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픔’ 열린송현녹지광장, 어떻게 개발되나…오세훈 “비우는 디자인”

2023. 5.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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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가운데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은 들어오지 않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앞서 3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에서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비어있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완전히 비워놓고 싶은 게 바람이고 욕심"이라고 말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경복궁 동편 3만7117㎡ 규모 부지로 서울광장의 3배에 이른다.

시는 오는 9월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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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비어있는 곳 찾기 어려워”
“완전히 비워놓고 싶은 게 바람이고 욕심”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 참석자들이 하늘소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은 들어오지 않을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우는 디자인’을 강조하며 이 일대에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은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앞서 3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에서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비어있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완전히 비워놓고 싶은 게 바람이고 욕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공간을 비워놓은 상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광장에) 이건희미술관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 놓겠다는 다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스스로 이름하여 비우는 디자인”이라며 “디자인 중에 제일 의미 있는 디자인이 아무것도 안 하는 비어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러 차례 (시청)부서에서도 외부에서도 무엇은 여기 세우겠다고 하는데 미리 원칙을 천명하는 만큼 어떤 시도도 없었으면(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요청이 있을 때 거절하는 것도 큰 일이라 미리 말씀드린다”고 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경복궁 동편 3만7117㎡ 규모 부지로 서울광장의 3배에 이른다.

서울시는 여기에 1만㎡ 규모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코스모스, 백일홍, 애기해바라기 등 야생화를 심어 지난해 10월 7일 개방했다.

경복궁 동편의 송현동 부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땅이다. 일제강점기에 대한제국의 한성농공은행 등 금융기관 6개를 합병해 설립된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으로 쓰였다. 조선식산은행은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경제 지배를 뒷받침한 핵심 기관이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 점령해 미 대사관 관저로 쓰였다.

이후 수십년간 4m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100년이 넘게 일반인이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1997년 삼성생명이 이 땅을 미국 측으로부터 사들여 미술관 등을 지으려다 포기했다.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다시 사들여 한옥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땅의 용도가 숙박업과 맞지 않아 사업이 좌초됐다.

사람들이 하늘소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

서울시는 이 땅을 5580억원에 대한항공으로부터 매입하는 계약을 2021년 12월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580억원에 이 땅을 매입하고 서울시가 시유지인 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LH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이런 식으로 서울시는 송현동 땅을 확보하고, LH는 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대한항공은 5580억원을 각각 얻게 됐다. 서울시는 이 땅을 개방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경복궁과 북촌을 연결했다.

시는 오는 9월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주 전시장이 될 전망대 형태의 조형물 ‘하늘소’를 3일 공개했다.

‘하늘과 만나는 곳’이라는 뜻의 하늘소는 행사 주제인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를 상징하는 높이 12m의 조형물이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땅에서부터 산과 하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서울을 조망할 수 있다.

하늘소 작가인 조병수 비엔날레 총감독은 “북악산·인왕산 등 주변 산세와 경복궁, 송현동 부지의 관계성에 집중했다”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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