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조용하고 강하게' 금융위기 돌파한다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금융'과 '금융위원회'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까?"
김주현 금융위원장(65)이 지난해 7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가 걸어온 금융위원장의 길은 질문의 해답을 끊임없이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금융위의 역할은 '금융안정'이었다.
취임 후 10개월여가 지난 지금,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어디를 봐도 불안 요인이 없는 나라가 없다"며 "그래도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시장이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 금융시장을 수성(守城)하는 역할을 해냈다는 담담한 자평이 담겼다.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유래없이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과 고물가, 고환율의 시대가 도래했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지난해말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올해는 글로벌시장에서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CS)가 몰락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조용한 카리스마', 김 위원장의 업무 스타일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금융시장의 흐름을 읽고, 금융당국이 개입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그나마 한국 시장이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김 위원장의 역할 컸다는 게 금융시장의 평가다.
물론 현재 김 위원장 혼자 모든 것을 한 것은 아니다. 현 정부의 경제·금융팀의 '케미'가 맞았다. 취임 때부터 그는 관계부처, 금융감독원 등과 '원팀'을 강조했다. 최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감원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는 전에 없던 정책 공조를 이뤄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업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중기부'"라며 "금융위는 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업계를 가장 잘아는 부서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도 격이 없이 소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있는 금융위 회식 자리에 이 원장이 예고없이 찾아올 정도다. 지난 3월말 금융지주회장과 간담회에 이 원장을 부른 사람도 김 위원장이다. 공식석상에서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금융지주회장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한 사람들의 평가를 그렇지 않다. 결정의 과정이 신중한 것이지 그 속도에는 가감이 없다고 한다. 또 해야할 말이 있다면 거침이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다. 은행권의 이자장사 논란이 일자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금융위원장이 된 후 국회 데뷔 무대에서 한 의원이 정치후원금을 지적하자 "여신협회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가지 도와주신 데 대해서 감사의 뜻으로 조금씩 나눠서 낸 바가 있다"고 답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후원금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문제를 돌파했다.
최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직후에도 "현실적으로 느끼시는 것을 가감 없이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다"며 "정말 터놓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그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함이 해답을 찾는 가장 빠른 길 중의 하나로 본다.
취약계층 지원도 중요 과제다. 일찍이 그는 금융위의 역할 중 하나로 '포용성'을 꼽았다. 그가 취임한 후 금융위는 저금리대환대출,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 특례보금자리론, 소액생계비대출 등을 내놨다. 기회가 될 때마다 취약계층 지원을 매번 강조한다.
SG증권 발 증권폭락 사태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업의 잘못된 관행과 부족한 시장 내 경쟁을 개선하는 일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혁신'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러 가지 사안이 쌓이면서 혁신의 물꼬를 트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디지털 전환 등에 맞춰 규제혁신을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안정과 금융규제 혁신은 상호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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