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축구는 비 와도 합니다, 3만 7천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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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어린이날이면 어김없이 K리그 경기가 열린다.
선수 때부터 15년을 함께 했던 김상식 감독과 이별했고, 부상자도 10명이나 있어 18명 명단을 짜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도 전북 상대로 경기 막판 동점골을 터트렸고 자신의 별명을 입증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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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어린이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린이들 눈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야속하게 보일 것 같았다.
어린이날이면 어김없이 K리그 경기가 열린다. 올해는 수중전이 틀림없다. 와이퍼를 열심히 작동시키며 월드컵대교를 건너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FC서울과 전북현대의 킥오프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어가자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분위기가 좋은 서울과 정반대의 전북이 만났다. 서울은 지난 세 시즌 하위권에 머물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훨씬 좋아진 경기력과 득점력으로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다. 반면, 원정팀 전북은 이날 하늘 표정 만큼이나 어두운 상황이었다. 선수 때부터 15년을 함께 했던 김상식 감독과 이별했고, 부상자도 10명이나 있어 18명 명단을 짜기도 쉽지 않았다. 교체명단에 있던 백업 골키퍼는 2005년생 공시현이었다. 선발 명단을 받아 들었을 때 서울과 전북의 스쿼드 무게감이 서울 쪽으로 기운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경기 전 만난 양 팀 감독의 표정도 사뭇 달랐다. 전북 김두현 감독대행은 진지한 표정으로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무엇을 위해 뛰는지 생각하고 내적 동기를 위해 뛰라고 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황의조, 오스마르가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어린이날 가장 보고 싶어하는 선수가 아닐까 해서 팬들 앞에 선보인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수중전인만큼 킥오프 직후부터 변수가 나왔다. 서울 김주성의 패스를 받은 이태석의 리턴이 빗물 때문인지 조금 짧았고 김주성의 약간 늦은 반응속도까지 더해지며 구스타보가 볼을 낚아챈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경기 시작 11초 만에 나온 선제골이었다. 2007년 인천 방승환이 삼성 하우젠컵 포항전에서 기록한 최단 시간 득점과 동일한 기록이었다.
이후 서울이 경기를 주도했다. 6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전북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선수들은 득점을 위해 달렸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은 육탄방어로 맞섰다. 지난 10경기에서 당했던 수모를 장대비와 함께 쓸어내려는 듯 막아내고 또 막아냈다.
그래도 서울은 결실을 맺었다. 후반 33분에 되어서야 ‘상암 미친개’ 박동진이 자신의 장기인 천부적인 점프력을 바탕으로 헤더 동점골을 성공했다. 지난해 어린이날의 복사판이었다. 그때도 전북 상대로 경기 막판 동점골을 터트렸고 자신의 별명을 입증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하나 다른 점은 올해는 같은 세레머니를 홈 팬들 앞에서 했다는 거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고 빗속 혈투를 벌인 양 팀 선수들은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상암벌을 찾은 3만 7008명의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었다. 팬들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원했고 양 팀은 이에 부응했다. 빨강색과 초록색의 우의를 입고 90분 내내 열띤 응원을 보내준 홈 팬들과 원정 팬들은 경기의 주인공임에 손색없었다.
서울은 이날 경기 관중 집계까지 포함해 올 시즌 홈 경기 평균 관중 3만 명을 돌파했다. 5경기에서 총 15만 4954명을 동원하며 이미 지난 시즌 19경기 총 관중 16만 6934명에 육박했다. 최근 기성용과 나눈 대화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서울은 축구만 잘하면 돼요. 그럼 팬들은 꼭 오실 겁니다”
결과가 어쨌든 3만 7008명이 빗속에서 재밌는 경기를 즐겼다. 어린이 팬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소중한 추억도 쌓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행되는 축구의 묘미기도 하다. 이들이 같은 시각 잠실로 향했다면 조금은 후회할 어린이날이 될 뻔했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축구 경기 그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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