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러시아 브랜드 아니었어?
아디다스마저 철수하나.
최근 독일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의 러시아 내 자산 외국인 양도 방안 검토설이 나돌자 러시아 국민 사이에선 이를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아디다스는 전 세계 매출의 2%를 차지하는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하며 깊은 고뇌에 빠졌었다. 지난 40년 넘게 유지해온 절대적인 시장을 잃은 격이어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결국 러시아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자산을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2일 “독일 스포츠 의류·신발·액세서리 제조업체 아디다스가 러시아 지점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약 100개 매장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500개 매장을 운영해온 아디다스 입장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와 끈을 유지하겠다는 집착이자 복안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에서 아디다스는 국민브랜드와 다름없다. 삼성, LG, 애플 등 국적과 상관없이 러시아인의 삶과 밀착됐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들 브랜드보다 더 러시아 정서와 밀접해 있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상당한 매출을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러시아 내 아디다스의 위상은 나이키와 차원이 다르다.
아디다스는 구소련시절부터 러시아인의 국민 애착 운동복이었다. 아디다스는 러시아를 넘어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소련시절부터 서구 문화의 상징이었다. 3색 줄무늬 브랜드는 소련 이후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국가 정신의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디다스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시작으로 러시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정부가 아디다스를 자본주의 체제의 선전물로 내세워 통제했지만, ‘철의 장막’ 속에 도사려온 광적 인 수요를 억제하지 못했다.
이렇듯 아디다스의 인기는 올림픽 이후 소련에서 치솟았다. 그리고 소련시대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브랜드로 위상을 굳혔다. 특히, 1991년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아디다스는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권력과 지위를 노리는 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물론 가짜가 태반이었다.
정품 옷을 입은 러시아인은 맞춤 양복을 입은 것처럼 자부심을 가졌다. 한편으로는 서민들, 중앙아시아·코카서스 출신 등 하층민까지 너나없이 입으면서 아디다스는 국민브랜드가 된 동시에 범죄의 상징이 됐다. 운동복과 상관없이 길거리 복장으로 인기를 얻으면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러시아 출신 패션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가 협업하며 아디다스의 러시아내 위상은 절대적인았다.
하지만 아디다스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작년 3월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하고 소매점을 임시 폐쇄했고, 10월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40년 넘게 자국 브랜드처럼 여기는 러시아 시장을 저버릴 수 없어 고육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디다스 러시아법인은 올해 모스크바 사무실을 기존보다 14% 낮은 가격에 2026년까지 임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모스크바주 노보숄키의 창고 임대 계약도 2026년까지 연장했다. 전문가들은 아디다스의 러시아 사업부를 제3의 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 상점 이름을 바꾸고 파트너를 통한 상품 공급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디다스의 2022년 매출은 55.1% 감소하여 전년 대비 249억 7000만 루블(4287억 3490만원)을 기록했다. 79억 3000만 루블의 순손실을 보였다. 1년 전 39억 9000만 루블의 순이익과 비교된다.
러시아 NF 그룹 예브게니야 하크베르디예바 국장은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한 후 소비자들은 시장뿐만 아니라 멀티 브랜드 매장에서 더 자주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봄 시즌 아디다스는 2022년 봄보다 두 배, 나이키는 2.6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러시아서 잠정 영업 중단으로 서방 스포츠 브랜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 이르자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 리닝(李寧)이 러시아 진출에 적극 공세를 펴고 있다. 코메르산트는 “서방 스포츠 브랜드가 떠난 자리는 리닝 등 중국 브랜드가 러시아 시장의 90%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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