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이 "이주호입니다"보다 많이 외친 단어 '디지털'

정현수 기자 2023. 5.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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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1년, 이주호 장관의 365일]①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주호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다. 그가 지난해 11월 공석이었던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윤석열 정부의 내각이 완성됐다. 과정은 험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그 어느 부처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정부 출범 초기 '교육부 해체설'이 나왔고, 이후에는 '교육수장 부재'에 시달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 부총리가 취임하기 전까지 6개월의 시간 동안 교육부 장관 자리가 온전히 채워진 건 한달 여에 불과하다. 김인철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전 부총리는 '만 5세 입학' 논란으로 물러났다. 교육수장의 잇따른 낙마에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검증된 선수'인 이 부총리가 등판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였고, 교육계의 대표선수인 이 부총리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 부총리에게는 교육계의 공고한 벽을 깨는 역할이 주어졌다. 이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을 위해 6개월을 뛰었다. 이념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이라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바쁘게 달려왔단 건 부정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런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라톤을 100m 달리듯 하는 것 아니냐". 이 부총리도 지난 2월 취임 100일을 즈음해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100m 달리듯 해야 목표에 도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너무 느리게 걸어와서 교육이 뒤처졌다"며 "적어도 윤석열 정부에선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지나온 그간의 시간을 그의 말을 통해 되짚어봤다. 분석 대상은 교육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47건의 연설문이다. 취임사부터 시작해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 모두발언 등으로 이뤄진 연설문엔 이 부총리의 정책방향과 의지가 담겼다. 공백을 제외하면 5만3498자, 낱말 기준으로 1만5080개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토리1 디지털 : "잠자는 교실을 깨워야 한다"
"학생 맞춤 개혁과제로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실을 깨우고, 학교의 교육력과 교사 역량을 강화해 한 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습니다."

이 부총리가 지난 1월 업무보고에서 첫 번째 교육개혁 과제로 제시한 내용이다. 그의 연설문엔 유독 '디지털'(74회)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교육'이나 '학교', '대학' 등을 제외하고 정책 관련 단어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디지털이다. 이 부총리의 연설문은 통상 "안녕하세요. 이주호입니다"로 시작하는데, 본인의 이름(36회)보다 디지털을 훨씬 많이 언급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하이테크(High Tech) 하이터치(High Touch)'를 강조했다. 디지털 대전환이란 하이테크 시대에 학생들을 보듬을 수 있는(하이터치)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조직부터 바꿨다. 교육부는 디지털교육기획관을 신설했다. 에듀테크 등 디지털 관련 분야는 교육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올라섰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과 영어, 정보 등 3개 교과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 디지털교과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수포자'를 없애고 영어 듣기·말하기, 코딩 교육을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첨단 기술로 맞춤 교육을 구현하고,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연결에 초점을 맞춘 선도교사단을 2025년까지 2700명 양성한다.

이 부총리가 생각하는 교육개혁의 방향성은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설문에서 '맞춤'(56회)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학생맞춤, 가정맞춤, 지역맞춤, 산업맞춤이라는 이 부총리의 표현대로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성도 '디지털 교육 혁신, 교육·돌봄, 대학 개혁' 등 3개 과제로 압축됐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송파위례유치원을 방문해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관리체계 통합) 추진' 관련 학부모와 교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토리2 돌봄 :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구상대로만 된다면...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2023년 1월 30일, 유보통합 추진방안 브리핑문)

흔히 유보통합을 두고 "통일보다 어렵다"고 표현한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할한다. 관련 예산 체계와 교사들의 처우가 다르다. 이원화된 체계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하고 유보통합에 실패했다.

교육부는 이 부총리 취임 이후 유보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 내에 유보통합추진단을 설립했고, 2025년까지 유보통합을 완료한단 계획을 세웠다. 여전히 현장의 이해관계가 엇갈리지만 최소한 과거에 반복됐던 교육부와 복지부의 알력 다툼은 사라졌다. 이 부총리는 유보통합 관련 현장도 자주 방문했다. '유보통합'(53회) 단어가 연설문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늘봄학교'(24회) 역시 돌봄의 측면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다. 늘봄학교는 필요할 경우 최대 밤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교육부는 올해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교육부의 구상대로라면 2025년 유보통합과 늘봄학교란 돌봄의 양대 축이 완성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대학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3.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토리3 대학 : 위기의 대학, 앞으로는?
"지역대학이 혁신성장의 허브가 되도록 과감한 규제개혁과 지원책을 강구하겠습니다."(2022년 11월 취임사)

윤석열 정부 교육부에서 가장 달라진 점 중의 하나가 대학 업무다. 우선 규제와 관리에서 자율로 무게중심이 넘어왔다. 또 대학(고등교육) 업무를 총괄하던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인재정책실로 재편했다. 이 부총리는 대학이 지역과 동반성장하고, 인재양성의 산실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수차례 강조했다.

교육부 조직개편의 철학에서 보여지듯 이 부총리는 연설문에 '규제'(33회)라는 단어를 지속적으로 담았다. 주로 대학의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과 이어진다. 대학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듯 '지자체'(57회)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이 부총리는 지역의 대학과 지자체가 공존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글로컬대학'(35회) 역시 이 부총리의 연설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교육부는 올해 10개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0개의 글로컬대학을 선정한다. 지방대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컬대학에는 5년간 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각 대학들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에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과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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