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입니까, 펩시입니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김성모기자 2023. 5.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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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36)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2등 같은 1등, ‘펩시’

코카콜라, 펩시코 등 미국 콜라 회사들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코카콜라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난 109억8000만 달러(약 14조72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시장 전망치(108억 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도 31억1000만 달러(약 4조1700억 원)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펩시코도 웃었다. 펩시코의 1분기 매출은 178억5000만 달러(약 23조94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펩시코는 올해 매출 연간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6%에서 8%로 올렸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펩시코는 실적 발표에서 “1분기에 제품 판매량이 2% 감소했지만, 가격을 16% 올려 매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가격을 비슷하게 올렸는데도 판매량이 3% 늘었다. 세계 최대 음료 판매 기업답다.

고물가 시기에는 기업들이 원자재나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다.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생활필수품 회사나 애플처럼 가격결정력(상품값을 올려도 사고 싶은 마음이 크게 줄지 않는)이 있는 기업일수록 이를 잘 활용한다. 콜라 회사들도 비슷한 전략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콜라를 사실상 생필품으로 분류한다. 피자, 햄버거에 콜라가 빠지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인정.

이번 신비월드에서는 창립 125주년을 맞은 펩시코를 소개한다. 1898년 사업을 시작한 펩시코는 콜라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코카콜라(1892년 출시)보다 늦게 출발해 ‘만년 2등’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돈은 훨씬 더 잘 번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꽤 알려진 사실) 펩시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매출에서 코카콜라를 앞질렀다. 지난해 펩시코와 코카콜라는 각각 860억 달러(약 115조3000억 원), 430억 달러(약 57조7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펩시가 코카콜라를 앞선 것일까. 그럴 리가. 콜라 시장에서 펩시코는 여전히 코카콜라 뒤를 쫓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점유율(2021년 기준)은 46.3%에 달한다. 펩시(25.6%)의 두 배에 가깝다. 펩시의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 30% 수준에서 계속 떨어졌다.

다수의 소비자가 코카콜라를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요식업 전문 매체인 매시드가 2021년 전 세계 3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가 코카콜라를 더 좋아한다고 밝혔다. 36%만 펩시가 낫다고 답했다. “코카콜라 맛있다”는 아이돌 뉴진스의 가사가 옳다.

일러스트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소련 무장해제 시킨 펩시

펩시코가 실적에서 코카콜라를 누른 비결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다. 도리토스, 치토스, 프리토스, 레이즈, 러플즈, 토스키토, 썬칩 등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과자’ 브랜드의 상당수가 펩시코가 보유한 스낵회사 프리토-레이의 제품들이다. 현재 펩시코의 연 매출에서 스낵 등 식품 비중은 50%를 넘어선다.

음료 부문도 구성이 다양하다. 탄산음료로 펩시와 세븐업, 시에라미스트, 마운틴듀, 스태리 등이 있다. 게토레이(스포츠음료), 아쿠아피나(생수), 소다스트림(홈메이드 탄산수) 립톤(차음료) 등도 전부 펩시코 제품이다.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인 캔음료 역시 펩시코가 납품하고 있다.

반면, 코카콜라는 음료에 집중했다.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비타민워터, 미닛메이드, 몬스터에너지드링크, 바디아머 등을 보유 중이다.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음료 유통 네트워크가 코카콜라의 강점 중 하나다. (바디아머는 NBA 선수들이 많이 찾는 스포츠음료로 코카콜라가 2021년에 인수했다. 방탄복 회사를 산 줄 알았다)

도널드 켄달 전 최고경영자(CEO)가 펩시코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세일즈맨’ 출신인 켄달은 1963년 42세의 나이로 펩시코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사람들이 음료를 마실 때 스낵을 함께 먹는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1965년 미국 국민 감자칩 브랜드 프리토-레이의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합병(M&A) 당시 두 회사의 회장은 “천국에서 맺은 결혼”이라고 했다. 콜라와 감자칩의 ‘단짠단짠’이 완성되는 순간을 적절히 표현한 듯하다. 현재 미국의 스낵 인기 순위에서 톱 10 중 7개가 프리토-레이 제품이다.

