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신뢰도' '사회적책임' 고려 광고배정 기준 필요"
[인터뷰] 이근영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 이사회 의장
"트래픽 낮아도 사회적 책임 다하고 신뢰성 있는 언론 가치 인정 받아야"
"돈이 좋은매체로 흘러야 저널리즘 살아, 선순환 구조 만들 것"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인터넷신문에도 ABC 부수인증과 같은 제도가 필요할까. 인터넷신문판 광고집행 기준 마련을 화두로 내건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IDI)가 출범 3년차를 맞았다.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자율공시 사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는 인터넷신문판 ABC협회라 할 수 있지만 ABC협회와는 방향성이 다르다. 양적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뢰성' '사회적 책임' 항목을 함께 측정한다. 언론계 인사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로 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기구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근영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 이사회 의장을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기구의 필요성과 역할, 과제 등 전반을 물었다.
인터넷신문 단체는 언론사단체인 인터넷신문협회와 자율규제기구인 인터넷신문위원회가 있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는 이들 기구와 무엇이 다를까.
이근영 의장은 “종이신문을 생각해보면 신문사들의 협회인 신문협회가 있고 자율규제 기구인 신문윤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부수 인증기구인 ABC협회가 있다”며 “과거 인터넷신문협회장을 했다. 당시 뼈저리게 느꼈던 점이 인터넷신문이 1만개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이 많은 언론사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시스템이 없기에 시장이 왜곡돼 있었다”고 했다.
무엇이 '왜곡'됐을까. 이근영 의장은 “언론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상황이다. 인터넷신문 홈페이지 매체 소개란에 접속하면 '언론 발전에 이바지한다' '저널리즘을 추구한다'고 돼 있는데 기사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독자들부터 혼란이 온다”며 “광고주 입장에선 인터넷신문에는 광고를 집행할 기준 자료도 따로 없다. 그래서 무리한 광고 요구를 받곤 한다. (인터넷신문 정부광고 비중이) 전체 정부광고의 2~3%에 불과한 문제도 있다. 인터넷신문의 위상에 맞게 정상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돈이 좋은 매체로 가야 좋은 저널리즘을 하려는 매체가 살아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구를 만들게 됐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신문판 ABC제도로 볼 수 있지만 '차이'가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 트래픽과 같은 정량적 지표만 반영해 평가하지 않는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는 “인터넷신문에 대한 기본정보를 비롯하여 신뢰성, 영향력, 사회적 책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공정하게 검증하여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인터넷신문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시 항목은 '신뢰성' '매체 영향력' '사회적 책임'으로 구성돼 있다. 서약 신청서를 보면 포털 제휴 여부와 언론사 홈페이지 트래픽 외에도 △주요 SNS 운영 현황 △1인당 기사 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들 정보를 고려해 '영향력'을 측정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과 '신뢰성' 측면에선 △수상 실적 △자율심의 서약사 여부 및 심의 결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결과 △편집위원회 운영현황 △독자위원회 운영현황 등을 제출해야 한다.
“온라인 트래픽만을 기준으로 공시한다면 저널리즘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격이다.” 이근영 의장은 “만약 트래픽만을 기준으로 했다면 과거 종이신문들이 경쟁하면서 자전거 주고, 끝내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거다. 트래픽 올려주기 위해 조작하는 전문업체가 생겨날 수 있다”며 “그래서 저널리즘 측면에서 신뢰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보도록 했다. 어떤 언론사는 트래픽은 낮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신뢰성이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인정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근영 의장은 “기준은 지속적으로 논의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시된 자료가 특정 언론사에 유리하게 구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근영 의장은 공시 자료 신뢰성 확보를 위한 독립적 '거버넌스' 구축에 노력했다고 답했다. “우리 이사 중 3명만 언론계 출신이고 이 외엔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을 포함했다. 언론 쪽에서 주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시 자료 검증은 별도의 검증위원회가 맡는데 검증위엔 언론사 현역 인사가 없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은 오해를 받지 않으려 이렇게 했다.”
인터넷신문자율공시기구 이사에는 인터넷신문업계 인사뿐 아니라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지원배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좋은 취지의 기구이고 심사가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해도 정작 이 지표가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좋은 기준을 마련한 것과 실제 광고주가 이를 적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 이근영 의장은 “우선 지자체와 공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광고부터 설득하고 있다. 정부광고에 2조 원씩 지출하는데 저널리즘 생태계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광고 업무를 대행하는) 언론재단은 종이신문에는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신문에는 기준이 없다. 우리가 만든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뢰성과 사회적 책임을 반영해 정부광고를 하면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과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비판 기사를 빌미로 기업이나 지자체 광고를 받아내는 언론사들이 적지 않다. 광고 담당자의 역량이나 매체의 성향에 따라 광고를 배분하기도 한다. 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포털이 의도치 않게 광고 시장을 왜곡시켰다. 검색제휴만 돼도 협박을 해 광고를 받아내는 일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ABC와 같은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왜 우리 광고 안 주냐'고 할 때 근거가 생긴다. '우리는 이 기준에 따라서 한다'고 답하며 이상한 매체에 광고를 주지 않을 최소한의 핑계가 생기게 된다. 물론 회의적인 생각이 있다는 것도 안다. 광고주의 인식이 자동으로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광고에서 시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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