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Replay]'-15, 9.6, 9.3' 전기요금 인상배경 숫자로 풀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머니투데이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만 선별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정부여당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이 임박했습니다. 이것도 많이 늦었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입장입니다만 여름철이 시작되기 직전인 6월에는 소비자 요금에 원가인상분을 반영해야한다는 데는 정부와 여당, 에너지 공기업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관가와 여의도 안팎에선 ㎾h(킬로와트시)당 10원 미만의 전기요금 인상이 점쳐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니 공공요금 인상이 달갑진 않습니다. 겨울철이 지나가면서 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난방비 부담은 덜하지만 이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이 남아있습니다. 1월 민심을 들끓게한 '난방비 폭탄'처럼 올해 여름은 '냉방비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민심에도 공공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건 결국 판매가격보다 원가가 비싼 비정상 구조 탓인데요. 한국전력공사가 처한 숫자를 살펴보면 전기요금 인상 배경이 조금 이해가 쉬울 수 있습니다.
가정용과 산업용 등 용도별, 누진적용 여부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현재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고 받는 소매가격은 대략 ㎾h당 140~150원 수준입니다. 즉 전기를 1㎾h 팔 때마다 최소 15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SMP는 마지막 단계 발전원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LNG 가격이 톤(t)당 916.15달러로 여전히 높게 형성돼있는 탓입니다.
증권가가 본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9조3000억원 적자입니다. 이것도 정부가 지난해 연말 발표했던 대로 전기요금을 충분히 인상한다는 가정 아래 세운 추정치입니다.
이미 지난해 32조6000억원대 적자를 낸 상황에서 천문학적 단위의 적자가 누적되면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구조적인 적자를 줄이는 한편 가격효과에 따른 사용량 감소를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가격 자체를 올려 '-15원'의 적자 단위를 줄이고 전기요금 인상 효과로 사용량을 줄여 전체 적자를 축소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상반기 요금 인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요금 인상에 따른 사용량 감소, 즉 가격효과를 염두에 둔 의견이었습니다.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원래 2배까지 발행을 허용했으나 지난해 한전채 발행한도 초과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5배, 산업부 장관 승인하에 6배까지 발행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쳤습니다.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결과 현재 한전의 자본금·적립금 합계는 20조9200억원.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 발행이 가능합니다. 현재 한전의 한전채 발행 잔액은 77조1530억원으로 27조원까지 추가 채권 발행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도를 가득채워 채권을 발행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부가 사실상 보증하는 한전채의 특성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채권포트폴리오를 짰을 텐데 국내 채권시장에선 '대한민국 정부'를 뛰어넘는 신용등급이 없습니다. 국·공채와 더불어 국채에 가까운 한전채에 자금이 몰리면 신용등급이 낮은 민간기업은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됩니다. 전체 채권시장에서 도는 돈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전이 적자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채권으로 연명하면 그만큼 전체 금융시장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미 2026년까지 각각 14조원씩 28조원을 마련하는 자구책을 내놓은 상황입니다. 한전은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더 줄이겠다고 했지만 한전의 연간 급여 총액(1조5127억원)을 고려하면 조단위 추가 자구책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박 정책위의장의 정 사장 사퇴요구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과 교환할 카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 사장의 반응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시기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퇴요구를 받은 정 사장은 별다른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박 정책위의장의 사퇴요구에 대해 숙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 부담, 한전 부실의 책임론을 내세우는 가운데 '전시' 상황인 한전의 수장을 사퇴시키는 게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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