켄달은 ‘마케팅 귀재’로 꼽힌다. 그는 1959년 친구인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해 소련 지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흐루시초프) 공산당 총리·서기장이 한 행사에서 펩시를 마시도록 판을 짰다. 각국 언론에서 흐루쇼프 총리가 펩시를 맛있게 마시는 장면이 보도됐고, 회사 브랜드 가치는 급상승했다. 냉전 시기에 놀랄 만한 일이었다.

펩시코는 1974년 소련에서 콜라를 팔기 시작했는데, 당시 소련은 미국과 냉전 중이라 물물교환만 가능했다. 펩시코는 콜라 원액을 주고 토마토 농축액이나 보드카 등을 받았다. 이후 펩시 수요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소련은 공장을 늘리는 대가로 17척의 잠수함과 3척의 군함을 줬다. 켄달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에게 “우리가 당신들보다 더 빠르게 소련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1959년 한 행사장에서 당시 소련 지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총리·서기장(왼쪽 두 번째)이 펩시를 맛보고 있다. 1974년 펩시코는 소련에서 콜라를 팔기 시작했다. 펩시는 소련에서 판매된 최초의 ‘자본주의’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 펩시코의 건축가들

펩시코는 1983년 마이클 잭슨과 500만 달러(약 67억 원)에 모델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카콜라가 잭슨에게 제안한 금액의 5배 수준이었다.

켄달의 ‘펩시 첼린지’는 지금도 곧잘 회자되는 마케팅 사례다. 펩시코는 고객들에게 펩시와 코카콜라를 블라인드 테스트했다. 그 결과, 펩시의 맛이 뛰어나다고 응답한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펩시코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펩시 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 코카콜라를 구세대 음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켄달은 이러한 마케팅으로 한때 펩시의 시장점유율을 코카콜라와 비슷한 30%대까지 끌어올렸다. 이전에 펩시의 점유율은 코카콜라 ‘반의반’ 수준이었다. 그가 CEO로 재직한 23년 동안 펩시코의 매출은 40배 성장했다. 펩시코는 2020년 켄달이 세상을 떠날 때 “그는 펩시코의 건축가였다”라면서 경의를 표했다.

켄달이 프리토-레이를 인수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펩시코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인드라 누이 전 CEO였다. 누이는 펩시코 재무책임자로 있다가 2006년 CEO에 올랐다. 그는 펩시코를 건강한 이미지의 종합 음료·식품 회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펩시코는 1990년 후반부터 여러 식품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작업을 반복했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이 누이였다. 누이는 피자헛, KFC 등 회사의 패스트푸드 부분을 정리하고, 주스업체 트로피카나와 스포츠음료 회사 퀘이커오츠 등을 인수했다. 식품에서는 스낵업체 토스티토스와 베어푸드(야채·과일칩 브랜드)를 사들였다.

퀘이커오츠는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를 소유한 회사다. 북미에서는 오트밀 제품을 많이 판매해 건강식품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퀘이커오츠는 원래 코카콜라에 인수를 제안했는데, 워런 버핏이 이를 반대했다. 그 사이, 당시 펩시코 부사장이었던 누이가 코카콜라보다 20억 달러 낮은 138억 달러(약 18조4400억 원)에 회사를 인수했다. 이 공로로 누이는 CEO로 승진했고, 버핏은 코카콜라 이사회에서 사퇴했다.

현재 미 스포츠음료 시장에서 게토레이의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펩시코는 게토레이로만 매년 6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93세의 버핏은 하루 5캔 마실 정도로 코카콜라를 사랑하지만, 과거 48년 동안 펩시만 마셨다. 버핏의 아들이 지은 그의 별명은 ‘펩시 워런’이었다. (체리 맛 코카콜라에 빠져서 갈아탔다)

펩시코는 2000년 게토레이로 유명한 미국 최대 스포츠음료메이커 퀘이커오츠를 134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인드라 누이 전 펩시코 CEO(맨 왼쪽)가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펩시코)


