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는 송영길 매몰찬 ‘입구컷’ 까닭은 [검찰 왜그래]

이배운 2023. 5. 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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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피조사자, 누구나 예외없이 일정 조율해야”
“소환조사 한 번에 끝내려면 꼼꼼한 사전준비 필요”
“준비 덜된 대면조사, 증거인멸 포인트 짚어주는꼴”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입구에서 ‘컷’ 당했습니다. 예우 차원에서 부장검사가 내려와 캔커피라도 한 잔 내줄성싶었지만 속된 말로 ‘얄짤없이’ 돌려보낸 것입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가 조사가 거부되자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 괴롭히지 말고 저를 구속하라”고 호소한 뒤 청사를 빠져나갔습니다. 제 발로 찾아온 피의자를 검찰이 너무 매몰차게 대한 것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진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여러 사정을 따져보면 송 전 대표를 돌려보낸 건 지당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선 검찰은 ‘송영길은 마음대로 출석하는데 나는 왜 안 되냐’는 식의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피조사자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검찰과 사전에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온다”며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 놓곤 문전박대 당했다고 불평하는 건 특권의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중앙지검 출신 이 모 변호사는 “수사팀은 이미 그날의 수사 일정과 계획이 꽉 차 있었을 것”이라며 “송 전 대표 때문에 미리 짜놨던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고, 사전에 일정을 잡고 온 피조사자들이 헛걸음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가 조사가 거부되자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억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검찰과 피의자 서로에게 불편하기만 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유력인사의 체면과 바쁜 일정을 감안해 가능하면 소환조사가 한 번에 끝나도록 꼼꼼하게 준비한다”며 “송 전 대표 압수수색을 실행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만큼 압수물 분석과 밀도 있는 질문지 준비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 변호사는 “이번에 송 전 대표 출석을 받아줬어도, 증거물 확인 등을 위해 다음에 한 번더 소환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러면 송 전 대표는 ‘검찰이 나를 망신 주려고 또 불렀다’고 성토할 꿍꿍이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피의자의 일방적인 자진 출석은 검찰의 수사전략과 충돌한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서울고검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서 소환조사는 검찰이 증거를 어디까지 확보했는지,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수사가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피의자에게 이것저것 캐묻는 건 어떤 증거를 숨겨야 하는지 포인트를 짚어주는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핵심 피의자인 송 전 대표는 혐의를 끝까지 부인할 것이고, 자백할 이유도 없기때문에 검찰은 그의 주변을 조사해 혐의를 캐낼 것”이라며 “수사한 내용을 최종 정리하고 피의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단계에서야 송 전 대표를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가 조사가 거부되자 되돌아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검찰의 반대에도 송 전 대표가 굳이 자진 출석을 강행한 것은 향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는 속셈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입니다. 자신은 도주할 의사가 없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려 했음을 내세워 영장심사 판사의 심금을 울리려한다는 것입니다.

이 변호사는 “법조인 경력의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출석거부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만약 수사팀이 그를 조사실에 들여보냈으면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오히려 크게 당황했을 듯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판사 출신 한 전문가는 “얼굴이 널리 알려지고 명예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은 원래부터 도주 우려는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 자진 출석이 구속심사에서 이점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송 전 대표는 증거를 숨기려는 듯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구속이 더 유력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휴대폰은 어떤 이유에선지 초기화된 상태였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의 질문을 받자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면 우린 방어권이 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자신은 수사에 대비한 정당한 행동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증거를 제거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 보입니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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