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믿다가 '희망' 잃은 부모의 마지막 절규..."우리 아이 왜 죽었나요?"
어린 자식 잃은 부모 소망은 단 하나 ‘사인 규명’
비슷한 처지 부모들 똘똘 뭉쳐 보건·교육 당국 상대
접종 ‘권고’ 규정 어기고 사실상 ‘강제’ 규명이 관건
질병청 외면에 ‘트라우마’는 남겨진 가족 몫
인천 계양구에 사는 황은주(여·45) 씨 아들 공호준 군은 15세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지난 2월 28일은 아이가 숨진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지역 교육감이었습니다. 인제야 전화를 주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말을 좀 들어주지. 이제 와 전화해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아들의 첫 기일이 지나고 보름 뒤인 지난달 13일 황 씨는 “정말 원하는 것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걸 체념한 목소리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으로 꽃다운 나이의 딸과 아들을 잃은 이들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청춘을 위로할 길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지금도 보건·교육 당국을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황 씨는 그런 부모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담하게 전했다.
▮어린 자식 잃은 부모 소망은 단 하나 ‘사인 규명’
호준 군은 2021년 11월과 12월 잇따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 2차 접종을 했다. 그리고 2학년 새 학기 개학을 이틀 앞둔 이듬해 2월 28일 자신의 방 침대에서 눈을 뜨지 못했다. 이날 황 씨는 시계 알람 소리에도 인기척이 없는 아들을 깨우려고 그 방에 들어갔다가 준비 없이 비극을 맞닥뜨렸다. 이날은 아이가 백신 2차 접종을 한 지 90일째 되는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인은 나오지도 않았다. 아이가 먹은 게 이상할 수 있으니 부검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경황이 없어서 그냥 장례를 열었다. 그 와중에 ‘아이가 숨졌는데, 사인 불명’이라는 내용의 온라인 기사가 났다. 황 씨 내외는 ‘백신 부작용이 아니냐’는 기사의 댓글을 봤는데, 그 순간 “아차, 뭔가 놓쳤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장례 끝나고 일주일 뒤 인터넷을 뒤져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와 가족의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체에 가입하고 나서야 백신 접종 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아이의 몸을 열었고, 부검 결과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긴 급성 심장사로 추정됐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부검 소견과 관련해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소견서에는 급성 심장사라고만 적혀 있었다. 황 씨는 “아이가 중학교 입학 전 건강검진 때도 이상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내내 받은 건강 검진 내용을 샅샅이 훑었는데도 관상동맥 이상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숨지기 직전 여름방학 때 놀이공원에서도 즐겁게 놀았던 아이였거든요.” 끝내 황 씨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비슷한 처지 부모들 똘똘 뭉쳐 보건·교육 당국 상대
황 씨는 아들의 사인을 밝히려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비슷한 사례를 수소문했다. 백신 접종 이후 백혈병으로 숨진 학생과 자기 아들처럼 수면 중 숨졌지만, 부검 결과 사인 불명이 나온 고3 학생 이야기를 들었다. 혈액암으로 고생하는 학생의 학부모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고3 백신 접종 이후 57일 만에 중증 환자·사망자가 나왔지만, 교육 당국이 이 사실을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부산에서도 고3 학부모가 아이의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학교에 신고하면서 “신고 내용을 접종 예정인 12~14세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야 다른 접종자도 부작용을 염두에 두지 않겠느냐”고 건의했지만, 학교와 교육 당국의 제대로 된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급기야 황 씨를 비롯한 학부모 6명이 교육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거주지 교육감, 자녀가 다닌 학교 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오는 7월 13일이 이 소송 재판의 첫 변론기일이다. 황 씨는 “교육 당국이 고3 접종 이상 반응 접수 내용을 알려만 줬어도 아이가 접종하지 않았을 거고, 그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하니까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 “재판 결과가 어떻든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소송을 하자는 데 학부모 모두 뜻을 같이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자녀들의 친구 부모나 동네 주민 상당수가 아이가 백신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불안감 때문이었다. 백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인정하면 해당 백신을 접종한 자기 자녀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되니까 관련 의혹과 문제 제기에 눈과 귀를 닫아 버렸다는 것이다. “나도 1, 2차 맞았는데, 괜찮던데. 다 이런 식이었어요. 왜냐하면 본인들은 물론 자기네 아이들도 다 맞았거든요. 불안한 거죠. 학부모들이 특히 더 그랬어요.”
