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고 계시죠?...나폴리, '전설' 마라도나에게 '33년 만의 스쿠데토' 바치다

[인터풋볼] 김희준 기자 = 나폴리가 구단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33년 만의 스쿠데토를 바쳤다.

나폴리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나폴리는 5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에 위치한 다키아 아레나에서 열린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33라운드에서 우디네세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시즌 나폴리는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기존 주전이었던 빅터 오시멘,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 지오반니 디 로렌초가 건재했다. 여기에 새로이 영입된 김민재,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이 적응기 없이 핵심으로 거듭났다. 제대로 시너지가 일어난 나폴리의 질주를 그 어떤 팀도 따라갈 수 없었다.

후반기에는 부침을 겪었다. 나폴리는 후반기 인터밀란, 라치오, AC밀란 등 경쟁팀에 패배하며 라이벌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줬었다. 그 사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8강에서 AC밀란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살레르니타나와의 홈경기에서도 다 잡은 승리를 놓칠 정도로 팀 자체가 지쳐있었다.

그래도 마침내 스쿠데토를 차지했다. 나폴리는 우디네세전에서 전반 실점으로 끌려가며 또 한 번 대관식을 뒤로 미룰 뻔했으나, 후반 7분 오시멘의 천금같은 골을 잘 지켜내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마라도나 시대 이후 최초의 리그 우승이다. 나폴리는 1980년대 마라도나와 함께 1986-87시즌 역사적인 첫 스쿠데토를 들어올렸고, 그의 폭풍과 같은 활약으로 1988-89시즌 UEFA컵 우승, 1989-90시즌 세리에A 우승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마라도나가 나폴리에 끼친 영향력은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뀐 홈구장의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폴리의 또 다른 역사는 함께할 수 없었다. 마라도나는 지난 202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마라도나의 죽음에 전 세계 축구계가 슬픔에 잠겼고, 특히 나폴리의 애통함은 아르헨티나의 그것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살아있던 2010년대 중흥기를 맞이했으나 매번 뒷심이 부족해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곤 했다. 그러나 마라도나 사후 방향성 있는 이적 정책으로 유망한 신입생들과 구단 베테랑들을 적절히 융화시켰고, 마침내 마라도나 없이 처음으로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나폴리가 스쿠데토를 마라도나에게 바쳤다. 나폴리는 6일 공식 SNS에 나폴리 항구에서 우승컵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는 나폴리 선수가 있는 그림을 게재하며 "위에서 지켜보고 계신 분들께..."라는 애틋한 문장을 남겼다. 마라도나를 비롯해 구단을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뜻깊은 헌사였다.

사진=나폴리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