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워싱턴선언’ 반발…북중러 연대 강화?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서 오늘부터 새로 <남북의 창> 진행을 맡게 된 김철민, 정지원입니다.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의 외교, 안보 현안들을 가장 깊이 있게 분석하고, 북한 사회의 최근 변화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 <남북의 창>을 통해서 시청자 여러분들을 다시 찾아뵙게 됐습니다.
품격과 재미를 모두 갖춘 북한 전문 프로그램의 전통과 명성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5 월 첫 주 <남북의 창> 문을 열겠습니다.
한미 정상이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이후, 북한의 반응이 연일 심상치가 않습니다.
청년학생 집회를 열고, 한미 정상을 겨냥한 화형식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한-미를 비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을 자세히 전하며 <북-중-러> 의 굳건한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더 강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슈 & 한반도>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극악한 핵전쟁 광신자, 매국배족의 무리들을 모조리 박멸하자."
한미를 겨냥한 복수 결의 모임,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1면에 전한 기삽니다.
한미 정상을 본뜬 허수아비를 불태운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남한이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쓴 과녁에 실탄 사격하고, 화형식을 진행했던 2012년을 연상케 합니다.
[조선중앙TV/4월 30일 : "보다 엄중한 것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감히 우리 공화국을 향해 ‘정권 종말’이라는 입에 담지 못할 광적인 망발까지 쏟아낸 것이다."]
다만 화형식 사진이나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한미 정상을 막말로 비난했습니다.
'핵전쟁 억제력의 제2의 임무"까지 거론하며 핵 선제공격을 위협했습니다.
[김여정/부부장 입장 발표/4월 29일 :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관영매체들은, 중국과 러시아 언론이 워싱턴 선언을 비판한 사실을 전하며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진영화라고 하죠. 이런 것들을 합리화시키고, 또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강화를 넘어서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인 지원을 북한에게 해줄 수 있는 어떤 정당성,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 때리기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대사관 2인자인 정무공사를 한밤중에 불러 항의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6.25 전쟁 발언에도 발끈했습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4월 28일 : "역사적 조류의 반대편에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러시아 외무부도“한미 핵 합의가 세계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황태희/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우는 어쨌든 한반도 내에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일종의 조력자는 아니더라도 방관자 정도 되지 않습니까? 요즘은 전술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고 공개적으로 일본이라든지 한국이라든지 괌 기지라든지 우리의 안보에 직결되는 쪽으로 북한이 사실 위협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와중에서 우리가 우리 안보를 지키려는 노력은 당연한 거고..."]
워싱턴선언엔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우리 항구를 정기적으로 들른다는 뜻의 '한국 기항'이 명기돼 있고, 이르면 이달 중 핵탄두를 싣고 우리나라에 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황태희/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미국이 그렇게 얘기 안 했고 한국도 그렇게 얘기 안 했는데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알 수 없는데요. 사실 한반도에 그 핵잠수함이 없고 다른 데 있어도 충분히 중국과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한반도에 와서 잠수함이‘나 여기 있소’라고 얘기를 하는 순간 잠수함이 가진 비밀성을 통한 핵 타격 능력의 어떤 우월성이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워싱턴선언을 자세히 보면 북한을 특정하진 않고 있는데, 한미 동맹의 상대를 중국과 러시아까지 확장한 거란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한국 재래식 지원을 공동 실행하고 기획한다'는 내용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통합억제전략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통합억제라는 것은. 우방국들과 동맹국들의 군사력까지 미국이 하나로 통합해서 사실 중국의 방어망을 뚫겠다는 어떤 그런 개념을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과의 타이완 사태라든가 이런 것들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미국 주도의) MD 체계에 통합돼서 이지스 함정이라든가 다양한 정보자산을 통해서, 미국의 MD 시스템이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거거든요. 꼭 우리의 총 든 군대가 그쪽에 간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예요."]
[앵커]
중국이 워싱턴 선언을 비판한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여주거나 적어도 유엔 안보리 제재라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도 중국이 과잉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는데요.
내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 데 이어, 이달 하순에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들이 만날 열릴 예정이어서 북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리포트]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방문 결과를 국무회의에서 직접 설명했습니다.
한미 동맹 확장으로 양국 국민의 기회가 더 커질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밝혔습니다.
["국가 관계에 있어서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아는 그런 것이 있어야 국격이 있고,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자리 잡고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을 향해선“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도 동참하지 않으면서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국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한미 워싱턴선언을 연목구어에 비유했습니다.
미국은 워싱턴 선언은 핵미사일을 불법 개발 중인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반발은 중국에 물어보라고 공을 떠넘겼습니다.
[베단트 파텔/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5월 1일 : "중국이 (워싱턴 선언에 대해) 과잉 반응할 이유가 없으며, 큰일이 아닌 걸 큰일처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내일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동 대응 강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론 한미일 간 실시간 미사일 정보공유와 워싱턴 선언에 대한 후속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황태희/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일본에서 이 워싱턴 선언의 자초지종에 대해서 좀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한미 확장 핵억제가 한 단계 높아진 것에 일본도 동참을 하고 싶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G7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이 만나 3자 안보 협력을 위한 별도의 협의체를 신설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3월 한일정상회담에 이어 4월 한미, 5월 한미일 정상 회동을 거치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본격화되는 모양샙니다.
[앵커]
이처럼 한-미-일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연일 강경 대응방침을 밝히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좀처럼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도발을 규탄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제재를 지속하면서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죠.
그렇다면 미국은 언제쯤 적극적인 대북 외교에 나설 것인지 전문가들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은 최근 북한에 대화를 직접 제안하는 대신 협상 복귀 촉구’를 언급하며 대화 단절의 책임을 북한에 넘겼습니다.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며 한국 방어 공약을 재확인했지만, 북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은 한참 뒤라는 평갑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미국이라는 국가가 갖고 있는 다양한 능력과 힘이 과거와 같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북핵 문제에 대한 것도 충분히 차단하겠다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놓고 보면 중국을 뚫을 수 있는 어떤 통합된 군사력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고요."]
그렇게 보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쟁이 일단락 돼야 전향적인 대북 외교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선 미국도 불가능하고 북한도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근데 이게 끝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중이라는 전략적 갈등 구조에 사실 끝 소위 말해서 누가 이기는지가 정해져야 돼요."]
역설적이지만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결국 미국을 움직일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김진아/한국외대 LD학부 교수 : "첫 번째는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 국가라고 그냥 인정을 해 버리고 이제 판을 새로 깔아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을 때 (적극적으로 나설 거고요.) 또한 (미국) 내부적으로 국내적으로 북한과 모종의 타협이라도 해서 빨리 사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내부적인 여론이 상당히 거셀 때 그때는 또 (미국) 정부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죠."]
시기적으론 김정은 위원장이 내건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이 완성되는 2025년을 주목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2025년이 되면 사실 미국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북한의 핵전투 무력을 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요. 그 시점에서는 미국이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거다, 지금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위에서 아래로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를 이끌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다시 등장하느냐도 변숩니다.
[황태희/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공화당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톱다운 방식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무식해 보이겠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하게 단기간에 풀 수 있는 그런 방법인 반면에..."]
어느 경우건 북미 모두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에 우리 정부 역시 대화 촉진보다는 군사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반도는 상당 기간 신냉전급의 열전에 휩싸일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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