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판매금지·대입 가산점”...저출산에 특단대책 논의중인 이 나라 [한중일 톺아보기]
◆ 저출산 대책 ◆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청년 비혼주의자들이 늘면서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혼전 임신과 출산이 금기시 되는 문화에서 혼인수 급감은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의 출산율(1.1)은 세계 최하위 한국(0.78)보단 높지만, 중국 역시 전세계 200여개국 중 밑에서 5번째 일정도로 심각한 초저출산 상태 입니다. 저출산은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갈길이 먼 중국의 발목을 잡을 최대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죠.
1가구 1자녀 정책이 폐지된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출산율이 급락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역시 결혼기피에 따른 혼인수 급감 입니다. 2013년 약 2385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중국의 초혼자수는 불과 8년만인 2021년 약 1157만명으로 50% 넘게 감소했습니다. 한국, 일본의 혼인수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하락세가 가장 가파릅니다.
중국의 경우는 더 빠릅니다. 2013년 까지 9.9 였던 중국의 조혼인율은 2022년 5.2까지 떨어졌습니다. 혼인율이 반토막 나는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비혼주의자’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중국에선 ‘공혼족(恐婚族)’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공혼족이란 말그래도 ‘결혼이 두려워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이들’ 을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저출산 원인 90%가 결혼을 안하는데서 기인하고 있는데 정책적 지원은 양육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속도는 달라도 이들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결혼 기피가 출산율 급감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혼인율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별 인구 집계 이래 60년 넘게 세계 최대 인구대국 자리를 지켜왔던 중국은 올해 인도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중국의 노인인구는 조만간 3억명을 넘어 2035년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거 젊고 풍부한 인구로 누렸던 ‘인구 보너스’ 효과 대신 고령화된 거대 인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혼율이 치솟자 중국 당국은 이를 체제 위협 요소로까지 보고 2021년 부터 ‘이혼 숙려제’(이혼 서류 접수전 30일간 냉각기를 갖는 것)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1년 중국의 조이혼율은 43%나 줄어들며 2.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숙려기간에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의 장래등을 걱정해 이혼신청을 재고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다만 일각에선 제도의 효과라기 보다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이혼수속 절차를 밟기 어려워진 탓에 이혼신청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쨋든 2021년을 제외하면 근래 중국의 조이혼율은 계속 3.0을 넘어섰고 매년 400만쌍 이상이 이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창업자로 중국에서는 ‘천재 인구학자’로 유명한 량젠장(제임스 량)회장은 학교 의무교육을 9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청년들이 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게 되면 그만큼 결혼을 빨리하게 되고, 만혼으로 인한 출산의 어려움도 줄게 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입니다. 교육기간 단축으로 학력 저하가 우려 된다는 지적에는 “중국인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인들이 가장 솔깃해 하는 건 둘째 아이부터 대학 입시때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 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책사로 불리는 런민대학 진찬룽 교수는 최근 “둘째에게 20점, 셋째에게 50점, 넷째부턴 아예 무시험으로 명문대에 합격 시켜주면 어떠냐”는 발언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진교수 뿐 아니라 복수의 전문가들도 무시험 합격은 지나치더라도 둘째, 셋째부터 가산점을 주는 방안에는 대개 공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뜨거운 중국의 교육열 탓에 출산 연계 대입가산점은 중국에서 확실한 출산율 반등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한국에서는 논의되기 힘든 과격하고 급진적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중국. 저출산 문제로 고심중인 공산당이 권위주의 독재에 기반한 강한 추진력으로 실제로 이런 제안들을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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