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인정사례 0건…공정위,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논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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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차량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법제의 문제점, 해외 입법례, 바람직한 입증 책임 분배 방안, 제조물 범위 확대 필요성, 결함 추정 규정의 개선 필요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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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가 ‘결함 없음’ 입증하게 해달라”…5만 명 국민청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차량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제조물 책임법 운용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제조물 결함에 따른 손해배상 제도가 피해자 보호 취지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법제의 문제점, 해외 입법례, 바람직한 입증 책임 분배 방안, 제조물 범위 확대 필요성, 결함 추정 규정의 개선 필요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집단소송·정보공개 명령·징벌적 손해배상 현실화 등 소비자와 제조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공정위는 "최근 급발진 사고, 소프트웨어 결함 등 신기술로 발생하는 사고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급발진 입증 책임 전환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6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적 관심도 높아 조속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2년 7월 제조물 책임법 시행 이후 2019년 5월까지 1심 판결이 나온 급발진 의심 소송 28건 가운데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이 일부라도 인정된 사례는 쉬프트 록 장치 미설치를 설계상 결함으로 본 2002년 12월 판결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대법원에서는 자동차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쪽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국내에서 차량 급발진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제조물 책임법은 소비자의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2017년 개정됐지만, 여전히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이 많다.
결함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고, 손해는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으며,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각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국민동의청원을 접수한 청원인은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 후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차량의 결함을 입증하도록 할 게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이미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과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급발진 관련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 의원 안은 피해자가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영상자료, 기록물 등을 법원에 제출하면 제조업자가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곽현준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외국의 유사 입법례를 살펴보면 원칙적으로는 전통적인 증명 책임 분배 원칙(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자가 증명)을 따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판례를 통해 피해자의 입증 책임 완화 법리를 폭넓게 적용해 피해자가 사고 당시 영상기록, 목격자 진술 등의 자료를 제출하면 제조업자가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바, 이 법 개정 논의에 시사점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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