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능 경제범죄, 혐의입증 관건" 경제수사 매뉴얼 만든 김성택 경정

배수아 기자 2023. 5. 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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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택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경기남부경찰청 김성택 사이버수사대장.뉴스1 ⓒ News1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수사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팔씨름과 같다. 손등에 닿아야 이기는 팔씨름처럼 피의자는 자기 손등을 닿지 않게 1cm만 버텨도 이기지만 수사기관은 완전히 피의자의 손등을 닿게 해야 이긴다"

범인을 처벌할 때 가령 범죄의 구성요건 5가지가 필요하다면 이 5가지를 다 충족하도록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수집해 혐의를 입증하는 건 경찰의 역할이다.

경제수사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보급해 범인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후배들의 등대지기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경기남부경찰청 김성택 사이버수사대장이다. 김 대장은 뉴스1 취재진과 만나 '수사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팔씨름과 같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김성택 대장은 문과생이라면 흔히 법학과를 가야지라는 생각에 경찰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2001년 경찰에 임용돼 기동대 근무 후 경찰서로 갔을 때 제일 먼저 맡은 분야가 경제팀 실무였다. 이후 수사와 형사를 왔다갔다 하다 지금은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을 맡고 있다. 왠만한 수사는 다 해 본 셈이다.

경찰수사도 여러 분야가 있다. 형사·사이버·여성청소년·지능·경제범죄 등. 그동안 사이버 범죄는 추적기법에 대한 경찰청 본청에서 발간한 자료가 있었고, 지능범죄는 집회나 선거에서 주로 취급하는 법률 위주의 해설서 매뉴얼이 있었다.

그런데 경제범죄는 최근들어 사기, 횡령, 배임 등 사람을 속여서 돈을 받는 범죄 유형이 더 다양해졌음에도 그동안 수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없었다.

형사나 사이버범죄는 범인을 잡아올 때까지가 중요하다. 범인을 잡기만하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풀리지만 경제범죄는 이와 반대다. 범인을 부르는 건 쉽지만 이때부터 혐의를 입증하는 건 본격 시작이다. 경제팀 사건의 불송치율도 50~70%로 높은 편이다. 민사로 할 일인데 형사고소장이 제출되면 민사랑 구분해 수사하는 것도 경제팀 수사관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런데도 경제수사는 현장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선배들의 말로 이어지는 지식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가 평생의 수사를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 대장이 10년 전 성남중원서에 근무할 당시, 서장은 '경제팀 직원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법무사를 공부하던 김 대장은 후배들을 위해 정리를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김 대장이 석 달간 정리한 것을 내부망에 전파하자 전국 경제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맙다는 댓글 세례가 이어졌다. 후배들의 고마움은 김 대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평택서에서 근무하던 2018년에는 진술받고 증거를 모아 결과 보고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유형별로 만들어 전파했다. 실제 사건 위주의 실무형 매뉴얼이었다. 실제 들어왔던 사건을 수사관이 어떻게 지휘서를 쓰고 압수영장을 만드는지를 담았다. 이땐 아예 책으로 1000부를 만들어 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남부청에도 보냈다. 이때 반응도 말그대로 핫했다.

이를 계기로 평범한 경찰관이었던 김 대장은 특별한 길을 걷게 됐다. 부동산등기, 민사법 등 단행본식으로 만든걸 가지고 수사 현장에서 강의도 하게 됐다. 이후 2021년 정식으로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이 2000부가 넘게 팔리면서 4쇄를 찍게 됐다.

김 대장은 '작은 눈덩이가 눈밭에 굴러가 커진 것'이라는 표현을 했다. 자갈밭에서 눈을 굴리는 것보다 눈밭에서 눈을 굴리면 눈덩이가 점점 커지듯, 좋아해주고 고마워해주는 사람이 생기니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김 대장은 "나의 지식을 혼자만 갖고 있는게 아니라 동료, 후배들에게 나눠주는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택 사이버수사대장은 2022년 10월 경찰의 날에 경기남부경찰청 '지식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뉴스1 ⓒ News1 김성택 대장 제공.

김 대장은 전국의 수사관 350여명이 있는 단체방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봉사차원에서 답변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에는 남부청의 '지식왕'으로도 뽑히기도 했다.

김 대장은 "경찰서는 스타벅스와 같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내가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했을 때 그냥 고소장을 제출하고 경찰서에 줄 서 있는 것만으로는 불안해 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는 경찰관이 없으면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내 사건이 특별하게 취급받지 못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지식을 표준화, 문서화해 수사기법이 상향평준화 되면 어느 경찰서에 고소하게 되더라도 절차대로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믿음이 생긴다"며 "어느 경찰서를 가든 스타벅스, 베스킨라빈스처럼 똑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는 경찰관이 없어도 국민이 믿고 기다리며 경찰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이 김 대장의 소원이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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