● 거품 빠진 콜라들

누이가 수장을 맡은 뒤, 펩시코는 건강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영역을 더 넓혔다. 펩시코는 2008년 브라질 코코넛워터 업체 아마코코를 인수하고, 미국 허머스(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중동 음식) 제조사 사브라의 지분 50%를 매입했다. 다음 해에는 중동 최대 유제품 업체인 알마라이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고객들의 건강에 진심이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누이는 임원을 아이슬란드에 보내 해초를, 인도에 보내 고대 전통 의학으로 알려진 아유르베다를, 아마존 계곡과 아프리카 정글로 보내 고대 곡물과 식물을 연구시켰다. 건강식품의 원료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누이는 펩시코 제품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감자칩과 탄산음료처럼 맛에 중점을 둔 상품과 오트밀 등 건강식품,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식품이다. 그는 2010년 “펩시코 매출에서 영양가 높은 제품의 비중을 10년 안에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펩시코가 사업을 확장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설탕’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과 규제 때문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탄산음료 소비는 꾸준히 줄었다. 미국의 1인당 탄산음료 소비량은 1990년대 후반 200L로 정점을 찍었다. 2016년에는 미국에서 생수가 처음으로 탄산음료 판매량을 넘어섰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과당류에 별도에 세금(콜라세)을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사실상 탄산음료를 겨냥한 정책이었다.

누이의 빠른 전략 변경으로 펩시코는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펩시코는 2005년 12월 시가총액으로 코카콜라를 제쳤다. 112년 만이었다. 2018년 포천 500대 기업에서 펩시코는 코카콜라(87위) 보다 높은 45위에 올랐다. 누이는 12년간 펩시코를 경영하면서 연평균 매출을 5% 이상씩 성장시켰다. 대단한 업적이다.

그는 펩시를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누이는 얼음처럼 차가운 펩시의 맛을 좋아한다고 열정적으로 말하지만, 일주일에 (펩시를) 3번만 마신다”고 전했다. 매일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 코카콜라부터 찾는 버핏과는 다른 모습이다.

픽사베이


● 펩시코의 새로운 건강 식단

2018년 누이 다음으로 취임한 라몬 라구아르타 CEO는 전임자와 다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라구아르타는 최근 콜라와 감자칩 판매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탄산음료와 스낵 등 주력 제품을 개선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WSJ은 지난달 ‘펩시의 새로운 건강 식단: 더 많은 감자칩과 탄산음료’라는 글에서 “수년 동안 펩시코는 정크푸드의 뿌리에서 벗어나 허머스, 콤부차, 야채칩, 견과류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콜라, 감자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펩시코는 재생 농업 방식으로 재배한 감자를 사용하고, 친환경 포장을 한 제품을 전기 트럭으로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펩시코는 최근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의 첫 고객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맞출 수 있도록 제품에 포함된 설탕, 소금, 포화지방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구아르타는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콜라나 감자칩)에 집중하는 것은 사업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공중보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탄산음료와 과자를 찾는다면, 몸에 좋은 제품을 제안하는 것보다 차라리 콜라와 감자칩을 건강하게(?) 만드는 편이 인류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회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맛’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소금과 설탕을 기존보다 줄이면서 현재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미 텍사스주 플라노에 있는 프리토-레이의 스낵본부가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과자에 새로운 소금 결정, 염화칼륨을 넣거나 허브 및 향신료의 조합을 바꿔보고 있다. 회사의 식물교배연구소에서 개발한 감자 품종으로 포테이토칩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맛은 외부 전문가들이 감별한다. 스낵본부는 전문가 10여 명을 고용해 일주일에 3번 새롭게 개발한 감자칩과 쿠키, 오트밀 등을 맛보게 하고 있다. 맛과 식감 등에서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 전문가들은 기름기 정도, 씹을 때의 식감, 제품을 삼킨 뒤 느껴지는 뒷맛 등의 항목을 0에서 15로 평가한다.

WSJ은 “음식을 씹으면서 ‘음’, ‘우웩’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훈련된 테스터들은 감자칩의 맛을 27가지 속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간당 19~20달러를 받고, 스낵까지 맛보다니 괜찮은 직업 같다.

라구아르타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핵심 브랜드를 개선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전임 CEO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펩시코의 콜라, 감자칩 같은 주요 상품들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이 시기에 펩시코 탄산음료의 점유율이 20% 초반까지 하락했었다.

