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관광' 들고 'K-영업본부장' 자처한 기자 출신 장관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고등학생 작품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공모행사 전 문체부에 제출한 사전 승인시 자료와 달리 순수한 학생공모전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주최 측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선 한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 카툰을 둘러싼 공방이 있었다. 야당 위원들은 정치 풍자 만화에 대한 '검열'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문체부를 공격했다. 특히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겐 만화를 그린 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과를 거부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고 절차 위반의 문제"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정치적 의도가 있는 작품은 애초에 청소년 대상인 대회 성격상 결격 사항인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런 과정에서 언론 취재 등으로 만화영상진흥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출신 도의원 경력자고, 부천국제만화축제 관계자들 상당수가 정치적 성향이 기울어진 인사들이란 점까지 밝혀져 전국 규모 청소년 창작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역으로 받았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 제기한 진정을 각하했다. 문체부가 '윤석열차'에 금상을 줬던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야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았지만 박 장관이 뚝심있게 대처한 사례다. '블랙리스트' 사건 여파로 '정치 알레르기'가 있는 문체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자 출신인 박 장관이 직업적 가치관으로 스스로 중요시하던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란 점을 설득력있게 밀고 나간 결과란 평가가 나왔다.
이제 1년을 공직에서 보낸 박 장관은 40년 가까이 중앙일보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공직자를 곁에서 관찰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키운 안목과 가치관이 문체부 수장 역할을 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단 평가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매입하는 역사적 사건에 그의 역할이 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직접 현지 취재한 기사로 매입 여론을 형성시켰다. 실제로 매입이 성사되는 2012년 8월까지 약 20여차례 방문해 자료 조사를 하고 관련 강연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공로로 2013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방미외교를 수행한 박 장관은 그 공사관 건물에서 지난 달 미국 MZ세대와 여행업 관계자 등을 만나 방한관광 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의 20여년 넘은 공사관 건물과의 인연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체부는 'K-콘텐츠' 산업의 탁월한 경쟁력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박 장관 입에서 'K'와 '콘텐츠'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는 것도 'K-콘텐츠'의 현재가 그만큼 중요한 산업적 변곡점에 있단 점을 시사한다. 특히 문화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계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게 문체부가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콘텐츠 수출자체로도 전례없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다른 산업의 제품과 협업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끌어 올릴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문화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문체부 위상도 예전보다 격상된 상황이다.
특히 신진 창작자들이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계약을 불리하게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들의 창작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문체부는 '검정고무신 사건'에 대해 예술인 권리보장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하고 '검정고무신 법률센터'로 불리는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대처에 나서고 있다.
예술계에 만연한 '가난한 창작자'를 당연시 하는 분위기를 타파해야 'K-콘텐츠'가 산업적 면모를 제대로 갖출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장관 스스로가 '콘텐츠'를 쓰고 편집하던 언론인이어서 정통 '콘텐츠 전문가' 입장에서 콘텐츠업을 인식하고 있단 점이 도움이 된다.
윤 대통령이 3월 말 주재한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관광'이 지목됐다. 올해와 내년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민관이 전력을 다해 방한 관광산업을 키워서 내수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국관광 100선'을 발표한 데 이어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 등도 선정해 국내 관광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을 수행하던 방미외교 중에도 'K-관광'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특히 '청와대의 관광 랜드마크화'는 문체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청와대 K-관광 랜드마크' 선포식에서 "청와대는 대통령 역사, 문화예술, 자연, 전통문화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관광 공간"이라며 "K-관광 랜드마크 킥오프를 계기로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를 서울의 핵심 관광자원화한다는 계획은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나왔다. 청와대 개방을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다. 43년간 역대 대통령이 머물렀던 청와대는 문화예술 공연이 열리고 수목이 우거진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기자 시절 정치부에서 오래 일하고 청와대를 취재해 '청와대 비서실'이란 책도 냈던 박 장관이 문체부를 맡아 청와대를 관장하게 된 것도 흥미로운 운명인 셈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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