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없는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은 없을까?[긱스]

2023. 5. 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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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의 혁신경제 시대 - 커뮤니티경제(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무신사, 당근마켓, 오늘의집... 유니콘이 된 플랫폼 회사들의 공통점은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커뮤니티(Community)→콘텐츠(Content)→커머스(Commerce)로 이어지는 이른바 3C 확장 단계의 성장 공식도 특징입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커뮤니티경제에 대한 생각을 한경 긱스(Geeks)와 공유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중 상당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는 사표와 창업이라는 꿈을 가지고 매일 출근한다. 나도 20년 이상 한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회사 주변의 감자탕, 순대국 가게에는 퇴근 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실 가장 가성비 있게 편하게 취할 수 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항상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팀장에게 기분 좋지 않은 잔소리를 들은 친한 후배가 퇴근길에 순대국 집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며 “정말 더러워서 때려 치우든가 해야지, 챙겨주지도 않으면서 일만 많이 시키고...부장님 저 나가서 국수라도 말아야 겠습니다”고 푸념한다.

결국 순대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나서야 “그래도 아이가 유치원생이고 아파트 대출도 갚아야 하니까, 다녀야 할 것 같네요. 내일 회사도 출근해야 하니 이제 집에 가야겠어요”를 끝으로 술자리는 마무리된다.

순대국집을 나오는데 우리 말고도 ‘때려 치우고 싶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저들도 내일 결국 다시 일터로 갈 것이다. 나와 내 후배처럼. 언젠가는 내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말이다. 내 후배는 결국 때려 치우지는 못하고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유니콘의 공통점은?

우리가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항상 걸리는 지점이 있다.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과 '특별한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 또는 일반 취미 생활을 기반으로 창업해 유니콘 기업이 된 사례들이 많다.

이제는 '커뮤니티경제' 시대다. 커뮤니티란 단순하게 모임이나 지역 모임을 지칭 하는 단어가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위해서 커뮤니티경제와 구독경제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들은 커뮤니티와 구독경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 곧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 여기는 아이템에 기반한 커뮤니티의 확장을 통해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커뮤니티(Community), 콘텐츠(Content), 커머스(Commerce)로 성장하여 유니콘이 된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앞으로 살펴볼 기업들은 커뮤니티(Community)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커머스를 하는 경우에는 커뮤니티에서 콘텐츠(Content)를 만들고 그 후 커머스(Commerce)로 성장한다. 즉 3C를 통해 성장하고 통상 버티컬과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고객을 락인 하고 있다.

 전 국민이 '환장하세요?' 할 뻔

우리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몇 년 사이에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들 또는 업종의 1위 기업들을 찬찬히 그리고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놀라운 공통점과 마주치게 된다.  

요즘 성장하는 기업들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그 후 커머스로 성장한다. 즉 3C를 통해서 성장하고 보통 버티컬(vertical) 또는 구독의 요소를 가미한다. 즉 성장하면 궁극적으로 구독경제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 관련 BM도 마찬가지다. 당근마켓, 무신사, 오늘의 집 등이 모두 이런 사례다. 야놀자 역시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당근마켓을 페이스북보다 더 자주 사용한다는 통계가 나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언론은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당근마켓이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생활 커뮤니티'에 초점을 둬 차별화했다고 분석한다.

기존 중고거래는 택배를 근간으로 하다보니, 상자를 뜯는 순간까지 벽돌이 나올지, 쓰레기가 나올지, 진짜 물건이 나올지 마음 졸여야 했다. 그런 '페인포인트'를 해결한 것이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처음엔 GPS 위치인증을 기반으로 '진짜' 이웃끼리 믿고 거래하는 서비스로 신뢰를 얻었다. 이제는 지역의 소통의 공간, 나눔 및 홍보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재직 당시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간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김용현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판교장터(당근마켓)를 만들었다.

당근마켓은 2015년 판교 지역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 이름이 ‘판교장터’ 였다. 처음에는 카카오처럼 판교분당 지역의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회사 이메일을 인증하면 이용할 수 있었다. 이 사이트가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원이 아니어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판교 및 분당 인근 주민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그래서 전화번호와 GPS 인증을 도입하고 이름을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근 마켓은 채소 당근(carrot)이 아닌 ‘당신의 근처’라는 뜻이다.

