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익 배당금 지급하자 지방 인구가 살아났다

최성근 시사저널e. 기자 2023. 5. 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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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게 신재생에너지 연금 주는 지자체 늘어나 
지방 소멸뿐 아니라 노인 빈곤 해법으로 거론

(시사저널=최성근 시사저널e. 기자)

신안군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시 신안군과 주민이 발전소설립법인(SPC) 지분의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 참여토록 하고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발전사업자 개발이익도 주민과 공유하도록 했다. 주민은 협동조합을 통해 사업에 참여한다. 사업 동의 의미로 조합 가입비 1만원만 내면 된다.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신안군은 2021년부터 자라도, 안좌도, 지도, 사옥도 등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된 섬 지역에서 나오는 수익을 '햇빛연금'이란 이름의 주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안좌도·자라도는 2021년 4월부터 9회에 걸쳐 총 35억원4000만원, 지도·사옥도는 2021년 11월부터 7회에 걸쳐 35억8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지난 4월부터는 임자도에도 배당금을 주기 시작했다. 향후 비금도, 증도, 신의도 등에도 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수익을 통한 지급액은 안좌도 1인당 12만~26만원, 자라도 17만~51만원, 지도 11만~26만원, 사옥도 22만~60만원 정도"라며 "지난달 26일 처음 배당금을 지급한 임자도는 10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사업의 수익금을 지역 주민에게 배당하는 신재생에너지 연금이 지방 소멸과 노인 빈곤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단지 ⓒ연합뉴스

신안군, 해상 풍력으로 1인당 600만원 지급 예상

신안군 내 신재생에너지 연금을 주는 지역엔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안좌도, 자라도, 지도, 사옥도의 경우 연금 지급 시점을 기점으로 줄었던 인구가 크게 반등했다. 자라도에선 폐교 위기에 처한 한 초등학교가 아이들이 새로 전입하면서 폐교 결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신안군 전체로는 인구가 감소했으나 배당금을 지급받는 곳의 인구는 오히려 늘었다"면서 "첫 배당금이 나간 시점(2021년 4월)과 올해 3월31일을 비교하면 안좌도는 135명, 지도는 70명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안군 측은 배당금 지급이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신안군 관계자는 "배당금에 대해 묻고 전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들어왔다"며 "귀농, 귀촌 지원을 받는 김에 기왕이면 신재생에너지 배당금도 함께 받는 지역으로 가고 싶단 전입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태양광 외에 해상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기반 배당금 지급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8.2기가와트를 설치할 계획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상 풍력이 완료되면 신안군 전체 1인당 600만원씩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신안군 측은 예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연금은 지방 인구 다수가 경제력이 열악한 노인이란 점을 감안할 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노인 빈곤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태양, 바람 등 지역의 공유자원을 활용해 주민의 소득을 보전해 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 가능한 면이 있단 분석이다.

전북 익산시 성당포구마을은 2021년 완공된 태양광 시설에서 나온 수익금을 기반으로 지역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마을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만수동 마을은 공동 양식한 바지락 수익금을 마을 고령자·장애인 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농어촌 사회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연금 사업을 통해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도 마련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이나 바람, 바다, 숲 등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연금은 지방의 인구 소멸을 방지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단 분석이다. 고 위원은 "지역 소멸이 나타나는 원인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자연적 인구 감소도 있지만, 소득 기반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회적 전출도 굉장히 큰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연금 같은 사업이 활성화되면 적어도 소득 기반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회적 전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부분들이 결국 지역 소멸 위기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출향민 같은 경우 다시 고향을 찾아 귀농, 귀촌하는 비율도 늘어나 지역 소멸 위기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요셉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022년 9월 지방 소멸 대응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 보완·보편 복지 논란은 과제

지역 자원 기반 연금은 정부의 노인 정책이 일자리에 쏠리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나이가 들수록 건강상 이유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고, 근로 의사가 없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고령층을 억지로 일하도록 유도하는 게 꼭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65세, 70세 이상 고령 취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고령 빈곤율이 높고 연금이 성숙되지 않다 보니 원치 않아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고령 취업자가 많다"며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어려운 노인들은 이미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일을 할 수 없는 어르신들은 기초연금 등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노인이라고 다 똑같은 조건이 아니기에 소득, 재산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고 위원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독자적으로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자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고, 운영과 관련해서도 지자체 조례 등이 마련돼 주민들이 갈등이나 문제 없이 운영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 자원 기반 배당금 제도가 확대되면 보편·선별 복지를 두고 사회적 찬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 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기본적 복지가 부족하기에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충에 더해 연금 같은 소득보전 제도가 강화되면 좀 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연금식으로 제공하면 근로 의욕을 갖고 일하려는 고령자의 근로 의욕을 억제한다는 우려가 제기될 것이다. 이 부분은 해답이 있다기보다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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