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귀향 1년'…큰 변화 겪은 양산 평산마을

이정훈 2023. 5. 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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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단체 집회·시위로 몸살…경호구역 확대로 잦아들어
평산책방 개점으로 또 전국적 관심…동네 '문화 사랑방' 역할
평산책방 앞치마 착용하고 밝은 표정 짓는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산=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앞치마를 하고 책방지기로 일하는 '평산책방'은 지난달 27일 개점 이틀 만에 첫 문화행사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트위터로 추천한 책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자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 박영설 평산마을 이장, 함구한 지산마을 이장, 2대째 평산마을에 정착해 자기를 굽는 신한균 사기장(沙器匠) 등 마을 주민과 타지에서 온 손님까지 50여명이 작은 책방을 채웠다.

평산책방은 다음 달에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해 주민, 지역민과 함께한다.

경청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진행된 오픈 기념 강연(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에서 사회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녁 무렵 열린 '정 작가와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첫 행사라 약간 들뜬 분위기 속에 차분하게 끝났다.

불과 1년 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행사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퇴임과 동시에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사저를 지어 귀향했다.

곧 퇴임과 귀향 1주년을 맞는다.

사저 측은 "퇴임과 귀향 1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임과 귀향 1년을 맞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정착한 지산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통도사 바로 옆이면서 평산·지산·서리·대원마을 등 4개 마을 1천여명이 사는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살거나 전원생활을 하려고 은퇴자들이 사는 조용한 동네다.

지난해 5월 10일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귀향하면서, 평산마을을 중심으로 지산리 주민 일상이 달라졌다.

사저 관광객,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단체, 개인의 집회·시위가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이어져 동네가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지난해 8월 경호구역 확대 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차량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마, 불볕더위조차 아랑곳 없이 거의 매일, 100일 넘게 확성기·대형 스피커를 동반한 집회·욕설 시위가 계속됐다.

동네에 방까지 얻어 출퇴근하는 시위꾼들 때문에 문 전 대통령 부부, 마을 주민들의 일상생활, 동네 산책조차 힘들었다.

문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모인 지지단체 맞불 집회도 동네 주민들에겐 불청객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8월 사저 경호구역 확대를 계기로 집회·시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래도 완전한 일상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려 보인다.

대통령 경호처가 지난해 8월 22일부터 문 전 대통령 경호를 강화하면서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까지 넓혔다.

경호구역 확성기 차량 진입 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단골 집회·시위 장소가 경호구역에 포함됐다.

반대 단체, 유튜버들은 사저가 보이지 않는 평산마을 입구 쪽으로 강제로 밀려났다.

집회 횟수, 참여 인원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러나 평산마을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목격하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현수막과 성조기일 정도로 마을 밖 집회·시위는 지금도 이어진다.

박영설 평산마을 이장은 "경호구역이 넓어졌다고 해도, 마을 입구 쪽 집회, 시위는 여전하다"며 "화내고 맞대응하려 해도 같은 사람이 될까 봐 그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평산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 [촬영 김동민 기자]

지난달 26일 문을 연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 이웃들에게 또 다른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사비를 들여 평산마을 이웃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 후 책방으로 바꿨다.

정지아 작가 초청 문화행사 때 문 전 대통령은 "제가 양산 사람으로 대통령이 됐으니 임기를 마치고 나면 다시 살던 양산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면서 양산 지역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책방을 열었다"고 주민들에게 직접 말했다.

그러면서 한두 달에 한 번 정도씩은 작가를 초대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만들거나, 강연, 작은 음악회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하면서 평산책방을 동네 문화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곳이 평산책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산책방 시작은 순조롭다.

평산책방은 개점 일주일 만에 책 5천582권을 팔았다.

방문객은 1만명에 이른다.

문 전 대통령은 오전이나 오후 때 책방지기로 나선다.

앞치마를 걸치고 직접 계산을 하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 준다.

박영설 이장은 "전국 곳곳에서 책방을 찾는다. 책방이 열지 않는 지난 월요일에도 바깥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는데도 방문객이 끊이질 않았다"며 "화장실 문제가 제일 급한데,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산책방 방문객과 사진 찰칵 [연합뉴스 자료사진]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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