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례식보다 관심 덜 받는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
찰스 3세 인기 하락, 영연방 탈퇴 움직임, 왕실 스캔들 등이 요인이란 지적
(시사저널=사혜원 영국통신원)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5월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르며 새로운 통치의 시작과 영국 군주제의 지속을 알린다. 그의 대관식은 여러 면에서 70년 전 어머니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과 비교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은 1953년 6월2일 거행되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대관식은 최초로 전면 중계된 대관식이었고, 당시 텔레비전 판매 급증으로 이어질 만큼 큰 화제였다. 국제적으로 방송된 최초의 세계 주요 행사 중 하나였고, 8000명이 넘는 군중이 몰려들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좌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올해 82세인 영국 시민 진 헤스는 당시 여왕의 대관식 전날 밤에 친척들과 함께 버킹엄 궁전 밖에서 밤을 새우며 기다린 것을 회상하며,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대관식은 상당히 축소된 규모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영국 국왕 대관식의 전통적 웅장함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을 표출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 적절한 변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영국 국민 64% "대관식 관심 없어"
그리고 그 배경에는 찰스 3세 개인의 인기나 왕실의 권위 하락, 해외 영연방 국가들의 탈퇴 운동, 영국 왕실에 대한 국민 불만 등이 연관돼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찰스 3세의 개인적인 인기다.
영국의 여론조사 사이트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9%만이 대관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35%,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응답이 29%나 되었다. 과반이 훨씬 넘는 64%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불과 얼마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영국 국민 모두의 관심을 받은 것과는 크게 다른 반응이다.
이뿐만 아니라, 비교적 검소하게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영국 국민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보여주고자 했던 찰스 3세의 의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진행된 BBC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 45%는 찰스 3세가 '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18~24세 응답자의 59%가 찰스 3세에 대한 의심을 표출했고, 고작 16%만이 찰스 3세가 '시민들의 삶을 잘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전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장관을 지낸 왕실 자금지원 비평가 노르만 베이커는 "영국 왕실이 소유한 궁전의 수는 터무니없이 많다. 버킹엄 궁전과 같은 국가 행사를 위한 궁전 하나, 은퇴를 원할 때 머물 수 있는 궁전 하나면 충분하다"며 왕실이 국가적 낭비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에게 연설하지만 헬리콥터와 개인 제트기를 남용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비판받고 있다.
영국 왕실에 대한 반대 여론도 대관식 축소 결정에 한몫했을 수 있다. BBC 설문조사에 따르면 군주제는 영국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무척 낮다. 65세 이상의 78%는 군주제를 지지한다고 답변했지만, 18~24세 중에서는 32%만이 군주제를 지지했고, 38%는 '선거를 통해 뽑은 국가원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무관심 역시 큰 문제인데, 젊은 층의 78%가 '왕실에 관심이 없다'고 답할 정도다. 찰스 3세는 3월13일 '영연방의 날'을 맞아 행사에 참석했는데, 반군주제 시위대는 "Not my king(내 왕이 아니다)"이라고 외치며 큰 불만을 표출했다. 현지 언론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시위대 중 한 명은 "찰스 3세는 그냥 국민의 돈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 뿐이다"고 불평했다.
이뿐만 아니라 앤드루 왕자와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의 연관성,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한 해리 왕자 부부의 불화 폭로 등 왕실에 대한 논란은 왕실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논쟁은 현대사회에서 군주제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해외 국가의 영연방 탈퇴 운동 역시 축소된 대관식에 기여했을 수 있다. 영연방 국가 대부분은 이전 영국 식민지 또는 영토였던 국가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구성원은 군주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카리브해 6개 국가(벨리즈·바하마·자메이카·그레나다·앤티가 바부다·세인트키츠 네비스)는 2021년 11월 공화국으로 재탄생한 바베이도스를 따라 군주제를 떠나겠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냈고, 이 같은 움직임은 찰스 3세가 왕위를 계승한 후 더 강해졌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위원장이자 자메이카 국가보상위원회 위원장인 베린 셰퍼드는 "공화주의를 향한 움직임은 이전 식민지 국가들이 진정으로 독립을 실천하고 자결권을 주장하며 군주제 아래 있지 않아야 할 때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군주제의 새로운 무대 시작
그러나 영국 왕실은 이러한 추측과 전망을 강력히 부인하며 "대관식 행사 축소는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안전상 이유와 영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관식에 국비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축소된 형식이지만 여전히 모든 전통적 요소를 포함할 것이며,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한 후 의례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찰스 3세는 지난해 9월부터 "서민들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운데 사치스러운 모습을 피하고 싶다는 뜻에서 대관식을 간소화할 계획"이라는 뜻을 비쳤다.
영국 왕실의 부인에도 이번 찰스 3세의 대관식 축소는 영국 군주제가 직면한 더 광범위한 문제와 변화하는 시대상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군주제는 수 세기 동안 영국 사회에서 안정과 연속성의 상징이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및 정치적 환경에 직면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새로운 통치의 시작과 위기에 빠진 군주제의 새로운 무대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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