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 침 테러는 男개그맨, 사과는 女아나운서가? 이상한 日 사죄 문화

일본 개그맨이 망원시장에서 비위생적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일본 아나운서가 사과해 논란이다. 사진｜TBS 방송 캡처

일본의 유명 개그맨이 한국 망원시장에서 침이 묻은 꼬치로 판매용 음식을 시식해 논란이 된 가운데, 잘못을 한 개그맨 대신 아나운서가 대리 사과해 질타를 받고 있다.

타무라 마코 아나운서는 지난 5일 방송된 일본 TBS 아침 정보 프로그램 ‘러빗!(LOVE it!) 방송 말미 “지난 2일 방송된 한국 여행 방송분에서 출연자가 이쑤시개로 판매 중인 음식을 찍는 행위가 있었다. 이후 시청자분들께 여러 지적을 받았다. 프로그램 차원에서 이는 부적절했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고, 가게에 직접 사과를 전했다.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일본 개그맨이 망원시장에서 비위생적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ㅣTBS 방송 캡처

앞서 2일 방송된 ‘러빗!’ 방송에서 개그맨 야마소에 히로시 등 출연진은 한국 망원시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시장 골목에 서서 함께 닭강정을 시식했는데, 히로시는 자신이 먹던 꼬치를 이용해 판매를 위해 쌓아 놓은 닭강정을 집어 먹었다.

가게 사장과 점원도 팔로 ‘X’자를 만들어 금지 표시를 하며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란 의사표시를 강력히 했다.

그럼에도 히로시는 한국어로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맛있다는 의미와 프로그램명을 섞은 “라비소요, 라비소요”라는 응답을 하는 등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은 채 가볍게 넘어갔다.

방송 후 일본도 발칵 뒤집혔다. 최근 회전초밥 ‘침 테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등 일본 내 공공음식점 위생 논란이 민감한 탓에 히로시의 이번 행동에 대해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지 언론도 대대적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다뤘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사과 대신 VOD에서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다.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가 아닌 아나운서에게 대리 사과문을 발표하게 했다.

현지에서는 남성 개그맨의 잘못을 여성 아나운서가 대신 사과하게 한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잘못을 일으킨 개그맨이 아니라 여자 아나운서가 왜 대신 사과해야하냐”, “남성 연예인을 지키려 여성 아나운서를 희생시켰다”, “여자 아나운서에게 사과문을 읽게 한 제작진도 큰 문제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