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 달째 남북 통신선 '고의불통'…추가 도발 준비하나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우리측과의 공식 연락채널을 이용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지 7일로 한 달이 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 같은 '고의적 불통' 상태에서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한 데다 정찰용 인공위성 발사까지 예고했단 점에서 재차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업무개시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그간 남북한은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선 평일 기준(토·일요일 제외) 오전 9시 개시통화와 오후 5시 마감통화를, 그리고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으론 주말을 포함한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및 오후 4시 마감통화를 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달 7일 이후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정기통화 시도 모두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남북연락사무소 통신선과 군 통신선 모두 우리 측 구간엔 기술적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북한 간의 통신연락선 운용이 이처럼 전면 중단된 건 2021년 10월4일 복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20년 6월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끊었다가 2021년 7월 복원했으나, 같은 해 8월 우리 군의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을 이유로 다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50여일간 '불통' 상태가 지속된 적이 있다.
북한은 이번 통신선 차단 이유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6일 개성공단 내 우리 측 투자 자산의 무단사용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는 내용의 대북통지문 수령을 거부한 뒤 그 다음날부터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단 점에서 이 문제가 직접적인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남북 통신선 단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과거 일방적으로 통신선에 응답하지 않다가도 '대화 모드'로 전환할 때 통신선 복구에 나섰으나, 지금은 남북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통신선 무응답 1주일째였던 지난달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또 같은 달 15일엔 서해 백령도 동북방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측 수역에 진입했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 뒤 퇴각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북한은 4월19일엔 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 제작을 완료했다며 그 발사를 예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라고 지시, 연중 1호기 이후에도 2~3호기 등의 정찰위성 발사가 이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엔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 합의를 담은 '워싱턴 선언'에 막말을 동원한 비난성명을 쏟아내고 있고, 한미 정상을 겨냥한 '화형식'까지 벌이는 등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오는 7일엔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만큼, 북한이 추가 도발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향후 도발 시나리오로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화성-18형' 등 추가 시험발사, 군사정찰위성용 발사체 시험발사, 수중 핵드론(핵어뢰) '해일' 추가 시험발사 등이 거론된다. 전례없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벌일 수도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안 지역에서 새로운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ICBM 개발 거점으로, 김 총비서가 작년 3월 이곳을 현지지도한 뒤 발사장 전체의 확장과 현대화를 지시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통신선 정기통화에 응할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아 이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북한의 전술적 도발에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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