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역사에 남을 것”…유동규, 법정서 “정진상 씨!” 소리친 사연은?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장하얀기자 2023. 5. 6. 12:0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2화입니다. |
“거짓말을 할 것 같으면 할 수 있지만 거짓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역사에 남을 겁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연달아 지적하자 격분한 겁니다.
지난달 1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 6회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는 2014년 4월경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억5000만 원을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거주지로 찾아가 5000만 원, 1억 원으로 나눠 각각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2억4000만 원의 뇌물과 대장동 개발 특혜 대가로 사업 지분 일부(428억 원)를 제공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그건 모독이야. 정진상 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고성 오간 정 전 실장 뇌물 공판
이날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 신문에 나선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직무대리가 돈의 출처와 담은 물건, 건넨 장소 등을 놓고 증언이 번복되는 점을 집중 질문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돈을 담은 게) 2014년도 검은색 비닐봉투라고 이야기했는데 2019년도에도 검은색 비닐봉투인가 그냥인가?”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왜 의심이 가냐면 2014년에는 생생하게 진술하는 것처럼 검은색이라고 하다가 이후 진술에서는 검은색이 사라져서 묻는다”고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이 나서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고 말하라”고 말했고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그게 아니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아파트 5층 정진상 주거지에서 1층 현관 앞으로, 편의점 비닐봉투에서 줬다에서 쇼핑백에 들어있다고 변경됐는데 이렇게 바뀐 이유가 뭡니까?” 라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는 “여러 상황이 있었고 과거라서 일부분 끄집어내서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진술을 이어가던 유 전 직무대리는 계속된 변호인들의 추궁에 “정진상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노력하는지 알겠지만 내가 검사들과 맞췄다면 조서에 빈틈이 없지 않겠느냐”며 “변호사에게 묻겠다. 3주 전, 4주 전 주말에 무엇을 드셨느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 번복을 변호인 측에서 “거짓말이 탄로나고”라고 칭하자 격분한 유 전 직무대리는 “그건 모독이다. 왜 모욕하냐”며 “정진상 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라고 소리쳤고 재판부가 나서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유 전 본부장이 건강 이상을 호소해 중단됐습니다. 9일 열리는 8회 공판에서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반대신문이 한 차례 더 열립니다.
● 재개된 대장동 본류 재판… 남욱·김만배 횡령 사건 집중 심리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 법정에서는 재판부 교체에 따른 ‘공판갱신절차’로 두 달 넘게 멈춰있던 대장동 본류 재판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6일(90회), 28일(91회), 이달 1일(92회)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본류인 배임 사건과 병합된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씨의 횡령 사건을 집중 심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91회 공판에서는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으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에서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씨는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2014~2015년경 20억 원을 빌렸다가 4년 뒤 100억 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 회삿돈 100억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나 씨에게 준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억 원을 빌렸는데 5배에 해당하는 100억 원을 나 씨에게 건넨 이유가 “나 씨의 협박”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이 씨는 나 씨가 대장동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남 변호사와 정민용 변호사 등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 씨는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언론에 폭로하겠다며 이 씨를 협박한 겁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마음을 바꿔 이 씨 법인에 100억 원을 건넸고 그 돈이 결론적으로 나 씨에게 흘러간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나 씨의 100억 협박을 이 씨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를 고수하던 김 씨가 본인 명의인 천화동인 1호로 변제해 주기로 결정한 배경을 회사자금을 유용한 경위와 연관지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나 씨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 김만배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한 내용이 무엇이었냐”고 질의했고 이 씨는 망설이다 “이재명 시장 관련”이라며 “사업에 혜택을 받기로 사전 모의한 부분을 폭로하겠다”는 나 씨의 협박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1일 이어진 92회 공판에서 김 씨는 100억 원은 법적 문제 없는 사업상 거래라는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김 씨 측은 “이 씨가 (본인에게) 빌려줬던 42억5000만 원에 나 씨의 20억이 포함됐다”며 “100억은 그에 대한 3~4년간의 법정 이자, 지연손해금, 이 씨의 역할 등을 고려한 정산 내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씨의 협박에 못 이겨 이 씨에게 100억을 줬다는 이 씨의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씨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기 전 나 씨와의 통화 녹음을 상당 분량 갖고 있는데 “유독 나 씨에게 협박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녹음파일이 담긴 휴대전화는 고속도로 등지에서 잃어버렸다”고 한 부분이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 이재명 측근 정진상, 김용 보석 석방 … 김만배 석방 놓고 재판부 고심
한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지난달 21일과 이달 4일 각각 보석이 인용돼 구치소를 나왔습니다. 둘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보석금 5000만 원 이외에 사건 관련자와의 소통 금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번 결정은 재판부가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구속기간이 6월 8일, 이달 7일로 각각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구속기간이 끝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 주거지나 통신 제한 등 조건부 석방을 통해 증거 인멸 가능성을 막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잇따라 보석 석방되며 김만배 씨의 보석 신청을 놓고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장동 사건 연류 주요 인물 중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람은 김 씨만 남은 상황. 김 씨는 대장동 개발수익 390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2월 다시 구속됐는데 3월 31일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상일)은 26일 열린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판에서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대장동 본류(배임) 재판 1심 판결도 안 나온 상황에 범죄수익 은닉 선고를 낼 수는 없지 않겠냐며 “도주 염려는 없지 않나 싶은데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지가 보석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김 씨의 범죄수익은닉 재판은 다음달 14일 재개됩니다. 8일에는 대장동 본류 재판이, 9일엔 정 전 실장 뇌물 혐의 재판이 열립니다. 11일에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과 이 대표 및 정 전 실장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첫 공판준비기일이 같은 시간 열립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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