WSJ은 2018년 “펩시코가 지난해(2017년) 생수, 레몬 소다 같은 새롭고 건강한 음료에 집중해 펩시, 마운틴듀 등 핵심 브랜드 판매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공격도 있었다. 당시 펩시코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 넬슨 펠츠는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어 경영에 간섭했고, 누이는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탄산음료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땀을 뺐다.

펩시코가 최근에 실적이 좋기는 했지만, 경제 여건에 따른 일시적인 수혜라는 분석도 있다. 라구아르타가 CEO를 맡은 직후에는 펩시코 매출이 감소세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해소되고 경제가 정상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펩시의 새로운 건강 식단: 더 많은 감자칩과 탄산음료’라는 글에서 펩시코의 사업 전략 변경을 조명했다. WSJ은 “수년 동안 펩시코는 정크푸드의 뿌리에서 벗어나 허머스, 콤부차, 야채칩, 견과류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콜라, 감자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


● M과 Z의 차이

주요 소비층의 변화도 라구아르타의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Z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제품을 맛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66%와 밀레니얼 세대의 53%가 스낵을 구매할 때 ‘맛’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시장조사기관 패키지팩트의 노먼 데샹 연구원은 “이들은 모여서 감자칩, 프레즐을 먹지 그래놀라바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Z세대는 앞선 세대와 다르게 맛보다는 체중 유지 같은 ‘자기관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제식량정보협의회(IFIC)가 지난해 미국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중 27%가 식습관에서 열량 계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비중(26%)이 자연에 가까운 식재료를 선호(클린 이팅)했다. 음식을 대체로 가리지 않고 포만감이 느껴질 때까지 먹는 ‘마인드풀 이팅’은 19%에 그쳤다.

체중 관리 때문이다. 조사에서 Z세대의 4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다이어트에 준하는 식습관을 따랐다”고 했다. 같은 응답을 한 X세대는 51%, 베이비붐 세대는 29%였다. IFIC는 “Z세대는 상대적으로 외모 개선과 건강관리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탄산음료와 스낵의 성분을 건강하게(사실은 덜 나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관련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Z세대의 77%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간식을 먹는다”고 답했고, 하루 두 번 간식을 먹는 비율도 34%에 달했다.

라구아르타가 콜라와 감자칩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주요 소비층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 고객들에게 ‘펩시코의 제품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펩시코가 최근 펩시의 로고를 바꾸는 리브랜딩 작업에 돌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펩시 로고 변천사. (펩시코)


● 로고 심장에 다시 새긴 ‘펩시’

펩시코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둥근 문양 안에 ‘PEPSI’ 글자를 넣은 일체형 펩시 로고를 선보였다. 그러다가 2008년 그림과 글자를 분리했다. 나이키 ‘스우시’나 스타벅스의 ‘사이렌’처럼 글자 없이 문양만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려 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고전적인 로고 방식을 다시 끌어왔다. 이번 로고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사용한 로고와 사실상 모양은 똑같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펩시 글자와 로고 주변의 배경 색을 검정으로 교체한 부분이다.

탄산음료 회사들은 무설탕 탄산음료의 포장에 검은색을 활용한다. ‘코카콜라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등을 보면 글자든 배경이든 어딘가에 이 색이 들어가 있다. ‘설탕’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펩시가 아예 브랜드 로고에 검은색을 넣은 것이다.

펩시코 마케팅 책임자인 토드 카플란은 “많은 사람이 제품이나 로고에 검은색이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못한다. 하지만, 탄산음료에서 ‘제로’ 하면 ‘다이어트’를 떠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이 이 같은 무의식 마케팅을 활용한다. 아마존(amazon) 로고를 보면 ‘a’와 ‘z’ 사이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a부터 z까지 모든 물건을 다 판매한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의도가 담겼다.

펩시코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탄산음료, 스낵에서 설탕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사실은 ‘여론 전환용’이라는 것이다.

WHO에 따르면 현재 최소 85개국에서 ‘콜라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최근 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 인도, 요르단, 탄자니아, 콜롬비아 성인의 절반 이상(59%)이 콜라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3월 “펩시의 새롭고 현대적인 모습은 단순히 브랜드를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꼼수이기도 하다”라고 꼬집었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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