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윤 대통령 압박 한다던 김태흠, '육사 이전' 결국 백기 들었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육사 논산 이전이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입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종섭 국방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육사 이전을 중장기적으로 추진 하겠다"고 밝혔죠.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20대 대선과 8회 동시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의 핫이슈였던 육사 논산 이전 문제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종섭 국장 장관 만나 교통정리
육사 논산 이전 문제는 지난달 24일 김태흠 지사와 이종섭 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교통정리가 된 듯합니다. 김 지사가 어렵게 이 장관을 만나기는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충남도의 24일자 보도자료를 보면 느낌이 팍 와닿아요. 김 지사는 육사 충남 이전이 윤 대통령 지역공약 사항이라는 점을 어필했지만 이 장관의 답변은 어디에도 안 보입니다. 이 장관이 육사 이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 "육사 논산 이전은 중장기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와 기관 4곳을 단기적인 목표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죠. 이런 중요한 사안을 국방장관 면담 후 3일이나 지나 충남도청이 아닌 공주시 고마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것도 의아합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육사 이전 문제는 현재 적극적인 반대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며 "이에 단기적으로 ADD 산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와 기관 4곳을 논산으로 오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개 기관은 국방 AI센터,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방위사업교육원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시기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육사 이전을 중장기적 과제로 돌렸지만 시기가 언제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죠. 사실상 윤 대통령 임기 내 불가능하고 그 이후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김 지사는 '육사 이전 철회'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김 지사가 육사와 국방미래연구센터를 바꿔치기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육사 이전과 관련, 대선 공약 관철을 위해 윤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말까지 했고 실제 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건의도 했습니다. 비록 파행으로 끝났지만 국회토론회도 열었고, 이 장관에게 육사 이전과 관련한 공개토론을 요청하기도 했죠.
그런데도 이 장관과 국방부의 입장은 요지부동 이었다고 합니다.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육사 이전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고,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대통령 공약이란 말이 도는데 아니다. 우리 군의 성지와 같은 곳이기 때문에 이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지사와 이 장관의 만남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보면 됩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공약 파기선언 주장
육사 유치가 장기 과제로 넘어가면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김 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육사 포기'기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아요. 특히 육사 유치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점을 감안할 때 장기 과제로 돌린 점은 사실상 공약 파기 선언이라는 주장입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요.
민주당 오인환(논산2) 도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건 김 지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약속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육사 충남 이전을 약속하고 당선된 대통령과 충남지사, 집권여당 대표 등은 도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육사 유치를 위해 범도민추진위를 출범하고 도의회가 국방 관련기관 유치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면서 "육사 동문회 등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국가와 미래,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한 과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지난 달 28일 성명서를 내고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24일 국방장관과의 면담 결과, 국방과학연구소의 국방미래기술연구센터의 논산 이전 추진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육사 이전'의 논란 잠재우기 용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충남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육사 논산 이전은 민선 7기 때부터 추진해 왔고, 20대 대선 공약으로 반영시켰으며, 작년 10월에는 '육사충남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까지 출범시켰는데 이제 와서 중장기 과제라니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육사 지방 이전은 단순히 충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으로 봐야 합니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여 1000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7%가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는 충청의 아들을 내세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육사 충남 이전을 약속했고, 6·1 지방선거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지역 언론에서도 육사 논산 이전의 당위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육사 논산 이전은 지역민들과의 공감대 속에 다년 간 추진된 사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면 지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업이 먼저이지 않았을 까요. 장기 과제로 돌렸는데 장기 미제로 남지 않을 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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