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15번 바뀌고, 드디어 오늘 65년만에 ‘왕관’ 쓰는 찰스 3세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왕세자’ 자리를 지킨 찰스 3세 국왕이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치른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국왕인 어머니의 곁을 지켰던 찰스 왕세자. 그는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각각 15차례와 14차례 바뀌고 나서야 왕관을 쓰게 됐다. 대관식은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6시20분 시작된다.
“70년 가까이 훈련된 군주”
찰스 3세 국왕은 거의 평생을 왕위 승계를 위해 대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48년 11월 14일 버킹엄궁에서 당시 왕위 계승권자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4세 때 어머니의 즉위로 승계 서열 1위가 됐다. 왕세자 책봉이 발표된 건 9세였다. ‘강한 군주’를 키우려는 군 출신 아버지의 바람으로 스코틀랜드 기숙학교 고든학교에 다녔다. 섬세하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었던 찰스 3세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이 시절을 ‘생지옥’이라고 회고했을 정도였다.
어머니의 유명세에 가려진 왕세자였던 그가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계기는 다이애나비와의 결혼, 그리고 이혼이었다. 1981년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12살 연하였던 다이애나와 세기의 결혼식을 치렀으나, 과거 연인이었던 유부녀 커밀라 파커볼스와 불륜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이혼과 다이애나비의 사망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왕실 전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찰스 3세는 이후 대중에게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며 자신의 이미지 개선에 힘썼다. 기후 문제와 문화유산 보존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BBC방송은 찰스 3세에 대해 “어머니나 아들 윌리엄 왕세자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의 호감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마침내 운명의 날 맞았다
영국 언론은 이날 모두 찰스 3세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날 오전10시20분, 찰스 3세가 탄 왕실 마차가 버킹엄궁을 출발하면서 대관식은 시작된다. 의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진다. 700년의 역사의 대관식 의자 옆에서 동서남북을 향해 모습을 보이며 “의심할 여지 없는 왕”임을 선포하고 선서와 맹세, 성유 의식이 이어진다. 영국 국교회의 최고위 성직자 캔터베리 대주교가 황금 독수리 모양의 그릇에서 성유를 덜어내 새 국왕의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르는 성유 의식은 장막으로 가려져 공개되지 않는다.
장막이 걷히고 찰스 3세의 모습이 드러나면 드디어 444개의 보석이 박힌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이 씌워진다. 왕좌로 옮겨 앉은 그에게 왕족과 귀족의 대표로 윌리엄 왕세자가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처음으로 대주교가 사원 내의 대관식 참석자를 비롯한 영국 국민 모두에게 충성 다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어 간단한 왕비의 대관 의식이 이뤄진다. 2005년 당시 찰스 왕세자와 결혼해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리던 “영국에서 제일 미움받던 여성” 커밀라도 ‘왕비’가 된다.
반군주제 단체 시위도
대관 의식이 오후 1시쯤 끝나면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을 향해 돌아온다. 그리고 찰스 3세와 왕실 가족이 버킹엄궁의 발코니에서 ‘새 국왕’으로 인사하면서 대관식은 마무리된다.
찰스 3세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고 군주제 폐지론 등을 잠재우려 왕실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관식도 규모를 축소하고 다양성 존중, 사회적 약자 포용에도 신경을 썼다. 영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광객도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지는 찰스3세의 대관식을 위해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1.6㎞에 달하는 황금 마차의 행진 경로 곳곳에는 대관식을 직접 보려는 이들의 텐트가 세워졌다.
반면 반군주제 단체의 시위도 예고된 상황이다. 찰스 3세 국왕의 행렬이 지나가는 런던 도심의 트래펄가 광장에서 1,600명 정도가 모여 “군주제 폐지” “당신은 내 왕이 아니다” 등을 외칠 것으로 알려졌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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