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립미술관, ‘양평·몽골 현대미술展’ [전시리뷰]
한국과 몽골의 현대미술 작품 110점을 한 공간에 모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에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함께 몽골과 한국의 수교 33주년 의미를 더해주는 자리인 ‘양평·몽골 현대미술展’이 마련됐다.
몽골인 작가 29명과 양평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25명이 각각 빚어낸 몽골 작품 84점, 한국 작품 26점이 내걸렸다. 양국의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작품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몽골의 자연환경을 담은 영상이 2층으로 향하는 길 벽면에 상영되고 있다. 영상에선 몽골의 유목 생활 모습과 드넓은 평야에서 말과 양 등 몽골의 가축이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며 이곳을 지나면 몽골의 암각화와 몽골 풍경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또 몽골 전통 음악인 흐미가 흘러나와 몽골에 가지 않아도 몽골 현지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어지는 2층에는 양평군 작가들의 회화 26점이 전시돼 있다. 그중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푸른 소나무를 낡은 철판 위에 그려낸 김성우 작가의 ‘일월오봉도 2023’가 눈에 들어온다. 낡은 철판 위에 전통 회화를 담은 독특함과 함께 높은 산과 나무가 없는 대초원 지대 몽골 특성상 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용선의 ‘NY subway 2013’은 한 사람이 지하철 공간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모습을 그려냈다. 19세기 이후 개발된 대중교통 수단 지하철 공간의 운영과 함께 그에 맞게 적응해 행동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표현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지나면 몽골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 드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몽골이 품은 국가의 색채와 정체성이 단버에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아말사이항 작가의 ‘Ancient Queens 2022’는 화려한 색의 전통의상과 모자를 착용한 여성들을 담아냈다. 고대 여왕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작가만의 기법으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흑질바야르의 작품 ‘To be or not to be 2018’에서는 기린, 곰,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무로 된 사각형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악한 행동으로 야생동물 멸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현 시대의 수많은 장점과 더불어 존재하는 단점을 작가만의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전시를 기획한 라현정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현상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양국의 현대미술 전시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인류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21일까지.
서강준 기자 seo9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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