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앞세워 대통령실 회동 요청 뿌리친 野, ‘대화’의지 있긴 하나 [핫이슈]
일각에선 “민주당이 애초부터 윤 대통령과의 대화나 소통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5일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하루속히 야당 대표와 먼저 만나 국가 위기의 극복 방안을 논의하시는 것이 순리이고, 순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괘념치 않겠다”고 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만남이 먼저’라는 입장을 재차 고수한 것이다.
앞서 이진복 정무수석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난을 전하면서 회동을 제안할 당시에도,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먼저 만나시는게 순서”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 대표와 한번도 회동한 적이 없는데, 원내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은 격식과 관행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대통령실의 불통을 집요하게 문제삼고선, 이제 와서 조건과 형식을 구실로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으니 원내대표도 만날 수 없다는 논리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이 대표는 지금 배임과 제3자 뇌물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여야 지도부간 정상적인 회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부터 만나라고 종용하는 것은 ‘소통’과 ‘대화’를 핑계로 법치와 정의의 가치를 허물라는 다수당의 오만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과 회동 한번 못해 아쉽다”고 했는데, 모처럼 생긴 기회를 이렇게 걷어차는 것은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팽개친 것과 다름없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과 대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가 먼저 만나는 것은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차선의 대화 재개”라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원화 약세 등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으로 안보마저 벼랑 끝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려면 어떻게든 여야가 대화와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는가 하면, 사회 갈등과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온갖 입법폭주로 국정 발목을 잡는데 여념이 없다.
이것은 국회 과반 의석을 장악한 제1야당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을 저버린 행태나 같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어떤 형식이든 윤 대통령과 회동에 참여해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된 정국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론인 출신 3선 의원인 박 신임 원내대표가 민주당내 비주류이긴 하지만 중도 온건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자세를 기대해볼 만 하다.
대통령실도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번에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간 회동이 무산됐다고 해서 민주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대화의 손길을 거둬선 안된다.
공자는 자하가 정치에 대해 묻자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면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적은 이익을 탐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화의 문이 열릴 때까지 민주당에 적극적으로 회동을 제안하고 소통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여소야대 현실에서 국정을 책임있게 운영할 수 있는 묘책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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