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삶·예술 '사과씨앗 같은 것'전…백남준아트센터
기사내용 요약
백남준이 언급한 예술과 소통의 교집합 '사과씨앗'
'피아노와 편지', '랜덤 엑세스 오디오테이프' 등 선보여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백남준의 삶과 예술적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사과 씨앗 같은 것'이 2024년 2월12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 열린다.
6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에 따르면 전시 제목은 1980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백남준 강연 '임의 접속 정보'(Random Access Information)에서 백남준이 예술과 소통의 교집합을 '사과 씨앗 같은 것'이라 언급한 것에서 가져왔다.
씨앗은 예술과 소통의 교차로 생겨날 가능성에 대한 비유로, 당시 새로운 매체이자 시간의 기록이던 비디오가 가진 잠재력을 이야기한다.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연보를 실험적인 작곡·공연에 몰두하던 독일 시기, 미국에서 본격화된 텔레비전·비디오 아트 작업, 대형 전시·글로벌 프로젝트로 전 세계를 누볐던 시기 등으로 정리했다. 또 백남준에게 영감을 주고 협력했던 인물과의 활동, 백남준의 글을 시기별로 보여준다.
작품 내부 구조를 개방한 설치로 관객을 통해 백남준 기술의 독창적인 기능과 원리에 담긴 창의적 아이디어, 자발적 참여, 피드백 등 소통의 단계를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백남준·마리 바우어마이스터, 피아노와 편지
'피아노와 편지'는 1962년부터 백남준과 동료 예술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가 주고받은 100여 개의 편지와 마리의 쾰른 아틀리에 공연에서 사용된 피아노의 잔해로 구성된 작품이다. 당시 소식을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던 편지에는 허심탄회한 우정의 대화와 백남준의 손 드로잉이 담겨 있다.
쾰른의 아틀리에에서 전위 음악 콘서트를 기획했던 마리 바우어마이스터는 1958년부터 백남준과 우정을 나눴다.
전시된 피아노는 당시 콘서트에 사용된 피아노의 잔해다. 편지·사진은 바우어마이스터와 백남준이 주고받았던 서신, 당시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콘서트 장면을 담고 있다. 부서진 피아노는 새로운 소리와 관람객의 음악 수용 방식을 고민했던 백남준과 동료 예술가의 흔적을 담겼다.
백남준,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와 '연장선 있는 오디오테이프 헤드'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백남준아트센터가 수집한 신소장품으로,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전시했던 '랜덤 액세스'를 재제작한 작품이다. 시간의 구조를 조작하고 비디오의 임의적 접근 가능성을 내다봤던 백남준의 사유가 담겨 백남준 초기 작품 이해의 단초가 된다.
백남준은 1963년 그의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랜덤 액세스'를 선보였고 이후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는 1975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재제작됐다. '랜덤 액세스'는 백남준이 무작위로 마그네틱테이프를 벽에 붙이고 관객이 직접 재생헤드를 손에 들고 마그네틱테이프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소리를 재생하는 작품이다.
백남준은 '랜덤 액세스'를 통해 마그네틱테이프가 가진 물질성과 그 선형적 구조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비디오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시간의 구조를 조작하고자 했으며, 미래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질 비디오의 임의적 접근 가능성을 내다봤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오랜만에 선보이는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서 전시된 실험 텔레비전에서 시작해 13대의 텔레비전으로 확장된 작품이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달을 통해 서로를 연결시켜 주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비디오를 통해 시간을 공간적으로 재조합하기를 즐겼던 백남준은 이 작품에서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빛의 원천 중 하나인 달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준다.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의 주기가 12대의 텔레비전으로 형상화되는데, 1965년 뉴욕 갤러리아 보니노에서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초기 진공관 텔레비전을 사용했다. 진공관 끝에 자석을 고정해 내부 회로의 전자기적 신호를 방해하고 그 신호만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마치 달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모양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관람자는 시간의 길이와 깊이, 순간성과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백남준, 바이바이 키플링
백남준의 두 번째 위성 프로젝트 '바이바이 키플링'은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니, 그 둘은 절대 만나지 못하리라"라고 말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을 반박하며 만든 작품이다. 음악·예술·스포츠를 통해 동양과 서양이 서로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86년 10월5일 오전 10시부터 뉴욕·도쿄·서울을 동시에 연결한 생방송이 미국 WNET을 통해 송출됐고, 이후 일본과 한국은 녹화방송이 송출됐다.
