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보다 훨씬 낫죠" 완판…소형 아파트에 몰리는 이유
세입자들, 새 집 및 아파트 선호까지 겹쳐
최근 진화된 평면도 한 몫…계단식 구조까지 나와
"이번에는 실거주의무 폐지되겠죠? 안 되더라도 한 번 들어가서 살면 되니까요."(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39㎡ 무순위 당첨자 김모씨)
"일단은 전세 줬다가, 큰 애 결혼하면 신혼집으로 돌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면이 잘 빠져서 둘이 살림살기엔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빌라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광명자이더샵포레나 전용 49㎡ 예비 청약자 이모씨)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된데다,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다. 절대적인 분양가가 낮다보니 대출부담도 적다. 최근에는 빌라사기 사태까지 맞물려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2030 세입자들, 작더라도 새 아파트 원해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지역 공인중개사들 따르면 서울 중구 입정동에 입주중인 아파트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1단지'의 전용 49㎥ 전셋값은 5억~6억원에 형성됐다. 층·향과 융자 유무에 따라 전셋값은 차이가 나지만, 매매가가 9억원가량이다보니 전세가율은 60%대를 나타내고 있다.
단지내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내권에서 빌라를 찾던 수요들이 확실이 아파트로 넘어왔다"며 "빚 지는 전세보다는 월세수요가 많아졌지만, 신혼부부의 경우 양쪽에서 모은 돈으로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는 다양한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빌라 수요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 집을 선호하는 젊은층,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2030세대들이 보금자리로 찾고 있어서다. 주차도 수월한데다 각종 커뮤니티, 보안, 택배 등의 생활편의시설도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보고 있다.
집주인도 소형을 선호한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면서 비교적 가격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전용 40㎡ 이하 면적의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은 전체의 약 25%로 2012년에 비해 약 12%p 증가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약 69%(4만9751가구→1만5384가구)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여기에 신규 아파트의 경우 평면이 대거 업그레이드 된 것도 소형을 선호하는 이유가 됐다. 직접 실거주하든 세입자를 받든, 새 아파트에 진화된 평면은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밖에 없다.
과거 전용면적 39㎡라고 하면 실거주 면적이 12평(공급면적 17~18평) 정도다. 복도식 아파트에서 현관 옆에 방이 하나 있고, 가장 안 쪽에 거실 겸 방이 있는 구조였다. 방1, 화장실1, 거실 겸 안방구조였다. 방1은 복도와 붙어 있어 방범창을 설치해야했고, 채광이 잘되지 않는 구조였다. 전용 49㎥로 3평가량이 늘어나야 방 2개에 거실이 확보됐지만, 그나마도 복도식 구조다보니 현관쪽 방은 침실로 이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실제 1기 신도시에 가보면 일자형 주방에 맞지 않는 냉장고, 발코니에 잘 맞지 않는 세탁기와 건조기 등이 거실에 나와 있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집 안에서 맞통풍을 하려면 현관문을 열어야 가능한 구조다. 복도 끝집은 예외로 두더라도, 보안을 감안하면 환기조차 맘놓고 못하는 평면이었다.
소형은 무조건 복도식?…실내 맞통풍에 사생활 보호 가능한 평면 나와
최근에는 서비스면적과 발코니 면적을 최대화하면서 편리한 구조로 바뀌었다. 전용 39㎡에 방 2개에 거실을 갖는 구조로 진화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이러한 구조다. 일반분양으로 1150가구가 공급됐다가 무순위까지 밀려 주인을 찾아간 평면이다. 세탁실이 별도로 있고 주방은 'ㄱ'자로 짜여져 수납을 강화했다.
심지어 전용 49㎡가 계단식 구조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씨가 눈여겨 봤던 '광명자이더샵포레나'의 전용 49㎡B형이 그렇다. 발코니가 전면과 후면에 모두 확장된 평면이다. 현관으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공간이 분리되는 구조다. 한편으로는 거실과 안방으로 사용하는 방1로 연결되고, 나머지 편으로는 주방과 방2로 연결된다. 거실과 주방을 통해 맞통풍이 가능하고 계단식이다보니 사생활도 보호가 가능하다. 안방으로 사용할 방1에는 드레스룸이 들어간다. 욕실에는 욕조를 둘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줬다. 주방쪽으로는 다용도실이 있어서 수납이 추가로 가능해졌다. 1990년대~2000년 초반 공급됐던 전용 59㎡와 비슷한 구조다.
분양 관계자는 "수도권 재개발에서는 소형 평면으로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무조건 복도에 줄세우기식 평면보다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보려고 이러한 평면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 49㎡B형은 392가구가 공급되는데, 지난 5일 특별공급에서 이미 인기를 입증했다. 63가구를 모집하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543명이 몰려 8.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조합은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내걸었다. 이보다 작은 전용 39㎡의 경우에는 중도금 대출 무이자도 제공된다. 광명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당첨일 기준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 아파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집값 하락기와 금리 상승기를 거치면서 대출을 많이 일으켜서 집을 사는 건 꺼려하는 추세다"라며 "최소의 투자금으로 시장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기에는 소형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인구를 줄더라도 1~2인 가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소형 아파트의 평면이 잘 빠지고 있는데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늘어난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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