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1년간 부르짖은 '자유', 그 진짜 의미는…

박소연 기자 2023. 5. 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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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정부 출범 1년-키워드
[인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위해 단상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03.

문재인 정부 시절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싸운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과 '상식', '법치'를 기치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지난 1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자유'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35번 언급된 '자유'는 언뜻 '자유'와 무관해 보이는 행사의 연설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며 정부의 정체성을 구성했다. 자유와 연대, 반지성주의, 반포퓰리즘이라는 키워드로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117일 만인 2021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자유'를 23번 언급했다. '공정'(9번), '상식','법치','정권교체'(각 7번)를 역설하기 위한 토대로 '자유'를 거론했다. 정치에 나선 근본 이유가 자유의 위협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연대와 책임이 중요하단 점도 강조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비롯해 8·15 광복절 경축사, 3·1절 기념사 등 지난 1년간의 주요 연설에서 뿌리 깊게 새겨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 언급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면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1 만세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재정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이야말로 '자유'의 설파 무대였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무려 46번 외쳤다. '동맹'(27번), '민주주의'(18번)보다 앞섰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인간 본연의 자유의지와 창의의 발휘, 기업과 시장의 경제활동의 자유 등의 의미로 주로 언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시카고대 교수가 자신의 역저 '노예의 길' 등에서 거론한 자유와 비슷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함께 '연대'를 언급하며 경쟁으로 인해 낙오되는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해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대'는 국제사회에서 보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항해 자유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가리키기도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지난 5년간 자유가 위축되고 위협받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경제활동과 안보 등 모든 면에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가 제약되고 억압되면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정체성이 흐려지고 미래세대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갈지 회의에 직면해 정권교체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은 자유로울 때 인간답게 살 수 있고 창의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외교에서도 자유 가치를 공유한 세력과 연대해 현상변경 세력에 맞서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마친 뒤 기립박수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가치 반대편의 부정적인 개념으로 반지성주의, 포퓰리즘, 기득권의 지대추구 행위 등을 거론해왔다.

윤 대통령은 4·19 기념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우리 자유의 위기"라며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 때는 법치를 "모두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제도"라며 이를 부정하는 건설노조가 '거짓·선동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전 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를 비판하면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약자복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자유와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에 차이가 있다"며 "국민들은 자유라고 하면 탈권위주의를 생각하는데 지난 1년간 MBC와의 대립 등 언론자유 후퇴, 당무개입 논란 등 자유가 억압된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자유라는 철학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녹아들어서 국민들이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자유를 피부로 느낄 만한 파급력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시장이 할 일을 정부가 침해하지 않는단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자유의 개념이 너무 시장 자유에 치우쳐져 있다. 사람들이 실제 체감하는 자유의 면에서 각자의 서로 다른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정부 정책에 수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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