▮접종 ‘권고’ 규정 어기고 사실상 ‘강제’ 규명이 관건
호준 군이 다니던 학교의 교사들은 ‘한술 더 떠’ 살길 찾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학교나 교사 모두 아이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자기 할 말만 했다. 학부모로부터 소송당한 교장 중 한 명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사를 냈다. 자신은 정부 지침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인데, 소송당해서 억울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이의 담임 교사도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말한 것은 권고사항일 뿐이었다.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서 제자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규명하려는 스승의 비통함은 눈을 씻고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황 씨는 “교육부에서 전국 고등학교에 학생 접종 이후 특이사항이 생기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이상 반응 보고를 받고 나서도 다른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가 접종할 당시에 학교에서는 아침마다 백신 맞았느냐. 몇 차까지 접종했느냐. 언제 맞을 거냐는 식의 조사를 했다고 한다. 당시 백신 접종하지 않은 아이들을 ‘왕따’ 비슷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학교 안에 있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황 씨는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과 백신 접종이 법적 권고 사항인데도 사실상 강요됐는지 여부를 법과 제도권을 통해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황 씨는 지난해 4월 질병청에 아들의 부검 결과서와 백신 부작용 인과성 심의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아직 심의 결과는 안 나왔다. 접종 이후 림프암 판정을 받은 고3 학생의 부모는 인과성 심의 요청 뒤 1년이 지나서야 결과를 받았는데, 인과성 인정을 받지 못했다.
▮질병청 외면에 ‘트라우마’는 남겨진 가족 몫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한 번씩 다 꿈인 거 같아요. 예전에 찍은 아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아직 살아있을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황 씨는 자포자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남은 자녀를 잘 키워 내는 것도 자식 잃은 부모의 숙명이다. 부모답게 살아내야 하기에 슬플 겨를도 없다. 그래서 ‘워킹맘’인 황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 딸아이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오빠가 변을 당했을 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딸아이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됐다. 여동생은 씩씩하게 학교에 다니며 오빠 일을 말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학교로부터 일본뇌염 4차 등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황 씨는 딸에게 접종을 권하지 않았다. 황 씨는 “아들 일을 계기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접종은 다 권고 사항이라는 걸 알았다. 그걸 여태 몰랐다”며 “더는 대한민국 예방접종을 믿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절대 병원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 모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황 씨는 자신은 남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힘을 내고 있지만, 무남독녀 자식을 보내고 삶의 의욕을 잃는 부모도 많다고 전했다. 포항에 사는 C 씨의 고2 딸은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 반응을 겪다가 숨을 거뒀다. 이후 부모들은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신 없이 이곳저곳을 헤맨다고 한다.
황 씨는 지금도 백신 피해자 단체의 활동에 가끔 참여한다. 그때마다 피해자의 호소를 못 들은 체하는 질병관리청의 행태에 비통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백신 맞고 아픈 아이들이 있는데, 질병청은 한술 더 떠 소아까지 백신을 맞추려 한다”며 “보건 당국은 백신 맞은 10대 청소년의 죽음을 애써 모른 체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22일 지영미 질병청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영유아 성인 등을 포함한 전 국민 올해 코로나19 접종 대상으로 정한 것이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더 보호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황 씨는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미처 꽃도 못 피워본 채 스러진 아이들의 억울한 사연에 귀 기울여 달라는 거다. 잘 들어보면 희망 잃은 부모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라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보상이 아니다. 정말 아이가 막을 수 있는 죽임을 당한 건 아닌지, 그걸 규명하고 싶다”고 재차 당부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