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아렌트는 어떻게 나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었나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3. 5.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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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유대인이고, 나치 독일의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머물며 미국 비자 발급을 애타게 기다렸고, 비슷한 시기 나치 손아귀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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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은 유럽 유대인을 나치로부터 구하기 위해 맹활약한 배리언 프라이(왼쪽 세 번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7부작 | 15세 이상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과 철학자 해나 아렌트(1906~1975), 극작가 발터 메링(1896~1981)은 공통점이 여럿이다. 유대인이고, 나치 독일의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도피 동기’이기도 하다.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머물며 미국 비자 발급을 애타게 기다렸고, 비슷한 시기 나치 손아귀를 벗어났다. 도피를 도운 이들이 같다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목숨을 잃지 않고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걸까.


①마르세유에 모인 유럽 유대인

프랑스 마르세유가 나치의 통제에 들어가면서 유대인들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넷플릭스 제공

1940년 유럽 유대인들이 대거 마르세유에 모인다. 유럽을 장악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다. 프랑스 남부라고 안전하지는 않다. 곧 나치 통제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선 미국인이 조직한 긴급구조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유대인들 비자 발급을 알선하고 이들이 미국으로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긴급구조위원회 핵심인물은 배리언 프라이(1907~1967ㆍ코리 마이클 스미스)와 메리 제인 골드(1909~1997ㆍ질리언 제이컵스)다. 프라이는 실무 책임자고, 골드는 재정 후원자다. 두 사람의 활동은 헌신적이다. 특히 예술가들 구출을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하지만 여건은 이들 편이 아니다. 나치에 호의적인 미국 영사는 프랑스 경찰과 협조해 프라이와 골드를 압박한다. 골드의 아버지는 송금을 끊기까지 한다. 항구가 봉쇄되며 뱃길이 막힌다.


②공포 속에서 만든 천국

유대인 예술가들은 숨어 있는 상황에서도 개성 넘치는 파티를 열어 예술혼을 발산한다. 넷플릭스 제공

프라이와 골드가 도우려는 유명 유대인 명단에는 샤갈과 아렌트, 메링을 비롯해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 미술가 막스 에른스트(1891~1976), 마르셀 뒤샹(1887~1968) 등도 있다. 미국 유명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이 프라이와 골드를 측면 지원한다. 훗날 유명 경제학자가 되는 앨버트 허시먼(1915~2012ㆍ루카스 엥글란데르) 역시 큰 힘을 보탠다. 드라마는 실존인물들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드라마는 프라이와 골드, 유대인들이 처한 곤경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묘사한다. 이들은 영국 첩보원과 협력해 대범한 일을 저지르거나 새로운 탈출 경로를 알아보는 등 인명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③희생이 만들어낸 미래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치와 맞서 싸우면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넷플릭스 제공

어려운 시기라고 하나 사랑이 있고, 우정이 따른다. 내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유명인들은 은신처에 모여 자신의 방식대로 오늘을 살아간다. 자신의 그림을 두고 갈 수 없어 미국행을 미루거나(샤갈) 생일 파티를 전위적 무대처럼 꾸리며 예술혼을 발산한다(에른스트).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희생이다. 프라이도 골드도 허시먼도 그 외 다른 인물들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진다.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현대라는 미래가 있었다.

뷰+포인트
장르 하나로 규정짓기 어려운 드라마다. 전쟁물이면서 첩보물이고 로맨스물이자 휴먼드라마다. ‘탈출’이라는 큰 소재를 몸통 삼아 유명인사들의 사연이 매회 하나씩 가지 뻗듯 등장하는 식으로 서술된다. 스타 배우들은 나오지 않으나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안정적이다. 엄혹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잔혹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 작가 줄리 오링거의 소설 ‘비행 포트폴리오(The Flight Portfolio)’(2019)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4%, 시청자 7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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