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3강’ 교촌 영업익 홀로 추락 구조적 원인…3천원 인상 효과 글쎄?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ㅣ 교촌에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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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 이하 교촌)이 2023년 4월3일부터 치킨 가격을 품목별로 최대 3천원까지 올렸다. 언론뿐 아니라 온갖 커뮤니티에서 이번 인상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치킨이 우리네 삶에 얼마나 깊숙이 배었는지 보여준다. 치킨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외식이다. 전 국민이 소비자다.
치킨 가맹점 수는 전국에 10만 개에 육박한다. 전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의 2배에 이르고, 삼성전자 임직원 수와 비슷하다. 가맹점과 연관된 배달노동자까지 고려하면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은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이다. 이처럼 치킨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과거 롯데의 ‘통큰치킨’ 판매 중지 사태처럼 대기업마저 한발 물러서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럼에도 교촌이 치킨 가격을 올린 이유는 비용 압박에 있다고 한다. 교촌은 2020년 성공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배달 수요 증가와 풀린 유동성은 교촌에 기대감을 실었다. 상장 첫날 3만8950원까지 오른 주가는 최근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당장 눈에 보이는 주요 원인은 영업이익 급감이다. 상장 첫해인 2020년 41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88억원으로 급감했다. 교촌은 이를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치킨 가격 인상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로 직결될 수 있을까?
영업이익률 급감
2022년 한 해 동안 교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51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부문이 4857억원으로 93.9%를 차지한다. 최근 국외사업과 수제맥주 부문 등에 진출한다고는 하나 미진하다.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최근 영업이익률이 급감했다. 교촌은 원인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설명한다.
교촌의 국내 세부 매출 구조를 살펴보자. 먼저 가맹점 초기 창업 수수료다. 가맹점의 초기 가맹비, 교육비 등은 가맹점당 1천만원 수준이다. 매년 100여개의 신규 가맹점이 개업한다. 의외로 교촌 가맹점 창업 관련 수익은 1년에 10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교촌의 국내 주요 매출 구성은 가맹점에 대한 원자재 판매다.
교촌이 매입하는 원재료 비용은 실제로 최근 꽤 올랐다. 2021년 대비 2022년 원재료 매출이 4.9% 상승했는데 매출원가는 10.8% 올랐다. 이에 영업이익도 2021년 409억원에서 2022년 88억원으로 급감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재료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했다.
이른바 ‘치킨 3강’으로 교촌, 비에이치씨(BHC), 제너시스비비큐(BBQ)를 꼽는다. 그간 교촌이 업계 매출 1위를 달렸으나 최근 BHC에 매출 1위를 내줬다. 그러나 영업이익 면에서는 할 말이 없다. 교촌은 2022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률이 1.7% 남짓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BHC는 매출 6164억원, 영업이익 1681억원으로 27.3%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업계 3위 BBQ도 3663억원의 매출, 65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이 17.9%에 이른다. 교촌 매출은 ‘속 빈 강정’인 셈이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매출원가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교촌은 경쟁자 대비 높은 매출원가율을 보인다. 3사의 수천억대 매출 수준을 고려하면 원재료 공급에선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쟁자 대비 교촌의 매출원가율이 20% 이상 높은 이유는 물류 구매-공급 구조에 기인할 것이다.
사업보고서에서 교촌의 매출원가율이 높은 이유와 관련한 힌트를 하나 얻을 수 있다. 교촌은 본사가 직접 가맹점에 원재료를 공급하지 않는다. 전국 가맹지역본부에 원재료를 납품하고, 각 지역본부가 가맹점으로 원재료를 다시 납품하는 구조다. 따라서 교촌은 지역본부 매출만 기록한다. 공개된 사업보고서만으로는 실제 가맹점의 매출과 수익은 알 수 없다.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이 경쟁사들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교촌의 높은 매출원가율은 복잡한 공급 구조가 영향을 끼쳤으리라 추론할 수 있다.
고객의 선택은?
교촌은 지속해서 수제맥주와 국외사업 등 새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나 역시 국내 프랜차이즈 매출이 중요하다. 드러난 재무 지표만 보면 매출원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단순히 최근 인플레이션만이 비용이 늘어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교촌의 매출원가율은 79.5%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5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매출원가율은 불과 4%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그러나 기존 높은 매출원가율은 원가 상승시 더 문제가 된다. 매출원가가 조금만 높아져도 이익률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촌은 타사와 발맞춰 경쟁력 있는 원가절감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과제는 앞서 언급한 3천원 인상이다. 가격을 올려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제 가격을 올린 이상, 고객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치킨 시장은 완전경쟁이면서도 독점적 경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이라는 무차별한 재화와 ‘치킨 브랜드’라는 차별적 서비스가 공존한다. 다소 비싼 가격은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로 채워야 할 것이다. 교촌은 판매증대와 비용절감이라는 두 가지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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