당근마켓의 2021년 연결 건수는 전년도보다 30% 증가한 1억5500만 건으로 급성장 중이다. 전국민이 당근이세요?가 아니라 ‘판장(판교장터’)이세요? 라고 할뻔 했다. 판장은 잘못 들으면 ‘환장이세요?’라고 잘못 들릴 우려도 있어보인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으로 1년 만에 1000만명 이상 증가했다.

 하이퍼로컬 기반 커뮤니티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한참 평가가 좋을때의 당근마켓 기업가치는 3조원으로 신세계(2조5000억원), 롯데쇼핑(2조6000억 원)보다도 크다. 당근마켓은 하이로컬 기반의 커뮤니티다. 하이퍼 로컬(hyper-local)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다.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점, 카페, 쇼핑몰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자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지역 기반의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했다. 사람들이 시내를 가지 않고 동네의 가게를 많이 이용하게 되고, 동네에도 특색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 선순환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지역·동네를 기반으로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중고 거래, 동게시판 등 지역 관련 각종 정보 교류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하면서 하이퍼 로컬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20개국 8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 56%가 ‘동네(neighborhood) 상점'을 전보다 더 많이 이용, 이들 가운데 79%는 “코로나 이후에도 동네 상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장규모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은 2019년 9730억달러에서 2027년 약 273% 늘어난 3조6343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근마켓의 성장으로 여러 대기업도 하이퍼 로컬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도 예외는 아닌데 네이버는 2020년 12월 네이버카페에 ‘이웃 서비스’를 추가하며 지역 기반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2021년 3월 네이버카페에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지역 정보나 맛집 정보 등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이웃 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엔데믹으로 인해 하이퍼로컬 기반 당근마켓의 승승장구는 잠시 브레이크가 걸린 듯 하다. 당근마켓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499억원으로 2021년 257억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도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00억원 넘게 증가한 565억원이라고 한다.

적자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당근마켓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업종의 중고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고나라의 2022년 영업손실은 95억원으로 2021년 영업손실 12억원 대비 약 700% 증가했다. 참고로 중고나라는 롯데쇼핑이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인수했다.

당근마켓의 매출은 플랫폼 기업이 그렇듯이 대부분 광고수익이다. 2021년의 매출은 499억원이었는데 이중 중 광고수익은 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94%)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외에 당근마켓 굿즈 판매 비용, 로컬커머스, 선물하기, 당근페이 계좌송금 수수료 등을 포함한 수수료 수익 등이 매출이라고 한다. 당근마켓이 작년에 론칭한 지역 기반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 ‘당근페이’는 9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은 8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하이퍼로컬의 중고거래는 환경 등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와 리셀테크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근마켓이 광고 이외에 딱히 주요 수입이 없기 때문에 지역 가게 홍보, 그리고 지역의 커뮤니티를 키워서 소비자들이 컨텐츠를 채워 넣는 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당근페이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강화 및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동네의 유용한 정보를 나누는 ‘동네생활’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폭우로 피해가 속출한 2022년 9월 8일부터 10일 사이 서울 지역 ‘동네생활’ 게시글 수는 일주일 전보다 40% 증가했다. 이는 이웃과 날씨 정보를 공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결국 물리적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당근마켓에 포털에서 검색해도 안 나오는 얘기들이 공유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예전의 동네 사랑방이 한 일을 당근마켓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라는 커뮤니티만으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은 이제 광고를 매개로 한 하이퍼로컬 커머스와 당근페이를 통해서 하이퍼로컬 금융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사내 중고 게시판을 보고 창업한 당근마켓처럼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 여기는 아이템을 기반한 커뮤니티의 확장을 통해서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커뮤니티, 컨텐츠, 커머스로 성장하여 유니콘이 된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겸 연구교수
법학을 공부했다. 국제거래법 석사, 상법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 법학연구원 회사법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구독경제:소유의종말'의 저자로 美 스탠퍼드대 구독 비즈니스 구축 및 확장 과정을 수료(Continuing Studies)했다.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비즈니스모델 혁신, 신사업개발, 스타트업발굴과 오픈이노베이션, 비즈인사이트 발굴, 지속가능경영 등을 수행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세청, 검찰, 서울특별시, 교육지원청, 정부 산하기관 등에서 자문위원 및 각종 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제 전문가로서 경제부처, 광역지자체, 공공기관, 시민단체, 대기업 등에 자문했으며 그랜드마스터클래스 2020 연사다. EBS '내일을 여는 인문학' 경제 분야에서 4회에 걸쳐 단독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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