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즐기는 문화 콘텐츠, 이혜민 큐레이터와 떠나는 전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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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관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미술관 아니라도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 또한 많이 생겼다.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볼 기회도 많아졌다. 전시와 친해지는 법, 전시로 노는 법을 안내할 유쾌한 큐레이터 이혜민 씨와의 전시 동행을 시작한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먼센스> K-QUEEN 11기이자 예술적 삶을 지향하는 큐레이터 이혜민입니다. 한국일보문화사업단에서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를 담당했습니다. 모네전, 반 고흐전, 르누아르전, 로댕전, 고갱전 등 굵직한 회고전이 바로 제가 맡았던 전시입니다. 이후 프랑스 유학을 계기로 동시대 미술에 매료돼 K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일민미술관 선임 홍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는 독립 전시기획자인 동시에 3D 모델링, AI를 활용한 예술교육 등 융복합적 영역에서 다양한 강의도 하고 있어요.
전시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전시를 고르는 기준은 없지만, 피하는 기준은 있습니다. 전시 작품의 내실이나 기획 의도보다 사업적 성공에 주목적을 둔 지나치게 상업적인 유료 전시(일명 돈 아까운 전시)는 피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고맙게도 입장료가 비싼 전시보다 무료 전시가 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잘 기획된 브랜드 전시, 팝업, 아티스트와의 협업 같은 경우도 다양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각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쌍둥이 남매 워킹맘이라고 들었어요. 엄마가 큐레이터인 만큼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전시를 즐겨 봤을 것 같아요. ‘전시 육아’를 해본 경력직 엄마로서 아이와 전시를 보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일하는 엄마가 휴일에 아이를 데리고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미뤄두기엔 아이는 참 빠르게 자랍니다. 어린아이에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족 나들이로 종종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길러줄 수 있죠.
그렇다면 어떤 전시를 보여주면 좋을까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전시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되도록 다양한 공간과 작가의 작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아이에게 전시 관람을 위한 에티켓은 알려주되 미술사적 지식은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 이름이 무엇인지, 작품 제목은 무엇인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는 아이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른에게 예술은 공부지만, 아이는 이미 예술가인 경우가 많다고 할까요.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관점으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예술 작품과 만나 짧게 인사라도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전시를 좀 더 재밌게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같은 전시 여러 번 보기’입니다. 책, 영화, 공연처럼 전시 또는 같은 작가의 작품도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울 때가 있어요. 첫 방문은 가벼운 마음으로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관람하고, 그 이후는 관심 가는 부분, 궁금했던 점에 대해 시간을 들여 알아보고 관람합니다. 전시 관람이 어색하다면 가볍게 ‘미술관을 산책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은데,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있는 산책로가 바로 전시 공간이니까요.
앞으로 어떤 전시를 소개할 예정인가요?
독자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할 만한, 함께 보면 좋을 전시를 소개하려 합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보면 좋을 전시, 혼자서라도 꼭 봐야 할 전시 등을 통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이 여정을 통해 심미안과 미감을 발전시켜 즐겁고 행복하며, 정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이혜민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5월의 전시
혼자서, 가족과, 친구와 세 번을 봤지만
혼자라도 다시 보고 싶은 전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
2023년 리움미술관의 첫 전시이자 이탈리아 출신의 문제적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이미 많은 이의 인스타 피드를 장식한 전시다. 카텔란의 블랙코미디는 미술관 밖부터 시작되는데, 입구와 로비 기둥에 실제 노숙인처럼 보이는 작품 ‘동훈과 준호’(2023)를 배치해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관람객을 흠칫 놀라게 만든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미술관 바닥을 뚫고 나온 작가 자신의 얼굴을 담은 ‘무제’(2001),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하고 있는 그 유명한 ‘그’(2001), 미술계에 거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코미디언’(2019)을 들 수 있지만, 전시된 총 38점의 작품 모두 주목할 만하다. 관람료는 무료. 예약이 쉽지 않지만 예약 오픈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한다면, 동시대 예술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7월 16일까지, 리움미술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날씨가 좋은 주말, 가족과 함께
과천 나들이 겸 미술관 산책을 할 수 있어 추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샤갈, 달리, 피사로, 모네, 고갱, 호안 미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세라믹 작품 90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전시 타이틀처럼 원형전시실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 특히 피카소의 회화 작품이 아닌 세라믹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뿐 아니라 작품 감상에 긴 호흡이 필요하거나 강제되는 동선이 없어 아이와 함께 가도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을 추천한다.5월 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주소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에디터 : 이채영 | 사진 : 김정선(인물),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공간 협조 : xxpress(@xxpress.official) art works 박운희(@park.u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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