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접경 최북단 수목원 절정의 봄
◀ 김필국 앵커 ▶
계절의 여왕 5월이 됐는데요.
최전방 강원도 남북 접경지역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이곳에 있는 유일한 수목원, 강원도 양구의 남한 최북단 수목원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곳곳에 군 시설이 즐비한 남북접경지, 강원도 양구의 산골길을 달리다 보면 포병부대 인근에서 20년 된 수목원 하나가 나타납니다.
한국전쟁 직후엔 민간인통제구역이기도 했던 대암산 자락의 양구 수목원.
최전방, 최북단 수목원인 이곳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남한의 최북단, 강원도 남북접경지의 유일한 수목원인 이곳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게 찾아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튤립들이 활짝 피어오르며 봄의 절정을 알리고 있습니다."
수목원 입구는 오색 찬란한 튤립, 봄꽃들 사이로 색색의 바람개비들이 살랑이는 봄바람, 지저귀는 새 소리와 함께 나들이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박정우/경기도 군포] "아무래도 공기가 엄청 좋은 것 같고 최북단이다보니까 조금 쌀쌀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괜찮은 것 같아요."
그 옆쪽으론 우리나라의 높은 산지에서만 자라고 가을에 개화한다는 세계적인 희귀종, 금강초롱이 가로등으로 대신 꽃을 피우며 아쉬움을 달래주었고요.
역시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우리나라 고산지대에만 서식하고 소나무와 달리 잎 끝이 부드러워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다는 구상나무 수백 그루가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습니다.
[박한주/양구수목원 숲 해설가] "우리나라 나무이면서 천미터 이상 고지대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만나보기 쉽지 않지 않습니까? 최북단에 위치하면서도 그나마 온도 차가 일반 남쪽 지역보다 양호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구상나무가 굉장히 잘 자라고요, 일반 탐방객들이 쉽게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쫙 조성해 놓은거죠."
좀더 올라가면 나타나는 야생화 군락지.
수많은 야생식물 사이에서 주로 북한 지역에 서식한다는 멸종위기 토종 자생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개느삼이 노란 꽃을 활짝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요.
[박한주/양구수목원 숲 해설가] "휴전선 근처 굉장히 북쪽에 위치한 최북단 수목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양구수목원에 오시면 북방계 식물하고 남방계 식물을 같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게 이 개느삼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북방계 식물들 옆 연못에선 북방산 개구리가 낳은 올챙이들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최북단 수목원의 운치를 한껏 돋우고 있었습니다.
[서현정/강원도 춘천] "좀 높은 지대다보니까 공기도 더 좋은 것 같고"
[김종웅/경기도 시흥] "(다른 수목원과는) 좀 다르게 자연 그대로의 수목이 돼 있는게 좀 있었죠. 여기는 청정지역이죠, 그러다 보니까 때가 덜 묻은 꽃들이 많다고 느껴지네요"
보기 드물게 커다란, 수령 200년이 넘었다는 우리나라 자생식물 수수꽃다리는 만개한 꽃을 통해 특유의 은은한 향을 선사했고, 크고 작은 분재들 사이에선 기이한 모양의 향나무와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며 용트림하던 고목 한그루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김현우/강원도 인제] "아기들하고 같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그리고 꽃 이런 것들도 볼 수 있어가지고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조명자/강원도 인제] "기대 안 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예뻐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요."
이런 북방 생태계, 특히 신비의 장소가 된 비무장지대, DMZ 생태계에 대한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었는데요.
특히 식물뿐만 아니라 산양처럼 DMZ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도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이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올무에 걸렸거나 탈진해서 죽었거나, 이런 것들을 수집을 해 가지고 박제로 만들어놓은 전시공간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평상시 접하거나 볼 수 없는 많은 동물들의 모습, 이런 것들을 직접 여기서 눈으로 관찰하며 보실 수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는 썰매체험장.
"엄마, 또 탈거지?" "재밌네“ "너무 무서웠어"
마술공연.
"우와~우와~우와~"
그리고 곳곳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던 숲속 놀이터까지.
[서흥원/양구군수] "레일열차가 내년까지 조성이 되면 좀 불편하셨던 부분들, 또 어르신, 방문객들을 위해서 수목원을 보는 환경은 아주 대대적으로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목원에 담겨져 있던, 숨겨져 있던 자연을 본인들이 보시면서 스스로 힐링이 되는 그런 수목원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계절의 여왕, 가정의달 5월을 맞은 최북단 수목원은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시민들의 행복한 나들이장이 돼 있었고, 최전방, 남북접경지의 수목들도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8096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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