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10km 와이파이 터진다, 느리고 비싸도 급할 땐 눈물나게 고맙다
직장인 ㄱ씨는 지난해 가을 유럽 출장길에 항공기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했다. 회사 동료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해나가야 하는 상황.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ㄱ씨가 타는 아시아나 항공기 기종(A350)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비행기 탑승 뒤 무제한 사용 요금(21.95달러·약 3만원 안팎)을 결제했다. 인터넷 끊김이 없지는 않았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정도는 큰 불편이 없었다고 한다. “업무 처리가 워낙 급해 와이파이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었다. 출장은 물론 여행을 가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숙소 예약을 바꾸거나 일정을 짜는 데 편할 것 같아서 또 사용할 것 같다.”
하늘길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항공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현재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두 곳뿐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올해 상반기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앞으로 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중장거리용 항공기인 A350 13대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장거리 특화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보잉787-9 2대(앞으로 2대 추가 서비스 예정)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내 와이파이 수요가 있을 법한 장거리 노선들이다. 탑승객은 이용 시간이나 데이터 용량에 따라 최소 1만원에서 6~7만원 대의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을 활용한 통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기체 상단에 동그란 원반 모양의 위성 안테나(사진 참조)가 설치돼있는 건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A350 항공기는 장거리 최단 루트를 비행하기 위해 (지상이 아닌) 해상을 고고도로 통과하므로 위성 통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아시아나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모두 통신 서비스 업체 파나소닉에 관련 사용료를 내야 한다.
기내 와이파이는 이전보다 인터넷 사용 속도가 많이 개선됐다. 그래도 지상에 견줘 속도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건 쉽지 않다. 위성 신호나 기상 상황, 기내 와이파이 사용자 숫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닌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두 회사는 입을 모은다. 기내 와이파이 사용자가 적은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장거리 비행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긴 비행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1호기부터 모두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봤다”며 “젊은 세대의 경우 모바일에 대한 친숙도가 굉장히 높은 만큼 예전보다 승객들의 와이파이 수요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느리지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한 배경도 승객 수요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5년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낮은 수요와 느린 인터넷 속도 등으로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 인터넷이 느린 데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을 접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발달한 데다가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게 당연한 추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도입하려 하는 항공기인 A321네오와 B737-8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도입 예정인 진에어의 관계자는 “기내 와이파이 논의가 몇 년 전 시작됐다가 코로나 때문에 늦춰진 측면이 있는데,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회사별로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수요나 시장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항공사인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 1월 무료 기내 와이파이 도입 계획을 알리며 서비스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선부터 늘려나가기 시작해 내년 말까지 국제선 여객기에서도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비행기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보려 하기보다는 미리 다운 받아서 온 영상을 보려 하지 않나. 항공사들도 그런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기내 인터넷 서비스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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