 차림을 한다. 대관식 의자는 1300년에 에드워드 1세 지시로 제작됐으며 1399년 헨리 4세 대관식 때부터 사용됐다.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에서 전리품으로 빼앗아 온 무게 150㎏의 붉은 사암인 ‘운명의 돌’을 아래에 넣기 위해 이 의자를 만들었다. ‘운명의 돌’은 성스러운 물품으로 여겨지며 스코틀랜드 국왕의 왕권을 상징한다.

대주교는 성유를 손가락으로 찰스 3세의 손·가슴·머리에 바른다. 이 의식은 신과 왕 사이의 내밀한 사적인 순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3면 스크린으로 가린다.

성유 의식 후 신의 승인을 받은 존재가 된 찰스 3세는 무게 2㎏ 금색 코트인 ‘슈퍼투니카’와 무게 3∼4㎏의 ‘제국 망토’를 덧입고 ‘레갈리아’라고 불리는 대관식 물품들을 건네받는다.

대주교는 대관식 왕관인 ‘성 에드워드의 왕관’을 머리에 씌워주고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라고 외친다. 이때 2분간 사원의 종이 울린다. 런던탑을 포함해 영국 전역과 바다 위 선박에서 예포가 발사된다. 찰스 3세가 왕좌로 옮겨 앉으면 오마주(경의) 의식이 진행된다.

고(故) 다이애나빈의 자리를 차지한 커밀라 파커 볼스커밀라 왕비도 성유 의식을 치르고 왕관을 쓴다. 예식이 끝나면 찰스 3세 부부는 ‘황금마차’를 타고 ‘대관식 행렬’을 따라 버킹엄궁으로 돌아간다.

커밀라 왕비는 지난해 9월 찰스 3세가 국왕으로 즉위한 이후 ‘왕의 배우자’(Queen Consort)라고 불려 왔다. 그는 2005년 찰스 3세와 결혼했지만 ‘왕세자빈’(Princess of Wales)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으로 불렸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하루 앞둔 5일 오후(현지시간) 대관식이 거행될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의회 근처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왕관 보석 444개…무게 2.23㎏

대관식은 평소 보기 힘든 영국 왕실의 가장 귀한 보물이 총동원되는 행사다. 찰스 3세의 대관식 왕관은 성 에드워드 왕관으로도 불리며 대관식에서 가장 상징적인 물품이다. 보석 444개가 박혔으며 무게가 2.23㎏에 달한다. 1661년 찰스 2세를 위해 제작돼 대관식에 사용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관이 너무 무거워 고생했다. 예식이 끝나고 버킹엄궁으로 돌아갈 때 찰스 국왕은 무게 1㎏으로 가벼운 제국 왕관을 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는 ‘대관식 행렬’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황금마차를 탄다. 나무에 금박을 입혀 만든 황금마차는 1831년부터 대관식 때마다 사용됐다. 무게가 4t(톤)에 달하고 크기가 길이 8.8m, 높이 3.7m로 거대하다. 왕실 회색 말 8필이 끌며 걷는 속도로만 굴러간다.

국왕의 반지는 붉은 루비가 십자가 모양으로 박혔으며,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 왕의 위엄을 드러낸다. 1831년에 제작된 윌리엄 4세의 것을 에드워드 7세 때부터 사용했다. ‘헌납의 검’은 1821년 조지 4세 대관식 때 제작된 것으로, 대주교는 검을 축복한 뒤 왕에게 건네며 선을 보호하고 악을 처벌하는 데 사용하라고 명령한다. 군의 수장 역할을 상징하는 ‘속세 정의의 검’, 신앙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상징하는 ‘영적 정의의 검’, 칼끝이 없는 ‘자비의 검’(커타나)도 쓰인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하루 앞둔 5일 오후(현지시간) 찰스 3세 내외가 탄 마차가 통과할 런던 버킹엄 궁 인근 더 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화국 전환·가족 갈등은 불씨

카리브해 영연방 왕국인 벨리즈와 자메이카 정부 고위 인사들이 영국 찰스 3세 대관식을 앞두고 잇따라 공화국 전환 추진 발언을 내놨다.

조니 브리세뇨 벨리즈 총리는 4일(현지시간) 수도 벨모판에서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하고 “2021년 공화국으로 전환한 바베이도스의 다음 차례가 벨리즈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브리세뇨 총리는 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최근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에서 영국의 역할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귀족들의 노예무역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카리브해 국가들에 재정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또 영연방 국가의 원주민 지도자들이 찰스 3세에게 서한을 보내 영국 식민 지배를 공식으로 사과하고 왕실 재산을 이용해 배상하라고 요구한 데 동참했다.

말린 마라후 포트 자메이카 법무부 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대관식으로 공화국 전환 계획이 가속화됐다”며 “이제 때가 됐다. 자메이카는 자메이카 사람들의 손으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에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면서 “많은 자메이카인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좋아했으나 찰스 3세는 그저 외국인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영국 내부에서도 공화제 지지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리퍼블릭’은 대관식을 계기로 ‘내 왕이 아니다’라는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이에 더해 찰스 국왕은 해리 왕자와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원만하게 풀어내야 한다. 또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있는 앤드루 왕자에 대한 여론 역시 관리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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