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루나 코인’ 권도형, 한국서 수사해야···사상 최장기형 예상”

송원형 기자 2023. 5. 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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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상 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해외 도피 중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으로 데려와서 기소해야 한다”고 미국 유력 매체에 밝혔다. 검찰이 권씨 신병 확보를 놓고 미국 당국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관련 증거와 공범들이 있는 한국에서 권씨를 수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을 기소하면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단성한(49)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은 5일(현지시각) 미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 성격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수사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정의를 가져다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많은 증거와 공범들이 있다”며 “만약 권씨가 한국에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한국 금융 범죄 사상 최장기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금융범죄 최고 형량은 1조원대 피해를 가져온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주범 김재현씨가 작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받은 징역 40년인데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권도형씨는 루나·테라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작년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루나·테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작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와 세르비아 등에 머물다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오는 11일 몬테네그로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사법 절차가 끝나면 다른 나라 법정에도 서야 하는 상황이다. 권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이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작년 5월부터 루나·테라 사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그해 9월 권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풀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권씨를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도 권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WSJ는 법률 전문가들이 권씨를 몬테네그로에서 데려오는 데 한국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몬테네그로는 여러 나라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어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단 단장은 한국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단 단장은 “이 사건은 ‘조직화한 범죄’로 루나·테라가 어떻게 운영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졌는지 확인과 추적이 필요하다”며 “권씨의 사기 혐의 일부가 미국에서 벌어졌을 뿐이다. 권씨가 기소될 혐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많은 증거를 수집했으며, 상당수는 미국에서 쉽게 없을 수 없는 정보”라며 “한국에서 권씨를 성공적으로 기소하면 미국에서 추가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수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최선인가 하는 문제”라며 “미국 당국이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단 단장도 범죄인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씨가 몬테네그로 법원에 계속 항소를 하면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는 것이다. 권도형씨 측도 미국행은 원하지 않는 듯하다. WSJ는 권씨 측 대리인들이 “미국 사람들에게 직접 루나·테라를 팔지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5일 루나·테라 관련 사건과 관련해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포함해 10명을 기소했다. 신씨는 권도형씨와 함께 루나·테라를 만든 핵심 인물로 꼽힌다. 신씨 등은 테라 1단위는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는 장치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신현성씨와 권도형씨가 추진한 ‘테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다”며 “실제로 테라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신 전 대표 등은 자신들끼리 거래를 반복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테라 가치가 유지되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테라·루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부당 이익이 최소 4629억원이라고 봤다. 검찰은 피해 회복 등을 위해 법원에 신씨와 권씨 등의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 보전을 청구해 2468억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검찰은 이번 신씨 등을 기소하면서 루나에 대해 ‘증권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테라폼랩스 입장에서 보면 루나는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상품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테라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것이다. 단 단장은 WSJ에 “한국 법원이 루나의 증권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루나가 투자 수단으로 구조화되고 거래되는 방식은 증권의 정의와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현성씨 등에 대해 기소한 혐의는 권도형씨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단 단장은 끝으로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가상 화폐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가상 자산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장치를 마련하고,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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