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도서관서 만나”...국내 최초 대학 전용 메타버스 체험해보니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의 한 회의실. 노트북으로 ‘UVERSE.CO.KR’에 접속해 미리 인증 받은 계정으로 로그인하자, 숙명여대 캠퍼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3D 가상 공간에 캐릭터가 생성됐다. 키보드를 조작해 캐릭터를 도서관 방향으로 움직였더니, 캐릭터가 뛰는 동작을 취하며 약 20초만에 도서관 입구로 왔다. 이어 계단을 올라 건물 2층 칸막이 의자에 앉자, 머리 위로 누적 공부 시간 ‘00:00:01′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자의 캐릭터 외에도 20명 남짓이 같은 층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숙명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약 800명의 학생이 접속했다.
이 가상 캠퍼스는 LG유플러스와 숙명여대가 공동 개발한 대학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 ‘스노우버스’다. 숙명여대 교직원·재학생이라면 노트북으로 접속해 다양한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스노우버스 도서관의 경우 운영 시간과 좌석 제한이 없고, 공부 시간이 기록돼 전교생 랭킹까지 집계된다. 또, 캐릭터가 2층에 마련된 단체석에 앉으면 캠스터디(캠을 키고 서로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그룹스터디 방식)’를 할 수 있는 ‘스터디윗미’가 활성화된다. 스터디윗미는 화면 공유, 채팅, 음성 대화 등 여러 기능이 지원된다. 이외에도 3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 사전 예약으로 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마찬가지로 스노우버스 안에서 캐릭터를 특정 공간으로 이동해 이용할 수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4월 스노우버스를 정식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만 1년이 지난 현재, 학생들에게는 시험 공부, 동아리 모임 등 각종 교내 활동의 장이 됐다고 한다. 인공지능공학부 3학년 이서윤(21)씨는 지난달 주 3~4회씩,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스노우버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주로 코딩 시험을 앞둔 동기 4명과 문제 푸는 연습을 했다”며 “화면을 공유하면 명령어를 잘못 입력하는 등 실수를 서로 확인해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씨는 숙명여대의 IT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데, 동아리원만 60명이 넘어 단체 모임도 스노우버스 안에서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교육학과 4학년 김다영(23)씨는 “학교 도서관은 밤 10시면 문을 닫지만, 스노우버스 도서관은 24시간 운영해 시험 시간에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개인 공부는 물론, 조별 과제 모임도 스노우버스로 한다”고 했다.
숙명여대는 작년 스노우버스를 활용해 신입생 캠퍼스 투어와 취업 특강을 진행했는데, 각각 약 1200명, 2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상시 이용 가능한 스노우버스 도서관의 경우도, 작년 말 한 달간 406명의 학생이 누적 공부 시간 6152시간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스노우버스가 학생들을 캠퍼스를 넘어 기업과 지역 사회로 이어주 차세대 커뮤니티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스노우버스에는 더본코리아의 커피숍 ‘빽다방’, 술집 ’한신포차’ 등 가상 매장이 들어서, ‘메타버스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스노우버스는 지난 4월 2주차 일평균 접속자 500명대를 기록할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향후 가상 공간을 캠퍼스 너머로 확장하고, 더 많은 기업을 입점시키는 등 메타버스의 활용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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