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돌파구는 아세안이다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우리나라의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어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수출 시장 1위인 중국에 이어 2위였던 아세안(ASEAN)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성장의 심각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의하면 올해 3월 대아세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5.4% 증가하여 아세안은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아세안 수출에 대하여 한국과 중국의 반응이 다른 이유로 수출 구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강대국이라고는 하나 최종소비재 보다는 일부 중간재, 특히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렇다 보니 무역수지가 반도체 수출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대아세안 수출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다르다. 중국은 대아세안 수출에 있어 최종소비재가 주이다 보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소비시장이 한계가 있는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을 포기할 수 없다. 수출 품목 다양화, 주요 수출 중간재에 대한 기술력 강화, 최종소비재 수출 지원 등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출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아세안 수출 시장 확보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세안은 매우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은 일찍이 아세안을 주목하였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해 미국은 인도 태평양 전략,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 일본은 인도·태평양 구상, 인도는 신동방 정책, 한국은 신남방 정책 등을 추진하였다.
이런 가운데 2021년 10월 아세안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하자, 미국은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 11월 양자 간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도 했다. 미중 양강구도 하에서 아세안은 경제를 뛰어넘어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역시 한국과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이 되는 해인 2024년 양자 간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할 것을 제안하며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국제정세의 안정을 위해 정치, 외교 측면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여 안정적인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
아세안을 신속히 안정적인 수출 시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최종소비재 중심의 수출 구조라는 점도 있지만 "하이난자유무역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중국·아세안 협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주도하에 2020년도부터 하이난성 전역을 자유무역항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이난자유무역항의 제도적 이점과 2022년 1월 1일 발효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중국이다. RCEP은 아세안이 주도한 15개 국가 간의 다자 FTA로 아세안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많은 지역이 RCEP을 기회로 삼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노력을 가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대표적인 지역이 하이난성이다. 하이난성은 하이난자유무역항(海南自由贸易港)라는 제도적 이점을 살려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20개 시행조치"를 발표했다.
구체적 조치로 △산업망·공급망 구축 및 배치를 통해 RCEP 정책효과 제고 △RCEP 농산품·서비스소비·디지털 경제 빅마켓 등 공동 플랫폼 시장 구축 △중국 국내기업 아세안 시장 진출 기지 및 외국기업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지로 적극 활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이커우(海口) 해관에 따르면 2020년 11월 이후 하이난 수출입규모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3월 수출입 규모가 역대 처음으로 200억 위안을 돌파했고 2023년 1분기 하이난 대아세안 수출입 규모는 80억 6천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29.8% 증가했다. 하이난자유무역항과 하이난 정부의 적극적인 RCEP 활용이 하이난의 대아세안 수출입 확대는 물론 수출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인 하이난자유무역항과 하이난성의 적극적인 RCEP 활용으로 아세안이 중국의 안정적인 수출 시장이 되었다. 비록 하이난자유무역항과 같은 제도적 지원은 불가하겠지만 수출 품목 다양화, 중간재 기술력 강화, 최종소비재 수출 등 방면에서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여 다각도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어 안정적인 아세안 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국가와 지역 간 교류 필요
지역 차원에서도 아세안과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어느 일방의 필요에 의한 협력 강화는 있을 수 없다. 양자가 서로 상생발전 할 수 있을 때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차원에서 학술교류, 민간교류 등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혐한과 혐중을 반면교사 삼아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교류확대에 힘써야 아세안이라는 안정적인 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금미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초빙교수]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돌파구는 아세안이다
- '60억 가상화폐' 논란 김남국 "구체적 거래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 흑산도를 토건 세력에게 맡겨 둘 수 없다
- 박광온, 이재명 "괜찮다" 했지만 '尹 회동' 재차 거부
- 윤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효과? 지지율 3%p 상승
- "검토한 1천건 중 문제 없는 입양은 한건도 없었습니다"
- '아메리칸 파이' 잘했다. 정작 중요한 건…
-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빼고 원내대표 만나도 괘념치 않아"
- [단독]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 가해자, MBC <연인>에 업무복귀
- 국민의힘, 태영호 중징계론 대두…'윤심'은 태영호 잘라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