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한 달 앞둔 혁신기업 “법 좀 제대로 만들어달라” 요청할 기회주니 기사회생
폐차를 원하는 사람과 폐차장을 모바일로 연결주는 앱을 운영하는 조인스오토의 윤석민 대표는 작년 말까지 밤잠을 설쳤다. 올 3월이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2019년 4월 받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의 기한은 올 3월 말까지였다. 2019년 4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작년 말까지 누적 거래건수는 1416건에 이르렀지만 3월이 되면 그대로 간판을 내려야 할 판이었다.
규제 없이 마음껏 사업하라는 취지에서 만든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는 ‘2+2년(2년 허가, 2년 연장)’간만 적용된다. 샌드박스 적용 기간 동안 관계부처가 법령을 정비해 혁신 기업들을 제도권 내로 안착시키는 게 제도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으로 인해 정부는 샌드박스 승인만 하고 그 뒤에는 모르쇠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조인스오토의 경우 창업할 때는 합법이었는데, 이후 자동차관리법이 바뀌어 ‘자동차해체재활용업’에 동록된 자가 아니면 폐차를 알선할 수 없게 되면서 불법이 됐다.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되려면 일정 면적 이상의 폐차장을 소유해야만 한다. 그러나 모바일로 연결을 해주는 게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고 정부가 인정해 샌드박스로 4년간 면탈을 해줬다.
문제는 이 4년간 정부가 폐차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올 3월이 지나면 불법인데 작년까지는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법령정비 요청제’가 숨통 틔여줘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에게 한줄기 빛이 된 건 작년 12월 시행된 ‘법령정비 요청제’였다. 실증특례 사업자가 유효기간 종료 전에 관계부처에 관련 법령정비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다. 윤 대표는 곧바로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에 법령정비를 요청했다. 2월 13일 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받아들여져 ‘법령 정비완료 시’까지 특례기간이 연장됐다. 시한부 꼬리표를 뗀 것이다. 조인스오토는 이 제도를 적용받는 첫 사례였다. 윤 대표는 “그동안 사업이 커져도, 3월 이후 어찌 될지 몰라 거래처들이 불안해했다”며 “이제 이런 리스크는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동병상련 겪은 기업과 협업도
조인스오토는 최근 헤이딜러와 손잡고 ‘원스톱 폐차견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헤이딜러 또한 조인스오토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기업이다. 2014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헤이딜러는 14개월 만에 30만명이 500억원어치의 차량을 거래하며 성장했다. 그러던 2015년 1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불법 사업장이 됐다. 오프라인 자동차 경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경매하는 사업자는 범법자가 되자 헤이딜러는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국토교통부는 온라인 자동차경매업체 관련 규정을 보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고, 개정안 통과까지 관련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결국 헤이딜러는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여전히 힘든 샌드박스 승인 기업들
다만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대다수의 기업들은 지지부진한 규제 개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9년 규제 샌드박스 등 기업 규제애로에서 도출했던 4개 분야 86개 규제를 대상으로 개선여부를 추적한 결과, 지난 4년간 개선 완료된 규제는 8건(개선율 9.3%)에 불과했다. 개선 진행 중은 21건이었고, 나머지 57건은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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