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년만에 대관식, 명당 잡으려 밤샘 야영"…英 축제 분위기
203개국 내빈 2300명 참석…인플레 생활고·군주제 회의감 등 비난 의견도
(서울·런던=뉴스1) 정윤영 윤수희 기자 =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성대하게 막을 여는 가운데, 악천후 예보에도 시민들은 70년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관식 행사를 보고자 밤샘 야영을 강행했다.
찰스 3세 국왕의 황금마차 행진이 진행되는 '더몰'에는 6일(현지시간) 텐트 행렬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아 술을 마시는 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영국 국기뿐 아니라 찰스 국왕의 얼굴을 새긴 깃발, 현수막 등을 몸 주변에 두르며 영국 국기 무의 모자, 왕관 모양 선글라스 등을 쓰며 70년 만에 열리는 대형 이벤트에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또 이들은 찰스 국왕을 응원하는 의미로 "힙, 힙, 후레이"(hip hip hooray)를 외치는가하면 영국의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을 떼창하며 축제 분위기에 심취해 있었다.
텐트 옆 펜스에는 영국 국기, 찰스 국왕 깃발 등을 잔뜩 달아놨는데,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의 국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전세계적인 관심을 실감케 했다.
카렌 체임벌린(57세)은 어린 아들과 함께 명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야영을 했다면서 "너무 흥분된다. 우리 중 누구도 대관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서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영국 왕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는 익명의 관람객은 "대관식을 첫 줄에서 보고싶어 야영을 쳤다. 다른 사람들이 내 시야를 가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찰스 국왕은 충분히 오랫동안 훈련하고 기다렸으며 어머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군인들부터 백파이프, 말, 거대한 금색 마차, 그리고 환호하며 소리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몰의 분위기까지. 퍼레이드의 모든 광경을 볼 생각에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69세 바바라 크라우더는 '코로네이션 스트리트(대관식 거리)' 현수막을 걸면서 야영을 쳤는데, 그는 당초 야영을할 생각이 없었지만 행사를 보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야영을 하지 않으면 국왕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고 BBC에 전했다.
남편, 두 딸과 함께 야영을 친 케이티 고든도 "대관식을 위해 야영을 쳤다. 우리를 위해 페이스페인트를 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림을 무료로 그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웨스터민스터 사원 주변은 현지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각국 방송사들의 취재 현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웨스터민스터 사원 건너편에 가건물을 세워 취재 부스를 만들어 놓고 있었고 경찰들은 인도 가장자리에 펜스를 세워 안전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꽃이 모두 담긴 대관식 기념 장식물이 가로등과 나무에 연이어 달려있었다. 더몰에는 영국 깃발과 더불어 영연방 국가들의 국기도 함께 달려 있었다.
한편 대관식은 런던 시간으로 6일 오전 10시20분, 한국시간 오후 6시20분께 국왕 내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입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왕이 대관식 의자 앞에 기립하고 켄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인정하는지를 참석자들에게 확인하면, 참석자들은 '갓 세이브 더 킹'으로 화답하며, 국왕의 즉위를 인정한다.
이후 맹세의식, 성유, 왕관 의식이 이어지며, 왕족 및 귀족의 충성 서약을 끝으로 대관식이 마무리 된다. 국왕 내외는 다시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까지 대관식 행진(the Coronation Procession)을 한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행렬, 퍼레이드, 패전트리(pageantry, 화려한 왕실 행사) 등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눈부신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의 역사, 문화, 전통을 자랑스럽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왕실에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는 소중한 의식"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대관식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군주제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대관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203개 국가 및 단체를 대표해 2300여명의 내빈이 참석한다. 영국 치안 당국은 최대 2만9000여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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