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앞두고 추모조각상 압수

집회 장소 폐쇄해 추모 집회 4년 연속 차단 나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홍콩 경찰이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홍콩대 교정에 세워졌다 철거된 추모 조각상을 압수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가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국가안전처는 전날 홍콩대 농업 연구시설에 보관돼 있던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인 '수치의 기둥'을 압수했다.

국가안전처는 "영장을 발부받아 국가 정권 전복 사건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이와 관련 이 동상 제작자인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은 SCMP에 "내 작품이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의 증거물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압수와 관련해 사전에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수치의 기둥 압수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높이 8ｍ, 무게 2t(톤)인 수치의 기둥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1997년 홍콩대 교정에 세워진 조각상이다.

갤치옷이 제작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 영구 기증했다.

지련회는 매년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를 주최해온 시민단체다.

지련회는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수사에 나서자 2021년 9월 자진 해산했고, 이 단체 간부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홍콩 당국은 그해 연말 수치의 기둥과 홍콩중문대의 '민주주의 여신상', 링난대의 대형 부조 벽화 등 홍콩 3개 대학 교정에 설치됐던 톈안먼 시위 추모 기념물들을 일제히 철거했다.

갤치옷은 당시 홍콩 당국에 수치의 기둥을 덴마크로 가져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동원,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언급 자체가 금기지만, 일국양제(一國兩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된 홍콩은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추모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홍콩 당국은 그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를 불허했다.

그런데도 집회 장소인 빅토리아 파크에 2만여명이 모이자 2021년부터는 불허와 함께 개최 장소를 봉쇄해 집회를 원천 차단했다.

홍콩 법원이 작년 말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올해도 홍콩에서 추모 집회는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파크의 절반은 유지 보수 공사를 이유로 오는 6월 말까지 폐쇄됐으며, 나머지 공간은 친중 단체인 '홍콩광둥지역단체연합'이 이달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쇼핑 행사 개최를 신청해 놓았다고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지난 4일 보도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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