비틀스의 '컴 투게더' 음악과 한국의 장구 공연, 키스 해링의 스케치 퍼포먼스, 동서양이 서로 연결되는 텔레비전 그래픽 등으로 시작한다. 뉴욕과 도쿄를 이원 생중계 스튜디오로 설정하고, 각 장소에서 루 리드·필립 글래스 앙상블 공연과 류이치 사카모토·이소자키 아라타·이세이 미야케가 참여한 행사가 진행됐다.
서울 아시안 게임의 마라톤 경주를 반주하며 농악, 차전놀이, 스모, 남대문 시장상인 등 동양 전통·현대 문화와 뉴욕과 도쿄 스튜디오 공연 장면을 교차 삽입했다.
마라톤 경주의 결승전이 가까워질수록 필립 글래스 앙상블의 연주로 경기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며, 도쿄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와 백남준의 '비디오 볼' 퍼포먼스로 마무리 된다.
백남준, 마르코 폴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작이자 동서양을 넘나들었던 역사적 인물로 서로 다른 문화의 소통을 상징하는 '마르코 폴로'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백남준은 자신의 전시를 '전자 초고속도로: 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로 정하고 동서양이 교류했던 역사적 고속도로와 전자 고속도로를 중첩 시킨다.
20세기의 '마르코 폴로'는 엔진 대신 꽃으로 장식된 폭스바겐 뉴비틀을 타고 이동한다. 마르코 폴로의 얼굴과 발은 붉은색 네온으로 만든 상형문자로 이뤄졌으며, 6대의 텔레비전으로 구성된 몸체에서는 동서양의 건축물 이미지와 원자가 분열하는 듯한 추상적인 전자 이미지가 빠른 속도로 변한다.
세계를 광대역 통신으로 연결하는 '전자 고속도로'를 달리며 미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거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백남준, 실제 물고기/생방송 물고기·퐁텐블로·버마 체스트〉
'실제 물고기/생방송 물고기'는 나란히 놓인 두 대의 텔레비전 중 왼쪽의 TV 케이스 안에는 어항이 들어가 있고 그 속의 물고기를 폐쇄회로 카메라로 촬영해 오른쪽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어항을 닮은 수상기의 형태는 작품의 구도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제목을 'real'과 'live'라는 대구로 구성한 것은 백남준식 언어유희다. 'live'는 '생방송의'라는 뜻과 '살아 있는'이라는 뜻도 있다. 이 제목은 '실제 물고기/살아있는 물고기'라는 동어가 반복돼 생방송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 되묻는 구조다.
'퐁텐블로'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금색 도장을 한 나무 액자 안에 20대의 컬러 모니터가 배치되고, 2채널의 영상은 각각 고전 명화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윤곽만 드러나거나, 때로는 중첩·왜곡되며 변화한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신했듯이, 음극선관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라는 백남준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버마체스트'에서는 미얀마 스타일의 황금빛 궤의 상단부 문을 열면 여덟 대의 소형 모니터에서 영상이 나오고, 양쪽 측면에서는 두 대의 프로젝터를 통해 여성의 누드와 샬럿 무어먼의 퍼포먼스 영상이 보여진다.
각종 장식물과 드로잉, 사진 등이 담긴 궤의 서랍은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를 연상케 한다.
백남준아트센터 인터뷰 프로젝트
백남준아트센터가 2008년 개관 초기부터 진행해온 인터뷰 프로젝트를 새롭게 소개한다. 백남준과 함께 일했던 동료 예술가, 테크니션, 방송 프로듀서, 영화 감독, 큐레이터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페터 브뢰츠만, 황병기, 올리비아 태판, 프레드 바직, 데이비드 애트우드, 러셀 코너, 하워드 와인버그, 불프 헤르조겐라트, 클라우스 부스만, 이정성, 아베 슈야, 저드 얄커트, 폴 게린, 이태행, 잉고 권터 등이다.
관객은 이들이 전하는 백남준과의 만남과 관계, 작품으로만 접했던 내들의 이면, 또 다른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사과 씨앗 같은 것' 전시를 통해 시공간의 한계 없이 언제든지 접속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있는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이 씨앗을 싹 틔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길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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