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품위 지키며 죽겠다"...고통스런 삶보다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고통에서 사는 삶 또는 죽음.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실제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후자'를 고르는 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6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등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지난 2018년 10만529명에서 2019년 53만2천667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후 2020년 57만7천600명, 2021년 115만8천585명, 지난해 157만33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 1~3월까지 총 11만181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도 동기간(8만5천730명)과 대비 28.5%나 증가한 수치다.
올해 3월까지의 등록자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지역이 전체 22.5%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등록자가 있었다. 이어 서울 19.1%, 부산 7.7% 등 순이었다.
◆ "연명의료 안받겠다"... 괴로운 삶보다 편안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단순 죽음을 택한다기보다,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지 집중하겠다는 것"
연명의료(연명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키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018년 2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19세 이상은 누구나 향후 자신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나타낼 수 있는 문서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 속 일반 국민 10명 중 9명은 '연명의료결정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었다. 주된 이유로는 '고통을 겪으며 사는 것보다 인간답게 죽는 것이 환자를 위한 선택'(73.5%)이란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성인 1천명에게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9.5%는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죽길 바란다'고 답했고, '중병이나 불치병에 걸리더라도 기계에 둘러싸여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는 답도 85.6%에 달했다.
특히 해당 법 도입 필요성에 대해 ▲50대 75.2% ▲40대 62.8% ▲30대 59.2% ▲20대 47.2%로, 고연령층일수록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보다 자연스런 죽음을 택할 수 있을 것 같다(80.1%)는 인식이 강한 만큼, 연명의료 결정권을 가진 대상으로 '환자 본인'(87.6%)을 꼽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겠다"는 응답자 69.4%... 다만, 제도 관련 우려도
-"연명의료결정법 잘 몰라"... 제도 홍보와 정착 위한 노력 필요하단 시각 있어
이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천명 중 7명(69.4%)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50대 22%, 40대 12.8%, 20대 9.6%, 30대 8.8%로, 고연령층일수록 그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중복 응답)는 '통증과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59.1%)와 '가족에게 내 죽음을 결정하게 했다는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려고'(51.6%), '내 죽음에 대한 결정을 가족이나 의사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37%)는 응답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8.8%)은 가족의 고통을 대비해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연명의료결정법이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 72.3%가 동의했다.
다만 연명의료결정법 자체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2018년 47.8%에서 올해 39.1%로 감소함에 따라, 제도 관련 홍보 등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10명 중 9명 정도(88.4%)는 제도가 '한국 사회에 충분히 정착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 '유가족이 고의적으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53.4%), '의료계가 이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취할 것 같다'(49.4%)는 견해도 있었다.
대한웰다잉협회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언급된 유가족의 환자에 대한 고의적 치료 포기, 의료계의 방어적 태도 등 우려와 논란은 충분히 일어날 여지가 있다"면서도 "시행 5년이 되는 해당 법은 사별가족 또는 어렵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환자 등에게는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으며, 점차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응답자 다수 "좋은 죽음은 괴로움 없는 죽음"...마지막 순간 남기고 싶은 것, '화목한 가족'
-'무엇'을 남기기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 커
다수의 응답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삶과 죽음을 가까이 두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연령층일수록 삶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전체 응답자 1천명 중 과반을 훨씬 넘는 64.4%는 '평소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죽음이 아직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34%로 비교적 적은 비율이었다.
대체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지만, '죽음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든다'(54.7%), '고통스럽게 죽을까봐 두렵다'(53.9%)는 견해가 전체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상반되는 '지금 죽더라도 별다른 미련이 없다'는 답은 19%에 그쳤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삶에 집중하려는 의지는 ▲50대가 48.8%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36.4% ▲30대 28.8% ▲20대 27.2%로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강했다.
대한웰다잉협회 관계자는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에 비해,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주변인의 죽음 등을 경험하는 것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10명 중 9명(91.7%)은 사람마다 맞이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좋은 죽음'의 형태(중복 응답)로 '통증 등 괴로움이 없는 죽음'(47.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 밖에 '후회 없는 죽음'(43.6%), '사랑하는 사람과 인사하며 헤어질 수 있는 죽음'(43.3%) 등 순이었다.
향후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남기고 싶은 것은 '화목한 가족'(61.5%)이란 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나를 기억해주는 친구'(47.3%), '훌륭한 자손'(32.8%) 등 순이었다.
'많은 재산을 남기고 싶다'는 답은 5년 전인 지난 2018년(19.8%)보다 올해(25.2%) 소폭 증가했는데, 동시에 '아무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2018년 20.1%에서 29%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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