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주식이 ‘종교’가 될 때 당신의 투자금은 ‘성금’이 된다

하어영 2023. 5. 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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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5만원권.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검찰과 금융당국으로 꾸려진 합동수사팀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사 사태’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대성홀딩스·삼천리 등 8개 기업의 주가가 한꺼번에 폭락한 원인을 찾고 있는 건데요.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주문을 낸 주체가 누구인지, 그게 정상적인 거래였는지를 파악하는 게 수사의 핵심입니다. 금융당국은 왜 이번 사태를 두고 ‘주가조작 사건’이란 의심을 하는 걸까요? SG발 주가조작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을까요? 이재연 경제산업부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누가, 얼마큼 피해를 본 건가요?

이재연 기자: 이번 작전세력의 금융상품(CFD·차액결제거래)에 직접 투자했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1000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손실을 본 금액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요. 근데 지난 24일 이후 4일 동안 날아간 8개 종목의 시가총액만 총 8조원이 넘거든요. 그 종목들을 가지고 있다가 덩달아 피해를 본 일반 투자자들 손실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The 2] 작전이면 계속 주가를 올려야 이익을 보는 거잖아요. 근데 왜 폭락한 거예요?

이재연 기자: 작전세력이 활용한 CFD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주식을 사고 싶은데 지금 4만원밖에 없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그래도 증권사는 4만원만 받고선 10만원짜리 주식을 사줍니다. 투자자가 아니라 증권사 명의로요. 그다음에 주가가 11만원으로 오르면 증권사가 수익 1만원 중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을 투자자에 줍니다. 낸 돈의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차입거래)인 것이죠.

CFD는 고수익이지만 고위험 상품이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처음에 내야 하는 증거금(보증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거든요.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증거금을 더 넣어야 하는 거죠. 만약 그걸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청산, 즉 팔아버립니다. 이걸 반대매매라 부르는데요. 나흘간의 폭락장으로 상당수 투자자가 손실을 봤을 걸로 보입니다.

임창정씨가 주가조작단이 연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JTBC 갈무리

[The 3] SG증권을 통해 주식을 마구 팔아서 폭락장을 유발한 게 누군가요?

이재연 기자: 일단 작전세력이 CFD를 통해 시세조종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드릴게요. CFD 자체는 합법적인 금융상품이지만 작전세력은 그걸 통해 불법인 ‘통정매매’를 한 걸로 보입니다. 통정매매는 각자 여러 개의 계좌를 가진 투자자들이 목표금액을 정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다음에 큰 돈을 이용해 서로 매도와 매수를 주고 받죠. 그러면 거래량이 부풀려지거든요. 때론 호재성 뉴스를 흘리기도 하고요. 결국 주가가 급등하게 됩니다. 그걸 보고 투자자들이 또 몰리게 되고요. 이렇게 주가가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 작전세력은 뒤늦게 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던지고 나옵니다. 보통은 이 과정은 단기간에 이뤄지는데요. 이번엔 무려 3년에 걸쳐 주가를 천천히 끌어올렸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시세조종 과정에서 중요한 건 추가 투자자가 들어와서 주식을 계속 사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중간에 누군가 ‘난 청산하고 나갈게’ 하면서 그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걸로 보입니다. 결국 도미노처럼 너도나도 주식을 막 던지고 나오기 시작하니까 폭락하게 된 거죠.

The 4] 이득을 본 사람은 없나요? 엄청 돈을 벌었단 사람들도 있잖아요.

이재연 기자: 분명히 있겠죠. 작전세력이 3년이나 고수익 상품을 통해 시세조종을 하는 과정에서 1000%가 넘게 상승한 종목도 있거든요. 대성홀딩스는 1664%나 올랐고요. 상승 구간에 정산을 받은 투자자는 큰돈을 벌었겠죠. 이때 작전세력을 이끌었단 의심을 받는 라덕연 전 대표도 수수료로 엄청난 수익을 챙겼을 거란 말도 나오고 있고요.

[The 5] 가수 임창정과 같은 투자자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아니면 주가조작 공범인가요?

이재연 기자:피해자라는 말은 좀 신중하게 써야할 것 같습니다. 만약 투자자가 불법인 통정매매가 이뤄질 걸 알고도 작전세력에 돈과 휴대전화를 맡겼다면, 이건 불법에 공모했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 중엔 돈을 날리고 검찰수사까지 받을 상황에 몰리니 피해자 쪽에 서려는 공범도 있을 수 있고요. 물론 진짜 모르고 당한 피해자도 있을 수 있죠. 이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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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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