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태영호는? 김현아는?…이재명의 ‘동문서답’ 정치 [국회기자 24시]

박기주 2023. 5. 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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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선 '동문서답'이 화두입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주제를 꺼내며 반문을 하는 건데요.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한 답이 아닌 다른 정당(국민의힘)의 문제를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이 민주당을 담당하는 기자들이기에 관련 질문을 던진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도, 이 같은 반문을 한 데에는 불편한 질문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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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돈봉투` 취재진 질문에 반문으로 맞서
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최재성 "당 대표가 할 발언이나 행위 아냐"
이상민 "공감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요즘 정치권에선 ‘동문서답’이 화두입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주제를 꺼내며 반문을 하는 건데요. 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입니다.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한 답이 아닌 다른 정당(국민의힘)의 문제를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안팎으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작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였는데요. 취재진이 ‘송영길 전 대표 귀국하면 만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몰라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김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죠.

이러한 패턴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이튿날 비슷한 질문에 이 대표는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가나? 관심이 없으신가 보다”라며 질문한 취재진을 비꼬았습니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인물입니다.

지난 3일엔 돈봉투 의혹으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인다”고 말을 돌렸습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취재진이 민주당을 담당하는 기자들이기에 관련 질문을 던진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도, 이 같은 반문을 한 데에는 불편한 질문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죠.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제기됐습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 출연해 “야당에 대한 정치 공세, 또는 정치수사에 비해 너무 편파적이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 같지만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발언이나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죠.

그는 “국민 기준에서 민주당의 돈봉투 문제 등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하면 그거에 맞는 얘기를 해야지 타(他)당을 끌어들여서 그렇게 하는 것은 당 대표가 하실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역시 “무슨 뜻인지는 대략 알겠지만 공감하기는 좀 어렵다”며 “질문이 왔으면 그에 대해서 진솔하게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하든지. 아니면 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든지.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정석”이라고 말했죠.

결국 이 같은 이 대표의 ‘동문서답’ 작전은 역풍으로 돌아왔는데요. 국민의힘은 김 전 의원에 대한 당무조사 착수에 나섰고, 박 전 의원은 이미 탈당 조치 됐기 때문에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절차도 밟고 있죠.

그리고 유상범 국민의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이재명은?”이라고 말이죠. 이 대표가 많은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되물은 겁니다.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결사 항전을 벌인 민주당으로선 다소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이 된 거죠.

정치권에서 상대 당을 비판하는 것은 이미 국민도 당연하다고 넘기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질문에 그 답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 국민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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